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처럼 편의점 진출에 따른 규제 있어야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주민등록등본이나 토익성적표같은 서류도 24시간 발급할 수 있고 택배도 되고 얼마 이상 사면 물건도 배달도 해 주던데요. 1+1이나 2+1같은 행사도 많아서 마트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도 안 들어요. 오히려 골목마다 있으니 가까워서 더 자주 가요"

근거리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GS25.

자신이 다니던 서울의 대학교 근처에서 4년째 자취를 하고 있는 박 모씨(26)는 편의점에서 모든 상행위를 해결하고 있다. 마트처럼 쇼핑한 물건을 집까지 배달해주기도하며 박씨같은 싱글족을 겨냥한 소량포장 품목도 편의점이 가장 다양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서류 발급도 할 수 있게 돼 프린터를 설치하지 않은 박씨는 전에 이용하던 동네 문구점보다 더 자주 찾고 있다.

편의점이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확대하며 사업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커피·제과는 물론이고 복사·인쇄·배달 등의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이 때문에 동네 상점이나 문구점 등 전통적인 골목상권이 점점 영업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의 CU 점포수는 지난해 8,408개에서 지난 9월 말 9,142개로 734개 증가했고 GS리테일의 GS25는 같은 기간 8,290개에서 9,045개로 확장됐다. 롯데쇼핑의 세븐일레븐은 7,230개에서 7,709개로 479곳의 점포가 새로 생겼다.

편의점의 점포수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동네슈퍼인 나들가게는 642개 줄어들었다. 동네슈퍼에 '나들가게'라는 간판을 달고 쇼핑환경, 경영 및 서비스를 현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2017년까지 4년간 매년 2,500개씩 모두 1만개의 나들가게를 늘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이 중소기업청에서 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나들가게(동네슈퍼) 수는 2012년말 9,704개에서 2014년 9,062개로 642개나 줄어들었다. 나들가게의 연간 매출도 급감했다. 나들가게의 연간 매출은 2013년 1조8,923억원에서 지난해 1조8,508억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동네 슈퍼의 급감이 반드시 편의점 증가에 직접적 원인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최근들어 영업 범위를 확장하는 편의점이 급증하면서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CU 대덕대 카페테리아점의 베이커리와 고객 휴게공간.

최근에는 편의점의 취급 품목이 증가하면서 슈퍼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 개인사업자 창업은 949만개이었으나 폐업은 793만개로 창업자의 약 16%만이 생존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편의점이 골목마다 침투하면서 끊임없이 자영업자를 밀어내는 모습이다.

최근 편의점들은 대기업 유통망을 활용한 농수산물 및 신선식품 판매는 물론 1인 가구를 겨냥한 도시락,택배,배달 서비스,공과금 납부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팽창시키고 있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대학가 등에 위치한 편의점은 컬러복사와 출력서비스는 물론 주민등록등본과 토익성적표를 24시간 연중무휴 발급한다. 대학 근처의 문구점들은 모두 폐업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고 혀를 내둘렀다.

서울의 한 대학교 내 인쇄소 관계자는 "요즘은 대형마트보다 무서운 게 편의점이다. 대형마트는 규제라도 받지만 정작 우리같은 사람들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편의점은 그런 법도 안 통하는 것 같다"면서 답답해했다. 이처럼 편의점의 사업 확장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중소유통상인들이 늘고 있지만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과는 달리 편의점 진출에 따른 규제 방법이 없어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자료는 없으나 최근들어 편의점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익이 되는 모든 상품을 판매해 골목 상권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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