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vs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갈등

민·형사 법정 다툼 7년째… 박성용 회장 10주기 추모행사도 따로따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2009년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금호가 박삼구-찬구 회장의 민·형사 법정 다툼이 7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100억원대 소송이 또 추가됐다.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동생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기옥 전 대표이사를 상대로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 103억원을 지급하라"고 제기한 민사소송 첫 재판이 열렸다.

금호석유화학은 "박 회장 등이 주도해 금호석유화학이 그룹 부실계열사인 금호산업의 기업어음(CP)을 매입하도록 해 165억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혔다"며 "출자전환과 조정이율에 따른 손해액 등을 고려했을 때 103억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회장 지시로 그룹 5개사가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불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했으며 2008년 그룹 재무상황을 무시하고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대우건설이 참여토록 해 유동성 악화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룹의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박 회장의 지시로 2009년 8월부터 계열사간 CP거래를 통한 자금지원이 이뤄졌고 특히 재무상황이 극히 부실했던 금호산업의 CP를 집중 매입토록 했다고 말했다.

2009년 초 금호석화의 대표이사였던 동생 박찬구 회장이 계열사의 공동 부실화를 우려해 자금지원을 거부하자 박삼구 회장이 이사회에 지시해 동생을 대표 자리에서 해임하고 이후 적극적으로 금호산업의 CP를 인수했다는 주장이다.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당일과 다음날 각각 95억원 어치의 금호산업 CP를 금호석화가 사들이게 하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로 CP 대금 165억원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회장 등은 금호산업의 재무구조와 상황이 극히 부실하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CP매입을 결정해 이사에게 허용되는 경영판단의 재량범위를 벗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호석화는 작년 8월 CP 매입과 관련해 배임죄로 박삼구 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고 올해 6월 민사소송을 제기해 이날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다.

금호산업이 금호석화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이전등록 청구소송'과 공정위 상대 그룹 분리 소송도 각각 항소심과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두 형제는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서도 서로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있다. 맏형인 박성용 회장 10주기 추모행사도 각자 가질만큼 갈등의 골이 깊다는 것이다.

박삼구 회장은 현재 채권단으로부터 금호산업 경영권 지분을 사들이려고 '밀고 당기기'를 하는 중이다.

이들은 남보다 못한 사이로 전락하면서 수년간 각종 법정 분쟁을 치러오고 있다. 양측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간 상표권 소송, △아시아나항공 주식매각청구소송,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 결의 무효소송과 형사고발,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를 고소한 사건 등 수많은 송사로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이어오고 있다. 또 지난해 9월 박찬구 회장은 형 박삼구 회장을 4000억 원대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한편 금호그룹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도 금호타이어의 전신인 삼양타이어를 둘러싸고 동생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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