해당사기 공문서 금융위원장 이름·금융법 거론 등 허점 발견

금감원 “의심스러운 공문, 신경써서 꼼꼼히 살펴줄 것” 당부

사진=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서진 기자] 금융당국이 신종 수법으로 인한 금융사기 신고를 받아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에 접수된 사례는 전화통화로 피해자를 홀리는 보이스피싱과 검찰·금융당국을 사칭해 가짜 공문을 보내는 ‘레터(Letter) 피싱’을 섞어 수법이 한층 대담해졌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최근 A씨는 검찰수사관이라는 사람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150명을 잡았는데 당신(A씨) 명의가 도용된 대포통장이 발견됐다. 당신 명의의 모든 계좌에 대한 계좌추적과 자금동결 조치를 취하기 전에 예금을 금융위원회로 보내면 안전조치를 취해주겠다"면서 송금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순간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A씨는 기지를 발휘해 증빙할 만한 자료·공문을 보내달라고 했다. 이후 금융위원장 명의로 된 팩스가 날아왔다. 언뜻 보기에 직인까지 찍혀있어 그럴싸한 공문의 제목은 '금융범죄 금융계좌 추적 민원'이었다. 하지만 금융위원장 이름이 실제와 성이 틀린 ‘김종룡’으로 표기되어 있는 등 자세히 들여다보니 엉성한 공문이었다. A씨는 공문이 위조된 것임을 확인하고 바로 신고했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신고가 얼마전 접수됐다고 5일 밝혔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수사 당국 등 관계기관에 해당 제보 내역을 통보했다. 또한 금융사기대응팀장에게 신고자를 통해 사건 전말과 피해 여부를 파악함과 동시에 2차 범죄 가능성에 대비한 대처법과 추가 제보를 요청했다.

금감원은 이번 시도가 전화통화로 피해자를 홀리는 보이스피싱과 검찰이나 금융당국 명의의 가짜 공문을 보내는 '레터(Letter) 피싱'을 혼합한 신종 사기 수법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사기범은 공문에서 '2차, 3차 피해 신고시 최고 5,000만원을 보상할 것'이라며 마치 예금자보호법상 예금보호처럼 여기도록 했다.

금감원은 의심스러운 공문을 받았을 경우 자세히 살펴주기를 당부했다. 사기범은 공문에서 '미래창조 금융, 따뜻한 금융, 튼튼한 금융' 같은 금융위원회 슬로건을 집어넣고 직인처럼 보이는 도장을 찍고 담당자, 행정사무관 등의 이름까지 나열했다.

하지만 허술한 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실제와 달리 김종룡으로 틀리게 적은 점, '국가 안전보안'처럼 피해자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용어를 불필요하게 끌어다 쓴 점, 실제로는 해당 명칭이 없는 '금융법'을 거론한 점, 오타가 발견된 점이 허점이었다. 심지어 '국가 안전보안 게자('계좌'의 오타) 코드 등록금액'이라는 오타도 발견됐다.

김용실 금감원 금융사기대응팀장은 "최근 금융사기 대응을 총괄하는 금감원 국장 명의를 도용한 사기 시도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금융위를 사칭해 가짜 공문까지 동원했다"며 “'그놈 목소리' 공개처럼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한 홍보를 강화함에 따라 국민이 쉽게 속지 않자 레터피싱 등 신종 수법이 등장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이어 "신종수법 모니터링과 피해예방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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