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트렌드 ⑤ 친환경 소재 집]

'새집 증후군' 과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 등으로 친환경 자재 활용 집 인기

황토집·목조주택·스트로베일 하우스·어스백 하우스..아파트 리모델링도

새집증후군 등 질환에서 자유로운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집이 인기다. 사진=유토이미지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신축 아파트에 2년 동안 살았던 A양(10)은 아토피성 피부염에 시달리며 밤마다 몸을 긁느라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본래 자잘한 질병과는 거리가 멀었던 A양은 천식까지 심해졌고, 보다 못한 A양의 부모는 주거 환경을 바꿔보자는 일대 결단을 내렸다. 이들은 발품을 팔아 직장과 멀지 않은 교외에 적당한 부지를 구했고, 경량 목조주택을 지어 이주했다. 불과 몇 개월 후 A양의 알레르기성 질병들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2000년대 초부터 한국 사회에서는 ‘새집증후군’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새집증후군은 새 집에 입주한 뒤 건물의 건축자재나 벽지에 포함된 유기화합물질의 실내 배출로 각종 알레르기성 질병과 두통 등이 생기는 현상이다. 새집증후군을 겪는 이들이 늘면서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집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편리함의 대가로 건강을 해치는 집이 아닌,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건강한 집’에 대한 욕구가 커진 것이다.

정보를 모으고 시공업체를 고르는 등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친환경 소재 하우스'는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믿음직한 집이다. 비단 건강을 생각하는 차원을 떠나서, 친환경 자재를 활용한 인테리어는 정서적인 포근함을 제공하며 질리지 않는다. 고급스러운 원목 마루, 친환경 마감재를 사용한 벽면은 미적 완성도가 높아 모든 연령대에서 인기가 높다.

황토집(위)과 목조주택. 사진=전국흙집짓기운동본부·영상 캡처

자연의 기운 담은 친환경 주택 건축… 황토집·목조주택·스트로베일 하우스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친환경 주택 유형은 황토집(흙집)이다. 온갖 첨단 소재가 쏟아져 나오지만 천연 건축 소재인 황토의 인기는 오히려 더 늘고 있다. 항균과 탈취·습도 조절에 용이한 황토집은 고효율 단열 시공으로 에너지 냉·난방을 최소화하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트렌드에 어울리기도 한다. 또한 황토 자재는 원적외선과 음이온을 방출하므로 스트레스 해소, 혈액 순환 촉진, 피로 해소 등에도 탁월하다.

그러나 황토집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벽체 갈라짐’을 떠올리고 시공을 망설인다. 황토가 마른 뒤 균열이 발생하면 미관상 깔끔하지 않고 먼지가 발생하며 다시 메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들인 ‘심벽치기’ 작업을 거치면 하자가 발생할 확률이 낮다. 심벽치기란 벽에 대나무나 잔가지로 심을 만들고 한 무더기 흙 반죽을 들고 체중을 실어 벽에 힘껏 밀어붙이는 작업이다, 빈틈없이 마음을 담아야만 심 사이로 흙을 제대로 채울 수 있다고 해서 ‘심벽(心壁)치기’라 부른다.

한편 황토집을 짓기로 마음먹은 이들은 돌다리도 두들기는 신중함을 갖춰야 한다. 황토집이 친환경집으로 각광받으며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황토벽돌 공장 중 수익성만 생각하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황토벽돌의 출하 시기를 앞당기려고 황토에 경화제를 넣거나 생석회, 백시멘트 등 첨가물을 섞는 업체도 더러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벽돌은 황토벽돌의 고유 기능인 숨 쉬는 기능을 마비시키고 유익한 미생물을 모두 죽인다. 결국 무늬만 황토집일 뿐 진정한 황토집 효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전원주택 소재로 가장 인기가 높은 나무도 대표적인 친환경 자재다. 목조 주택은 주택 전체가 일체화된 구조로 이루어져 안전성이 우수하다. 목재 부재는 충격과 진동을 흡수할 수 있어서 저항력이 높은 편이다. 내구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아름다운 외관과 편리한 유지·보수가 장점이다. 게다가 웰빙 자재인 목재는 유해 물질이 발생시키지 않고, 단열도 우수하며 습도조절력이 좋아 쾌적한 실내 환경을 조성한다. 이에 따라 관리비 및 냉·난방비를 아낄 수 있다.

