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트렌드 ① 도심 속 마당 있는 집]

아파트형 주거 방식에서 벗어나 전원 생활 누리고픈 욕구 반영

단독주택 또는 땅콩주택·테라스하우스·타운하우스 등 새 바람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중학교 3학년 때 한국을 떠나 호주로 이민 간 박 모(26)씨는 10여 년 만에 서울을 찾았다. 박 씨는 그 사이에 복잡해진 도심 풍경에 깜짝 놀랐다.

경기도 파주 타운하우스인 헤르만하우스. 사진=종로자산관리
박 씨는 "어린 시절에도 아파트가 많았었지만 여기저기 아파트가 너무 많고 인구밀도가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면서 "한국 사람들이 전원 생활을 동경한다고 들었는데, 10년 전에는 한국에서 은퇴한 노인들이 사는 것으로 인식되던 '전원주택'이 왜 인기가 많은지 이제 이유를 알겠다"고 말했다.

박 씨가 한국에 살던 십여 년 전만 해도 전원주택의 의미는 일선에서 물러난 50~70대 장노년 층이 교외 한적한 곳에 사는 집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답답한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전원 생활을 꿈꾸는 30~40대 실수요자들이 늘었다. 이런 요구에 발맞춰 업계는 김포·수원 등의 도심에 위치하면서 가격 부담도 줄인 중소형 전원주택을 내놓고 있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갖자 비용도 합리적인 전원주택이 중소형 가구가 대세를 이루는 아파트처럼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 늘어나는 추세

전원주택(단독주택)의 이 같은 인기는 부동산 침체로 인한 아파트의 담보가치 하락과도 연결된다. ‘재테크에 도움이 안 되는데 굳이 공동주택에서 불편을 참고 사느니 자유롭게 독립된 공간을 누리겠다’는 심리 변화도 작용하고 있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국민 1590명을 대상으로 현재 및 미래(30년 뒤) 거주 희망 주택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64.1%, 단독주택은 14.7%로 조사됐다. 그러나 30년 후 미래에도 계속 아파트에 거주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응답자는 28.7%로 낮아졌다. 반면 미래에 단독주택에 살겠다는 응답자는 41%로 증가했다. 타운하우스 및 테라스하우스에 현재 살고 있다는 응답은 0.4%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살겠다는 응답은 15.8%로 높아졌다.

또 2013년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 통계에 따르면 1월부터 7월까지 주택건설 실적(인허가·착공·분양준공)은 28만5422호다. 이 가운데 아파트가 11만8114호,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이 16만7323호로 통계가 실시된 이후 처음으로 단독주택 등이 아파트 건설 물량을 앞질렀다.

2015년 9월에도 착공 실적을 보면 아파트는 2만9,961호로 전년 동월 대비 10.1% 감소했으나 아파트 외 주택은 2만237호로 전년 동월 대비 48.8%나 증가했다. 준공(입주)실적 역시 아파트는 2만1,251호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5.2% 줄었으나 아파트 외 주택은 1만6,987호로 27.4% 늘어나 다양한 주택의 비율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마당 있는 집'을 원하는 사람들은 대개 재테크 관심보다 집의 정서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 획일적이고 답답한 아파트형 주거 방식에서 벗어나 개별 가구의 생활에 맞춰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외부 공간과 자신만의 시간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의 편리함을 포기할 수 없는 수요자들은 땅콩주택, 테라스하우스, 타운하우스 등 새로운 주거 형태 트렌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땅콩주택의 단점을 보완한 진화한 형태의 땅콩주택을 자랑하는 용인 동백지구 '까사델피노'. 사진=금장건설

땅 하나 집 두 채, 알콩달콩 '땅콩주택'

땅콩주택은 한 개 단독주택 필지에 벽을 공유하며 나란히 지어진 두 채의 집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듀플렉스 홈(Duplex home)으로 불린다. 땅콩처럼 하나의 껍데기에 비슷한 모양의 두 채의 집이 들어가 붙은 별칭이다. 캥거루 주택도 비슷하다. 필지 하나에 주택이 서로 안기는 형태로 지어진 캥거루 주택은 건축비는 최소화하고, 공간 활용은 최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땅콩주택은 도심에서 크게 멀지 않으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주택 시세와 관리비 면에서도 유리하다. 목조 구조의 단열과 최적화된 구조 설계를 통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아파트와 비교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마당과 다락이 있어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땅콩주택의 장점이다.

땅콩주택은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서울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2년 전 용산구 청파동3가 선린중 인근의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한 땅콩주택을 시작으로 종로구 이화동의 땅콩주택 등 다양한 모습으로 번지고 있다.

