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림프종 투병으로 메르스 음성·양성 판정 반복돼

'감염력 없다' 판단에도 격리 조치 유지…암치료 못해

국네 메르스 환자 '0'… 공식 종식 선언할지는 미지수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국내 마지막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로 남아 있던 80번 환자가 결국 숨을 거뒀다. 질병관리본부는 25일 80번 환자(35)가 이날 오전 3시쯤 합병증 등의 후유증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메르스 감염 전 악성림프종으로 투병 중이던 80번 환자는 지난 6월 확진 판정을 받은 뒤 172일 동안 메르스와 싸워 왔다. 암 투병으로 면역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80번 환자의 회복력은 일반 환자보다 회복력이 한참 더딜 수밖에 없었다. 항암제를 쓰면 면역력이 떨어져 체내 메르스 바이러스가 번졌고, 항암제를 끊으면 암이 퍼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당초 이 환자는 지난달 초 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고 이틀 뒤 퇴원했지만 일주일 후 다시 바이러스가 나와 재입원했다. 이후에도 메르스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과 양성의 경계 수준으로 판정됐다. 항암제 투여로 면역력이 떨어진 까닭에 메르스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과 양성을 반복하는 등 명확하게 음성 판정을 받지 못한 것이다.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주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WHO 전문가들과 토론한 끝에 바이러스의 일부 조각이 몸 속에 있다가 떨어져 나와 호흡기로 배출돼 유전자 검사에서 발견된 것이라는 해석을 들었고, 우리도(서울대병원 의료진) 이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메르스 감염력이 없는데도 반년 가까이 계속된 격리 조치로 제대로 된 항암치료를 못 받고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던 80번 환자 가족들의 호소도 재조명 받고 있다. 80번 환자의 아내 배모(36)씨는 최근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전염력이 없다고 주장하던 당국과 병원이 남편을 계속 격리실에만 놓고 제대로 된 암치료를 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달만 해도 4일부터 6일까지 연속으로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질병관리본부는 김 씨에 대해 격리 해제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다른 환자는 두 번 연속 음성 판정이 나오면 격리 해제하는 기존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만 80번 환자는 특별한 판단 기준을 적용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당국과 병원이 감염력이 없다고 하면서도 격리 조치를 풀지 않고 암 치료에 소극적이던 와중에 80번 환자는 끝내 사망했다. 그의 사망으로 현재까지 사망한 메르스 환자수는 38명이 됐다. 국내 메르스 감염자는 지난 5월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6달여 만에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다만 아직까지도 메르스를 앓았던 3명은 후유증으로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방역 당국은 메르스 환자가 1명도 남지 않게 된 날로부터 메르스 최장 잠복 기간인 14일의 2배, 즉 28일이 지나는 시점을 메르스 공식 종식 시점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이 메르스 종식을 선언할지는 불투명하다. 이미 WHO(세계보건기구)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 '전파 가능성 해소'(the end of transmission)라는 판단을 한 바 있어서 공식 선언을 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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