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니진 인기 하락…와이드 팬츠 등 레트로 패션 재유행
옛 방식 흑백 촬영, 웨딩 사진으로 인기
다시 태어난 이발소, '바버숍' 등장

이드 팬츠 등 과거 유행했던 패션이 젊은 층 사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스파오 제공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주부 김미형(53) 씨는 얼마 전 대학생 딸에게 선물할 옷을 고르기 위해 백화점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매장 마네킹에 위풍 당당히 입혀져 있는 옷이 자신이 젊은 시절 자주 보던 옷들의 느낌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요즘 어린 학생들은 다리에 딱 붙는 바지만 즐겨 입는 줄 알았는데 통 넓은 바지가 유행이라니 놀랐다"면서 "오늘 매장을 나와 거리를 좀 더 세심히 살펴보니 확실히 복고풍 옷을 입은 학생들이 눈에 띄더라"고 말했다. 이날 김 씨는 딸을 위해 깔끔한 느낌의 와이드 팬츠를 구매했고, 딸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통 큰 바지'·'벙거지 모자'의 귀환

복고 트렌드를 논할 때 패션은 빠뜨릴 수 없는 분야다. 31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촌스러운 옷'으로 여겨지던 일명 '통 큰 바지'가 다시 거리로 나오고 있다. 온라인 패션 쇼핑몰 아이스타일24가 7월 1일부터 16일까지 여성 와이드 팬츠 판매량을 살펴본 결과, 전년동기 대비 102% 상승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핫팬츠와 미니스커트 판매량은 각각 전년대비 28%, 22% 감소했다. 스키니진 판매량 역시 전년보다 39% 감소했다. 쇼핑몰 옥션에서도 최근 한 달간(7월 28일~지난달 27일) 스키니진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세를 보였던 반면, 통·와이드팬츠 판매량은 656% 대폭 증가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몸에 딱 붙어 불편한 감이 있던 스키니진과 달리 통이 넓어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와이드 팬츠가 다시 유행 중"이라면서 "최근 복고풍 패션에 관심을 갖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관련 제품 출시도 봇물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니클로는 몸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과 달리 남자친구 옷장에서 꺼내 입은 것처럼 편안하다는 의미의 ‘보이프렌드 진’ 스타일의 제품을 최근 신상품 진열대에 올렸고,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가 입어 1990년대 중후반 젊은 층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패션 브랜드 ‘보이런던’도 새롭게 부활했다.

복고 열풍은 각종 액세서리에서도 읽을 수 있다. 온라인쇼핑몰 AK몰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6월 1일~7월 31일) 일명 ‘벙거지’로 불리며 90년대 패션을 떠올리게 하는 버킷햇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330%), 판매량은 4.5배(450%) 증가하며 모자부문 매출과 판매량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몇 년 새 스냅백(챙 부분이 납작한 일자 형태로 된 모자)의 인기가 높아진 가운데, 둥근 챙이 달린 볼캡(야구모자)도 다시 유행하고 있다. 볼캡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22% 늘어난데 반해, 스냅백 판매는 7% 증가하는데 그쳤다.

복고풍 보잉 선글라스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질스튜어트

더불어 최근 신세계백화점에서 올해 3~6월 선글라스 매출 1위를 차지한 제품은 '보잉형' 제품이었다. 미국 공군을 위한 디자인으로 시작한 보잉 선글라스는 역삼각형 알을 둘러싼 금속테가 특징이다. 2위에서 5위까지도 고전적인 느낌의 뿔테 선글라스가 자리를 잡았다.

이와 함께 레트로 운동화의 인기도 거세다. 실례로 아이스타일24에서 지난 2월 1일부터 26일까지 레트로 운동화 판매량은 전월 대비 200% 신장했다. ‘레트로’란 복고주의를 지향하는 패션 트렌드로 회상·회고·추억이라는 뜻의 영어 ‘Retrospect’의 준말이다. 레트로 운동화는 과거 유행했던 운동화나 전통적인 디자인이 담긴 운동화가 새롭게 출시되어 나온 것을 뜻한다.

다시 찾는 ‘옛’ 서비스

스마트폰 카메라로 빠르게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것이 일상이 된 시대지만, 흑백 사진으로 조금 느리게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도 생겼다.

'정통흑백사진관'이라는 설명을 내건 서울 계동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한 사진관은 흑백 필름으로 촬영해 현상, 인화까지 옛 방식 그대로를 고수한다. 이 사진관은 웨딩이나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하려는 신부들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데, 이러한 촬영의 경우 인화까지 수 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또다른 사진관도 담백한 배경의 흑백 사진으로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다.

전통적인 흑백 사진 촬영 방식으로 추억의 순간을 남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간판없는집' 홈페이지

최근 흑백사진관에서 웨딩 촬영을 진행한 박모 (30)씨는 "결혼 계획을 세우면서 가장 많이 신경썼던 부분이 사진"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포토샵 처리된 일반 사진관의 사진보다 자연스러운 느낌의 사진을 원했는데, 흑백 사진이 바로 그런 느낌이라 볼수록 매력적이었다"며 "유행을 타지 않는 색감이라 오래 간직해도 촌스럽지 않을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퇴물’, ‘퇴폐’ 이미지에 물들어 오랜 기억 속에 지워졌던 이발소도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나고 있다. ‘바버숍’이라는 명칭을 가진 이 업소들은 복고 트렌드와 더불어 꾸미는 남성을 뜻하는 그루밍족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이 곳 바버숍에서는 전통적인 이발소와 달리 최신 유행하는 다양한 헤어스타일이 가능하다. 다만 옛 이발소에서 하던 전통 습식 면도 서비스는 그대로다.

지난 주말 바버숍에서 면도 서비스를 받았다는 김호영(34) 씨는 “30대 이상 남자라면 대부분 아버지와 함께 갔던 이발소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이발소에서 면도하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었는데, 어른이 되어 이러한 서비스를 직접 받아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 디자인이나 서비스가 현대적인 느낌이다보니 위화감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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