다만 목조 주택은 상대적으로 방음이 약한 건축물이다. 또 불에 쉽게 타는 나무로 지었기 때문에 화재에 대한 민감성이 높은 이들은 목조 주택을 꺼리기 마련이다. 사실 화재가 일어났을 때 안전성 문제는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화재 발생 시 구조적인 안전성 문제는 오히려 목구조물보다 철구조물이 취약한 편이다. 목재의 단열 성능이 철보다 우수하므로 오히려 높은 온도에서 구조 성능의 약화는 목구조물에서 더욱 늦게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목구조 주택의 내장재로 불연성 내장재를 선택한다면 화재 걱정을 한층 덜어낼 수 있다.

한편 목조 주택은 가벼운 목재를 주재료로 하는 경량 목구조 주택과 상대적으로 두꺼운 목재를 활용하는 중량 목구조 주택으로 나뉜다. 일반적인 목조 주택이나 대부분의 펜션이 경량 목조 주택이다. 중량 목조주택으로는 대규모 주택이나 전통 한옥 등을 들 수 있다.

스트로베일하우스. 사진=영상 캡처

이 밖에도 외국에서 들어온 '스트로베일(Strawbale·짚단) 하우스'와 '어스백(Earth Bag) 하우스'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압축 볏단으로 지은 스트로베일하우스는 짚을 압축해 강도가 상당한 블록을 쌓아 만든다. 자연 소재를 사용한 만큼 단열 효과가 높으며 산소가 들어갈 틈이 없어 화재에도 강하다. 외국의 안전 테스트 결과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벽은 섭씨 1000도가 넘는 고열로 2시간 넘게 가열해도 전혀 불이 붙지 않았으며 반대편 벽의 온도 상승은 5도 이하였다.

어스백 하우스는 흙 부대를 쌓아 올려서 만드는 집으로 나무나 철근으로 뼈대를 세운 뒤 그 중간을 흙 부대로 채운다. 흙 부대를 쌓아올린 뒤 안과 밖을 황토 미장으로 붙이고 방수 코팅으로 마무리한다. 어스백 하우스는 미국 NASA에서 달에 기지를 세울 목적으로 개발한 건축 방법이다. 우주로 철근 등의 장비를 가져갈 수 없으니 현지(달)의 재료만으로 만들 수 있는 건축물을 생각하다가 탄생한 공법이다. 이러한 어스백 하우스는 인건비를 제외하면 가장 저렴한 건축 비용을 자랑한다.

친환경 바닥재를 사용한 내부 인테리어. 사진=LG하우시스

자연 끌어들인 친환경 아파트 리모델링

현실적으로 주거지를 바꿀 수는 없지만 건강한 집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은 ‘친환경 리모델링’을 대안으로 삼는다. 어린이의 부모들은 물론, ‘자연주의’ 키워드로 인테리어를 완성하고 싶은 이들은 화학 처리를 하지 않은 천연 자재로 집을 꾸민다. 자연의 순수 원료를 주성분으로 한 친환경 마감재와 친환경 페인트 등은 공해가 심한 도심 속 아파트도 안전한 보금자리로 재탄생시킨다.

거주자와 직접 닿는 바닥재는 보통 합판마루나 강화마루가 사용된다. 목재는 표백 처리 등의 가공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첨가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이에 최근에는 첨가제를 쓰지 않고 친환경 가소제를 활용한 마루재가 주목받는다. 건축자재 기업 KCC의 ‘숲그린’과 인테리어 업체 구정하우징의 ‘Nex마루’ 등은 유해물질이 거의 나오지 않고 안전한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바닥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친환경 소재 벽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대부분 가정은 실크 벽지(PVC 벽지)를 사용하는 데, 용제형 접착제를 사용하므로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기 쉽다. 이에 고운 입자의 황토나 고령토를 한지에 침투시킨 황토벽지, 소나무를 분쇄해 제조한 소나무 황토 벽지, 천연쑥을 특수가공해 처리한 쑥 벽지 등 온갖 천연 벽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벽지뿐 아니라 자연의 원료가 주성분인 천연 페인트의 공급도 증가했다. 아마인 유, 오동나무 유 등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한 제품들이 눈길을 끈다.

아예 설계 당시부터 친환경 주거 트렌드를 고려한 아파트도 늘고 있다. 최근 분양을 시작한 KCC건설의 ‘한강 신도시 2차 KCC스위첸’은 마루, 가구류, 목문, 도배지, 각종 필름지, 접착제 등 전반적인 시공 과정에서 친환경 소재를 채택했다. ‘경주 황성 KCC스위첸’은 자연형 실내 환기 시스템을 적용해 입주자의 건강을 고려했다. 제일건설의 ‘전주 만성 제일풍경채'와 LH '인천가정 9블럭'도 채광 및 통풍을 극대화함은 물론 친환경 마감재를 사용해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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