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 보이는 中 IT산업

한국보다 더욱 빨리 성장하는 분야도 존재

스마트폰·핀테크 산업의 '간편결제' 돋보여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지난 2012년, 중국의 샤오미를 가장 주시해야 할 업체라고 꼽았을 때 모두가 비웃었습니다.” 한 중국 유통 전문가의 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로컬 기업은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싸구려'로 인식된 중국산 제품 중 수준급의 품질을 자랑하는 것들은 오히려 '대륙의 실수'로 불릴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가장 경계해야 할 곳 0순위가 중국 기업이라는 데에 이견을 내놓을 이는 없다. 중국의 변화가 가장 먼저 감지된 스마트폰 부문부터 일상 생활용품을 비롯해 나아가 첨단 IT 기술을 구현하는 핀테크까지,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는 거침이 없다. 20여 년 간 IT 강국이란 자부심을 지녀온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 업체의 선전은 국내 업계의 위기로 읽힌다. 캐시카우였던 산업에서 밥그릇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협이 느껴진다.

아울러 세계 주요 시장으로 거듭난 중국 시장의 문턱은 이들 기업의 선전에 더욱 높아지고 있다. 빠른 속도로 대륙을 장악한 현지 기업들은 가격은 물론 궤도에 오른 기술력으로 현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10월 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15에 참가한 중국 기업 화웨이의 전시관.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브랜드 밀어낸 중국산 스마트폰

지난 11일 중국에는 사상 초유의 쇼핑 광풍이 불어닥쳤다. 중국의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광곤절’ 하루 동안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900여억 위안(약 16조 원)을 쓸어 담았다. 광곤절 특수에 가장 득을 본 곳은 화웨이다. 알리바바의 업체별 매출 집계에 따르면 화웨이 스마트폰은 모든 업체 중 유일하게 10억 위안을 넘겼다. 뒤이어 유니클로, 샤오미, 메이쭈 순으로 높은 판매액을 기록했다. 상위 4개 업체 중 유니클로를 제외한 3개 업체는 모두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다.

사실 샤오미는 이미 지난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4%의 점유율로 삼성전자(12%)를 추월했다. 그 다음 분기의 점유율 격차는 더욱 높아졌다. 올해에는 샤오미보다도 화웨이 스마트폰이 현지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18.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2%대에 머문 샤오미와 레노버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현재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사실상 애플, 화웨이, 샤오미 3강체제로 돌입했다.

내수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의 성장세도 무섭다.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전년 대비 71% 성장해 점유율 8.4%를 기록하며 삼성전자(24.6%), 애플(13.7%)에 이어 3위를 달렸다. 그동안 저가 모델을 내세워 재미를 보았지만 플래그십 제품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들은 원가 우위를 넘어선 질적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48개국에 출시된 화웨이의 플래그십 제품 ‘화웨이 메이트 S’는 뛰어난 품질과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

기본 영역을 넘어선 거침없는 사업 다각화도 눈에 띈다. 샤오미는 스마트TV, 보조 배터리처럼 예측 가능한 제품군이 아닌 1인용 전동스쿠터를 내놓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300만~400만 원인 기존 제품의 10% 가격으로 출시된 샤오미의 ‘나오미 미니’는 올해 하반기 가장 혁신적인 제품 중 하나라는 평을 듣는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중국발 업체의 국내 공습을 예견한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 화웨이는 알뜰폰을 통해 진출했으며 레노버 또한 중저가 제품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아직은 국내 소비자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 않지만, 차기 모델을 지속적으로 내놓았을 때의 결과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활짝 핀 중국 핀테크 산업…‘낄 틈’ 안보여

역습의 낌새는 IT 산업의 새 먹거리인 핀테크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인터넷과 금융을 융합한 핀테크의 가장 보편화된 기능은 ‘간편결제’다. ‘알리페이’로 대표되는 중국의 온라인 금융 수단은 결제뿐 아니라 전반적인 금융 활동을 아우른다. 온라인 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사용하는 알리페이는 가입 회원 8억 명을 유치했으며 중국에 전자상거래 혁명을 일으킨 주역이다.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의 물품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탄생한 알리페이는 상품 결제뿐 아니라 대출, 재테크는 물론 공과금 납부까지 가능하게 한다. 이는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2015국제콘텐츠컨퍼런스'에서 이진 카카오 핀테크 전략사업본부 파트너장이 밝힌 ‘카카오페이’의 청사진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진 파트너장은 이날 발표에서 “2년 안에 카카오페이를 생활형 금융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카카오페이에 공과금 섹션을 만들어 간편하게 납부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공과금을 공지하는 등 알리페이보다 더욱 친절하고 진화된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앱을 통한 공과금 납부 등은 알리페이가 먼저 선보였으며 ‘지갑이 필요 없는 페이시대’가 중국에서 먼저 시작된 것은 확실하다. 중국 현지 소비자들은 한국 소비자들보다 더욱 빠르게 일상 생활과 핀테크가 연결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한국의 각종 '페이'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뛰어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내년 상반기 중국 진출 예정인 '삼성페이'는 최신 스마트폰 4개 기종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범용성이 낮은 게 약점이다. 국내 출시를 앞둔 LG페이는 화이트카드라는 별도의 결제 수단을 들고 다녀야 하므로 휴대성이 다소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오히려 국내에서 ‘큰손’ 유커를 의식해 중국의 간편결제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알리페이는 현재 국내 결제 대행업체 이니시스와 제휴하고 있으며 최근 롯데 면세점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텐센트 ‘위챗페이’는 국내의 하나카드와 손잡고 진출했다. 하나카드는 유커의 발길이 필연적으로 닿는 면세점을 비롯해 이니스프리, 커핀그루나루 등 다양한 매장에서 위챗페이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유커들을 겨냥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 상륙한 알리페이 등의 앞날은 대체로 밝다. 앞서 조진곤 전자결제업체 다날 중국법인장은 "알리페이와 텐센트가 중국 시장의 80% 가까이 점유하고 있고 규모의 경제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국제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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