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이틀째 폭락세…CEO 사퇴 임박설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서진 기자]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의혹의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 이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폴크스바겐 차량에 대한 조사에 나섰으며 우리나라도 조사 대상국에 포함됐다. 폴크스바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벌금과 손실에 대비해 65억유로(약 8조6,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아놓고 있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은 이날 전 세계적으로 약 1천100만 대의 디젤 차량이 '눈속임' 차단장치 소프트웨어를 통해 배출가스 테스트를 조작적으로 통과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폴크스바겐은 내부 조사 결과, 애초 알려진 규모보다 훨씬 많은 차량에 문제의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폴크스바겐은 "EA 189 타입 차량에서만 정지 테스트와 도로 주행 간의 배출가스 용량이 차이 난다"면서 이 타입의 차량이 1천100만 대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마르틴 빈터코른 최고경영자(CEO)의 사퇴설도 나오고 있다. 빈터코른 CEO가 오는 25일 이사회를 거쳐 물러나고, 후임에 마티아스 뮐러 포르셰 스포츠카 사업부문 대표가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고 일간 타게스슈피겔이 전했다.

전날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도 폴크스바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세골렌 루아얄 프랑스 환경에너지부장관은 폴크스바겐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면서 프랑스 자동차업체들에도 이런 일이 프랑스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음을 확실히할 것을 요구했다.

다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폴크스바겐이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미국과 독일 당국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U 차원의 즉각적인 특별 조치가 필요한지, 유럽 시장에 판매된 차량도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영국 정부는 이날 EU 집행위에 EU 차원의 조치를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어려운 상황임에 비춰보면 폴크스바겐이 완전한 투명성을 보여주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열쇠"라고 말했다. 그는 "교통부장관이 폴크스바겐 측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면서 "사실들이 가능한 한 빨리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교통부장관은 전날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폴크스바겐의 모든 디젤 차량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사에 즉각 나서도록 연방자동차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의 조작 사실을 처음 밝혀낸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이어 미국 법무부도 폴크스바겐에 대해 범죄 혐의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등이 보도했다.

우리나라 환경부도 미국에서 리콜 명령이 내려진 폴크스바겐 경유차 4종을 자체 정밀 검사해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앞서 EPA는 지난 18일 폴크스바겐 그룹이 미국의 자동차 배출가스 환경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눈속임했다면서 48만2천대의 디젤 차량에 대한 리콜 명령을 내렸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디젤 승용차가 검사를 받을 때는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실제 도로에서 주행할 때는 이를 꺼지도록 했다는 것이 EPA의 설명이다.

폴크스바겐 측은 혐의를 인정하며 미국에서 제타, 비틀, 골프, 파사트, A3 등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4기통 디젤차의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리콜과 판매 중단 대상 차량은 지난 8월 미국에서 팔린 폴크스바겐 그룹 차량의 23%에 해당한다.

이번 논란의 와중에 폴크스바겐 주가는 이틀 연속 폭락세를 보였다. 2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폴크스바겐 주가는 오후 4시20분 현재 전일 종가보다 18.84% 폭락한 107.30유로를 나타내고 있다. 장중 한때 101유로를 찍기도 했다. 전날 폴크스바겐 주가는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의혹에 18.60% 폭락을 경험한 바 있다. 이는 2008년 이후 7년 만에 최대 낙폭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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