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발행시장 연간 10조~11조원 눈덩이…사용자 추적 쉽지 않아 골치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유통업계의 모바일 부문이 성장하면서 상품권 발행시장의 덩치가 연간 10조~11조원 대로 불어났다.

백화점들이 현행 최고 화폐인 5만원권 액면이 훨씬 큰 50만원권, 100만원권의 고액 상품권을 별다른 법적 규제를 받지 않고 임의로 발행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금처럼 사용되고 있는 상품권이 돈세탁이나 리베이트 제공같은 불법거래에 악용되는 것을 원천차단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을 재정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5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오제세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제출한 '상품권 불법 유통거래 제한 필요성 관련 조사' 보고서에도 "상품권은 고액권 발급이 가능한 데다 거래시 서명이 의무화돼 있는 수표와 달리 사용자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에 불법 자금으로 유통될 여지가 크다"며 "상품권에 대한 종합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상품권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는 상품권법이 1999년 폐지되면서 백화점 등이 1만원권 이상을 발행할 때 인지세를 내는 것 외에는 정부로부터 아무런 감시·감독 등 규제를 받지 않게 돼 마치 화폐처럼 사용되는 상품권시장이 통제불능 상태로 커졌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실제 유통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국내 상품권 시장이 10조~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 조폐공사를 통해 발행한 상품권 규모는 2009년 3조3,800억원, 2011년 4조 7,800억원, 2013년 8조2,900억원으로 급증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6조 8,900억원으로 주춤한 상태다. 백화점 대형마트의 발행 규모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유업계의 상품권은 2013년 3,531억원에서 지난해 4,613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전통시장 상품권도 6,043억원에서 7,192억원으로 늘어났다.

또 새로운 결제 수단인 모바일 상품권과 인터넷 상품권 및 선불카드 발행 역시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이같은 흐름을 감안하면 올해 상품권 전체 시장은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50만원권, 100만원권 등 고액의 상품권을 누가 사들이고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고액 상품권이 기업 비자금 조성이나 뇌물수수 수단 등 불투명한 자금 거래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상품권은 인지세만 내면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고 시중에서 현금처럼 사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백화점이 사실상 돈을 찍어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으며 "특히 1만원권 미만 상품권은 인지세조차 붙지 않아 대량으로 찍어내면 '검은 돈'으로 얼마든지 세탁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급전이 필요한 개인이나 기업이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하고 수수료를 뗀 뒤 되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상품권 깡'이 대표적인 불투명 거래라고 보고서는 지적하기도 했다. 한예로 백화점 인근 구둣방 등에서 주로 거래되는 할인 상품권 등은 이런 과정에서 유통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상품권 관련 소비자 피해는 연평균 2,000여 건에 달한다. 하지만 피해 구제까지 이어진 경우는 2010년 3.3%, 2011년 10.4%, 2012년 4.7%, 2013년 5.9%에 그쳤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일본은 2009년 제정한 '자금 결제에 관한 법률'로 상품권을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도 각 주에서 상품권 규제와 관련한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임동춘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장은 "우리나라는 상품권에 관한 규제가 미흡한 실정이기 때문에 일본, 미국, 캐나다처럼 규제 근거를 법률에 최소한으로라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임 팀장은 "현재 총 10여 개의 상품권 관련 법률이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각 부처에 흩어져 혼선의 우려도 있다"며 "보다 효율적이고 통합된 방식의 상품권 관련 법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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