반면 땅콩주택은 한 필지에 벽을 공유해 집을 짓기 때문에 사생활 노출의 불편함, 관리 문제 등을 갖고 있다. 마당을 공유하기 때문에 정원의 잡초를 뽑거나 울타리를 관리하는 문제 등을 공동 소유자가 같이 해결해야 한다. 특히 거주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것은 '방음'이다. 목조 구조에 한쪽 벽을 같이 쓰다 보니 층간소음은 물론 측간소음까지 발생해 문제가 크다는 것이 거주자들의 지적이다. 이에 공급자들은 다시 목조에서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강화하는 등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단독주택 독립성과 아파트 편리함 합친 '테라스하우스'

GS건설이 경기도 수원시 광교신도시에서 분양한 테라스하우스 ‘광교 파크자이 더 테라스’ 투시도.

최근 수도권 지역에서는 테라스하우스가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테라스하우스는 일반 분양면적에 테라스를 추가 제공한 형태다. 테라스하우스는 비틀진 경사면을 이용해 계단식으로 지은 집이다.

일반적인 테라스하우스는 대지의 경사도에 맞춰 층이 올라갈 때마다 조금씩 뒤로 물러나는 구조로 집을 지은 뒤 아래층 옥상 일부를 위층 테라스로 쓰는 4층 이하의 저층 공동주택이다. 테라스는 각 세대의 생활방식에 맞게 정원, 카페, 바비큐장 등 원하는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고밀도 아파트 단지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자연을 가까이하며 가족들과 여유 있는 삶을 즐기기에 좋다.

지난 3월 인천 청라에서 분양한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는 최고 56대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광교 신도시 테라스하우스 ‘에일린의 뜰’은 같은 면적의 인근 아파트보다 2억 원가량 더 비싸다.

인천 논현지구에 모델하우스를 오픈 한 ‘한양수자인 아르디에’도 오픈 이후 수요자가 단시간에 몰리며 3일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테라하우스는 현재 적게는 1000만 원에서 1억 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상태다.

서울 한복판에도 '테라스하우스' 개념이 일부 적용된 집들이 공급되고 있다. 삼성물산이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에 구상 중인 '래미안 북한산 베라힐즈'에도 테라스하우스가 설치된다. 효성 역시 서울시 은평구 신사동에 분양하는 '은평 신사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일부 세대에 테라스하우스를 적용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지만 보안 등 이유로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수요자 사이에서 단독주택을 닮은 테라스하우스 인기가 높다"며 "특히 수도권 신도시나 택지지구에서 공급되는 중소형 테라스하우스는 청약경쟁률, 프리미엄 등에서 초강세"라고 설명했다.

테라스하우스를 선택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단독주택보다는 이웃집과의 거리가 가까워 층간 소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윗집이나 아랫집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길 때면 고기 굽는 연기가 들어올 수도 있다. 경사진 대지를 이용한 테라스하우스는 집 뒷면이 막혀 있어 맞통풍이 안 될 수도 있다.

단지가 작다 보니 커뮤니티 시설과 경비·보안이 취약할 수 있다. 아파트에 비해 관리비가 비싸고 분양가가 높다는 것도 단점이다. 전문가들은 "테라스하우스를 선택할 때는 사생활이 제대로 보호되는지, 커뮤니티센터나 첨단 보안장비가 설치돼 있는지, 층간 소음 상태는 어떤지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도 수원시 이목동에 조성 중인 타운하우스인 '이목파인힐스'.

전원주택의 단점 보완한 새로운 주거 형태 '타운하우스'

테라스하우스와 이름이 비슷한 타운하우스는 대개 2~3층짜리 단독주택이 50가구까지 모여사는 단지형 전원주택이다. 유지보수비가 많이드는 전원주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형태다.

타운하우스는 테라스하우스처럼 같은 구조와 인테리어가 아닌 거주자 취향에 따라 맞춤 설계가 가능하다. 타운하우스는 땅콩주택과 달리 단독주택이 모이는 대규모 단지로 별도의 건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층간소음이 없다. 또 전용 마당과 세대별 주차공간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입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아파트처럼 문화·레저 시설을 공유하거나 보안, 셔틀버스 등을 제공하는 편리함도 갖췄다. 테니스장, 수영장, 독서실, 테마 산책로, 어린이 놀이터 등 레저 문화시설을 설치해 아파트처럼 입주민 커뮤니티 형성이 용이하도록 했다. 이에 국내 굵직한 건설사들은 대부분 타운하우스를 조성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주택 문화는 고령화 시대에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후 살고 싶어하는 주거형태에 착안해 개발되기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3040세대가 어린 자녀들과 자연을 느끼며 살아가는 데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 세대들에게까지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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