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기업 '발등에 불'…추가비용 수천억달러에 달할 듯

美 정부·기업, 일제히 비판 가세…대응책 찾기 위해 부심

사진 출처=AP/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서진 기자]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정보공유 협정이 무효라는 EU 최고법원 판결로 페이스북과 구글을 비롯한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등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AFP·블룸버그 통신 등은 6일(현지시간) 이번 판결로 EU 시민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규정한 '세이프 하버' 협정이 백지화됨에 따라 유럽에 진출한 미 IT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세이프 하버 협정의 적용을 받아 대서양을 가로질러 데이터를 전송 중인 미국 기업은 모두 4,400여 곳에 달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대서양 정보흐름'이 막혀버리게 돼 해당 기업들이 지불해야 할 추가 비용은 수천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한 대형 업계 단체 관계자가 블룸버그에 밝혔다.

이번 판결에 따르려면 미국 IT기업들은 유럽의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서버를 빌리거나 여유 자금이 충분할 경우 유럽에 추가로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거액을 투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FT에 따르면 아마존과 페이스북 등 인터넷 회사는 물론 유럽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IBM, 세일즈포스 등의 IT 기업들은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유럽 내 사업의 법적 기반 변경을 추진 중이다.

직격탄을 맞은 IT업계는 EU를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크리스 파딜라 IBM 부사장은 "이번 결정은 중요한 데이터의 흐름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단일 디지털 시장을 구축하겠다는 유럽의 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정보통신혁신재단은 온라인 성명을 통해 "미국과 유럽을 잇는 해저 광케이블을 도끼질로 자르는 것을 제외하고 이번 결정보다 더 미국-유럽간 전자상거래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맹비난했다.

구글, 아마존, 이베이 등의 인터넷 기업을 대표하는 업계 단체인 컴퓨터·정보통신 산업협회의 유럽 사무총장인 크리스 보르그렌은 "세이프 하버 협정의 유예가 유럽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특히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페이스북은 성명을 내 "EU와 미국 정부는 반드시 합법적인 데이터 전송을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수단을 계속 제공하고 국가안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해법 마련을 호소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유럽 내 서버 구축이 가능한 대기업보다는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더욱 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도 EU 최고법원의 판결을 규탄하면서 대응책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페니 프리츠커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은 이번 판결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이번 결정은 미국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잘못된 가정을 근거로 한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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