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트렌드 ③ 내 집 짓기 바람]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 아파트 생활에 회의 느끼는 사람들 늘어

복잡하고 까다로운 '집 짓기 과정'… 땅 사기부터 건축허가, 설계·시공까지

최근 들어 복제품처럼 지어놓은 아파트에 싫증을 느껴 자신만의 공간을 직접 만들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이민형 기자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43·남) 씨는 올해 초 2억 5,000만원을 들여 경기도 평택에 있는 250여 평 규모의 전원주택 부지를 구입했다. 김 씨는 "어릴 적부터 줄곧 아파트에만 살았는데 획일적인 공간에서 수천 가구가 살아가는 것에 언젠가부터 갑갑함을 느끼기 시작했다"면서 "우리 가족들의 취향을 반영한 개성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내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조만간 건축가를 찾아가 설계를 의뢰하고 시공업체에 직접 맡길 생각이다. 그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최대한 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해 특별한 집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요즘 김 씨처럼 건축사들이 복제품처럼 지어놓은 아파트에 싫증을 느껴 자신만의 공간을 직접 만들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지난 7월부터 서울 시내 아파트를 떠나 경기도에서 단독주택 생활을 시작한 일식 요리사 한모(52) 씨는 만족감을 나타냈다. "거실과 주방, 방 3개의 주택 구조를 당연하게 여겼었는데 우리 집 설계에 관여하며 방이 2개면 충분하고 거실보다는 주방을 넓게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무엇보다 층간소음이 없어 좋고 빼곡한 건물들 대신 나무들이 보여 전원생활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한 씨의 이웃들도 대부분 서울 생활을 접고 경기도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 분양된 단독주택용지는 총 2,842필지 1조386억원어치로 2013년(2617필지 6,792억원)보다 1.5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위례, 하남 미사, 남양주 별내 등 수도권에서 분양된 점포 겸용 주택용지는 완판됐으며 최근 제주공항 인근 삼화지구 주택용지는 청약 공모 사상 최고 경쟁률인 5,142 대 1을 기록했을 정도다.

실제 젊은 건축가들 중심으로 도심 속 낡은 주택을 허문 자리에 집을 짓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AAPA 건축사사무소

왜 그들은 '내 집' 지으려 하나… "어떤 삶 살 것인가?"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내 집 마련이 꿈'이 마치 의무처럼 된 한국 사람들에게 건축평론가 에드윈 헤스코트가 자신의 책 <집을 철학하다>에서 던지는 이 질문은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그는 책에서 집이 곧 삶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한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결국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와 다르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내 집 짓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급속한 경제 성장 속에서 자신의 거처를 선택할 주관이 없었던 중년층들은 소위 말하는 '아파트 공화국'에 뿌려진 집을 골라 살았다"면서 "그들이 중년이 되면서 내가 계속 여기서 살아야 되는가, 내 아이들은 계속 여기 둬야 하는가 하고 회의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박 교수는 "아파트 생활은 안정적인만큼 권태롭고 무료하게 느껴질 수 있다"면서 "그에 대한 누적된 피로감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이 언론과 입소문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건축 정보가 보편화됐고 평소 집을 짓고자 했던 사람들의 열망에 불을 지폈다. 박 교수는 "건축가들이 개입해 지은 집들이 음으로 양으로 많이 알려진 것도 내 집 짓기 바람에 한 몫했다" 밝혔다.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중년층뿐 아니라 젊은층들도 내 집 짓기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신혼부부 주거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전체 2,677 가구 중 84.7%가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일반 가구(79.1%)보다도 내 집 마련 의지가 높은 셈이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내 집 마련의 필요성을 느끼는 신혼부부가 많았으며 그들이 맞벌이 하는 이유도 주택비용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내 집 마련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직접 집을 짓겠다고 나선 젊은층이 늘었다.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이 아닌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보금자리를 가지고 싶다는 욕구와 전원생활에 대한 갈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실제 젊은 건축가들 중심으로 도심 속 낡은 주택을 허문 자리에 집을 짓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 필지에 같은 모양의 집이 나란히 지어진 '땅콩 주택'부터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협소 주택'까지 굳이 아파트가 아니어도 서울 내에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내 집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나고 있다. 협소주택은 1951년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일반적으로 약 50㎡ 이하 토지에 세워진 좁고 작은 집을 뜻한다.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로 일본의 땅값이 하락하면서 도심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늘며 협소주택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도시 내 땅값이 무차별적으로 올랐고 매매나 월세 가격 역시 치솟았다. 이러한 일본의 경제 변화는 협소주택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고 한국 주택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집을 짓는 절차는 일반적으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을 사고,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긴 뒤, 설계한 내용대로 시공해 달라 시공사에 요청하는 순으로 이뤄진다. 사진=U-HAUS 제공

까다로운 '집 짓기 과정'… 땅 사기부터 설계·시공까지

막상 집을 짓겠다고 결심하고 자세한 과정을 알아보면 내 집 짓기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건축 분야의 용어도 낯설고 땅을 사는 것부터 건축 계획을 잡기까지 시작도 하기 전부터 알아야 할 것이 많다. 집을 짓는 절차는 일반적으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을 사고,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긴 뒤 설계한 내용대로 시공해달라고 시공사에 요청하는 순으로 이뤄진다.

이전에는 설계와 시공 과정을 분리하지 않고 묶어서 맡겼지만 요즘에는 설계와 시공이 따로 분리돼 이뤄진다. 간혹 시공사에서 무료로 설계해주겠다며 접근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집 짓는 비용 대부분이 설계 단계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설계에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을 아까워하면 안 된다. 혹시 공사 중간에 설계를 변경하게 되면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비용까지 증가한다.

통상적으로 설계도면은 건축사무소에 의뢰한다. 설계는 주택의 뼈대를 구성하는 기본설계, 건축물 재질을 결정하는 중간설계, 건축 허가, 전기 및 통신 결정 순으로 진행된다. 설계 단계에서 건물을 어디에 배치하고 방을 몇 개 만들어 어디에 놓고 크기는 얼마로 할 것인지 결정하고 마감재 등도 선택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건축가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 전문가들은 "집을 짓기 전에 평소 삶에 대해 고민하고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좋다"면서 "집을 설계하면서 자기 자신과 가족에 대해 깊이 알게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심오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설계비는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단독주택의 경우 전체 비용의 5%가량을 차지한다. 건축비는 3.3㎡당(1평)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박 교수는 "문짝 하나를 놓고 봐도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을 사용하느냐 목수가 직접 붙이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일반적인 가격 자체를 논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비싼 돈을 들였다고 무턱대고 좋은 집이라고 할 수 없지만, 싼 데 좋은 집도 없다"고 강조했다.

설계를 마치면 시공사를 선택해야 한다. 최대한 많은 견적을 받아서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시공 견적을 받을 때는 공사비 지급 방법과 시기도 미리 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어음보다 현금 결제할 때 금액이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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