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변화보다 안정' 택한 이재용 부회장, 금년엔 어떤 선택할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삼성그룹의 사장단 연말인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삼성은 지난해에도 12월 1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음을 보여준바 있다. 금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어떤 색을 드러낼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3명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1명이 대표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8명이 보직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 바 있다.

14~18명의 보직이 변경됐던 예년에 비해서는 소규모 인사 변화였다. '성과있는 곳에 보상있다'는 삼성의 인사 원칙을 철저히 적용해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도 비껴갔다.

여성과 외국인 인재를 대거 발탁하고 능력 위주의 파격 인사를 포함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이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철학을 알렸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처음 인사를 단행한 이 부 회장의 인사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장처럼 '능력'에 중심을 두면서도 젊은 삼성을 향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감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연령과 연차를 불문하고 탁월한 실적을 거둔 젊은 인사를 발탁해 30대 해외 현지인의 본사 임원 승진이 2명이나 이뤄졌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실리콘밸리연구소의 프라나브 VP와 삼성전자 미국법인 컨슈머영업 데이브다스 SVP가 각각 33세, 39세로 상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앞서 사장단 인사에서도 1960년대생 사장으로 대폭 물갈이하는 등 삼성을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변화시키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엿보이기도 했다.

올해 역시 이같은 기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에 이어 승진 규모는 최소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이 미미한 수준이며 다른 계열사들의 전망 역시 그다지 밝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인사에서도 삼성전자 전체 실적의 버팀목을 한 DS와 기대에 못미친 IM 부문 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은 이미 삼성그룹의 사업재편 과정에서도 1등을 할 수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재편하는 실용주의를 강조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화학계열사 매각이다. 삼성그룹 입장에서 화학계열사는 외형에 비해 수익성은 따라오지 못하는 대표적 업종이었다.

한화로 넘어간 한화토탈의 지난해 매출은 8조 8,000억원에 달했지만 영업이익은 1,700억원에 그쳤고 한화종합화학은 2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에도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로의 매각이 결정된 삼성정밀화학 역시 지난해 1조2,000억원의 매출에 2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바 있다.

삼성그룹의 중심사업부인 전자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삼성전기는 지난 6월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모터 사업에서 손을 뗐고 이후 파워·튜너와 전자가격표시기(ESL) 사업의 분사를 결정했다.

재계에서는 이에따라 이번 연말 인사에서는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을 주도할 인물들과 지속 성장을 맡을 참신한 인물들을 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관심이 높은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나 이부진·이서현 사장의 부회장 승진과 같은 오너 일가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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