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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독자적인 생존 능력을 잃고 저금리와 정책금융 덕에 겨우 연명하는 부실기업을 이르는 '좀비기업'은 경영권이 자주 바뀌고, 외부차입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계열사가 부실해지고, 장기간 판매 부진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용평가회사인 한국기업평가는 2005년부터 10년간 부도를 냈거나 기업회생절차,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73개 기업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특징이 도출됐다고 9일 밝혔다.

조직이 안정되지 못하고 경영진이나 대주주에 대한 의존도가 큰 중소기업에서 주로 나타나는 유형이 전체 분석대상 73개사 중 11개사가 해당됐다. 경영권이 바뀌고 분식회계나 횡령 등 관리 위험이 부각되면서 실적 부진→신규사업 투자확대→자금 부족→부실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 사이클을 몇 년간 반복하는 과정을 거치다가 부실이 발생한다. 최초 경영권 변동부터 부실 발생까지 평균 5년이 걸렸다.

또 사업다각화나 설비 증설 등의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원을 외부차입에 의존했지만 투자성과가 부진해 부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전체 분석대상 중 15개사가 이 유형으로 분류됐는데 중소기업이 10개로 대기업보다 많았다. 투자가 대규모로 이뤄졌다가 실적이 나빠지면 회사에 치명적 타격을 주기 때문에 부실 발생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3년 내외로 비교적 짧았다.

주요 거래처나 계열사의 부실이 전이되면서 연쇄부도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서 많이 나타났다. 금호, STX,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동반 부실화가 두드러졌던 2009년과 2013년에 주로 발생했다. 전체 분석대상 중 중소기업 4곳을 포함해 14개사가 이 유형에 해당됐는데 부실 발생 과정이 매우 짧은 특징을 보였다.

영업환경이 나빠져 제품 판매가 줄고 이로 인해 자금 사정이 악화돼 부실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부실의 경로를 밟는 판매부진형은 73개사 중 33개가 여기에 해당돼 가장 많았다. 상대적으로 대기업의 비중이 중소기업보다 컸다. 업종은 건설, 정보기술(IT), 제지, 조선, 해운 등 다양했지만 건설과 IT산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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