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판단 알고리즘 어떻게 짤까… 윤리적 문제에도 봉착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와이어드가 공개한 지프 체로키 차량 해킹 영상.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한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는 복잡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운전자와 제조사뿐 아니라 센서나 통신 업체까지도 상황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작년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발표한 자율주행차 규제법 초안에 따르면 일단은 자율주행차 사고가 발생하면 제조사가 책임을 지는 것으로 결정했다.

운전에 개입하지 않은 탑승객에게 사고 책임을 묻는 건 무리가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제조사들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며 맞서고 있다. 최근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황승호 기아자동차 부사장은 '자율주행차 사고의 법적 책임'에 대한 질문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식이 바뀌지 않겠는가"라며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스마트폰 제조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처럼 2030년쯤에는 자율주행차의 법적 책임 문제도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따라 해결되리라 본다"고 답한 바 있다.

종국에는 운전대로부터 해방을 가져올 자율주행차에 대해 사회 전체가 열광하는 것은 무엇보다 교통사고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는 컴퓨터로 작동하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만큼 시스템 오류가 생기고 해킹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복병이기도 하다. 누군가 악용할 마음으로 해킹한다면 자율주행차는 순식간에 총보다 무서운 흉기로 둔갑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해킹 문제는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해킹에 성공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출신 해커와 보안기술 연구원은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지프 체로키 차량을 해킹해 16㎞ 떨어진 집에서 컴퓨터로 원격 조정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이들은 운전대나 브레이크는 물론, 에어컨이나 창문까지도 마음대로 움직이며 깜짝 놀라게 했다. 해당 차량을 제조한 피아트·크라이슬러사는 해당 차량을 리콜 조치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지었다.

통신상의 해킹이 자율주행차 보안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공승현 카이스트 교수는 "자율주행차의 눈과 귀가 되는 센서 역시도 해킹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센서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신호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보안 기술이 적용된 통신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언제 어디서든 해킹이 이루어질 수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센서가 다양한 만큼 여러 방식으로 위협할 수 있다"면서 "예를 들면 존재하지 않는 환영을 보고 갑자기 운전대를 꺾거나 마치 앞에 산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툴루즈 경제대학교 장 프랑수아 보네퐁 교수팀의 '자율주행차도 윤리적 실험이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논문.

자율주행차가 인명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이도록 알고리즘을 짜야 되는지 윤리적인 문제도 하나의 과제이다. 작년 10월 프랑스 툴루즈 경제대학교의 장 프랑수아 보네퐁 교수팀이 발표한 '자율주행차도 윤리적 실험이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는 세 가지 상황을 제시하며 자율주행차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물었다.

상황 A는 자율주행차가 달리는 도중 앞에 갑자기 10명의 사람이 뛰어들었고 방향을 틀면 다른 보행자 1명을 치게 된다. 상황 B는 앞에 보행자 1명이 나타났고 방향을 틀면 운전자가 다치고, 상황 C는 10명의 사람이 앞에 나타났고 방향을 틀면 운전자가 다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황 B에 대해서는 운전자의 목숨을 중시했다. 1명의 보행자를 위해 운전자의 목숨을 희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상황 A에 대해서는 희생자 수가 적은 쪽을 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상황 C의 경우도 다수보다는 운전자 1명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대답이 많았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누가 최악의 상황에서 자신을 희생시킬 차를 구입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지만 분명히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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