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브랜딩 64'...성공적 광고·마케팅 64개 실례들어 설명

성공적 브랜드는 소비자의 '필요' 아닌 '욕망'의 대상이어야

스토리텔링의 다음단계 '스토리두잉'...경험으로 감화시켜야

스토리 브랜딩 64 책 표지.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철마다 방영되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진부하다는 지적에도 불구, 늘 평균 이상의 시청률을 보장하는 흥행 수표다.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은 사연있는 지원자들이 빚어내는 감동의 드라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제작진들은 '감성팔이', '악마의 편집' 등 이런저런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개인의 스토리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한다.

이처럼 눈길을 끄는 이야기가 상품성으로 직결되는 시대에서 제품을 파는 '브랜드' 또한 이야기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밋밋하고 개성없는 브랜드가 품질만으로 주목받는 것은 시장포화 상황에서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사람들은 제품 이름, 특징, 성능은 기억하지 못해도 스토리가 엮여 있는 이야기는 쉽게 오래 기억한다. 이야기가 없는 삶은 지루하듯 이야기가 없는 사람, 제품은 매력이 없다.

성열홍 홍익대학교 광고홍보대학원 교수가 쓴 <스토리 브랜딩64>(소나무숲 출판사)는 제품 원가 대비 어마어마한 수익을 창출하는 스토리텔링의 마법을 맛깔나게 소개한다.

이미 스토리텔링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은 차고 또 넘친다. 그러나 이 책은 다분히 마케터 중심적 사고로 쓰인 기존의 책들과 달리 소비자를 중심에 앉히고 트랜스미디어시대의 브랜딩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함으로써 어느새 이야기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흡인력이 돋보인다.

저자는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타당성에 대해 "현대의 소비자들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라는 이미지와 감성을 구매한다"고 설명한다. 소비자들은 상상 속에서 맛 본 즐거움을 현실에서 경험하려는 욕망이 있으며, 상품은 이런 욕망을 실현해주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이들 중 '터프가이', '마초남'을 찾기 쉬운 이유는 무엇일까. 남자다움의 상징인 할리데이비슨 제품을 구입한 이들은 이 오토바이를 몰고 다님으로써 자신의 야성미 또한 강화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욕망하는 '상상 속 즐거움'을 만드는 것이 바로 스토리 브랜딩의 핵심인 셈이다.

<마켓 3.0>의 저자 필립 코틀러는 마켓 1.0은 제품 중심의 시대, 2.0은 소비자 지향 시대, 3.0은 가치주도의 시대라고 했다. 오늘날은 소비자가 브랜드의 가치를 창출하고 전파하는 브랜드 3.0시대라고 규정한다. 아울러 매일 수천 가지의 광고와 브랜드에 노출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기억되지 않는 브랜드는 존재하지 않는 브랜드와 마찬가지라고 단정한다. 그만큼 광고마케팅이 중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광고마케팅의 핵심은 무엇일까? 이 책은 소비자가 주도하는 브랜드 3.0시대, 제품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스토리 브랜딩에 달렸다고 설득력있게 설명한다.

저자는 광고와 브랜드에 관한 64가지의 실례를 들며 친절하게 이야기한다. 덕분에 일반 소비자들 또한 자신의 마음이 어떤 브랜드에 흔들렸었는지 떠올리고 공감하며 술술 읽어나가게 된다. 편하게 읽다보면 어느새 독자들은 마케팅의 중심에 스토리텔링이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바로 "스토리 브랜딩이란 '감성과 경험이 만드는 다름의 가치, 온리원(Only one)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으로 압축할 수 있다.

소비자 주도 시대에서 스토리브랜딩이 꽃피는 낙원은 소셜 미디어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마인드 쉐어의 확보가 마케팅의 최종목표이며, 고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지표인 '소셜미디어'는 어느덧 온라인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소셜미디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는 제품이 빠르게 널리 이름이 알려지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게다가 인증된 '사용자 경험'의 신뢰도는 꽤나 높다. 저자는 "좋은 브랜드는 스토리에 감염돼 전파된다"며 "사용자 경험은 다른 소비자를 설득시키는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 스토리"라고 역설한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스토리두잉'의 개념도 비중있게 설명한다. 스토리텔링이 이야기를 풀어놓는 수준이라면, '스토리두잉(Story Doing)'은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를 경험하며 가치를 얻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면 스토리두잉에 능한 기업은 '존경받는 기업'이 될 소지가 높다고 강조한다. 단적인 예로 글로벌기업 탐스는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다른 한 켤레를 어려운 이에게 기증한다는 스토리두잉으로 급성장했다. 이는 제품의 우수성이 아닌 스토리두잉의 성공으로 매출을 올린 모범 사례로 꼽힌다.

권병웅 중앙대 교수는 이 책을 "64가지 사례를 통해 브랜드 속에 내장된 감성과 경험의 서사구조와 욕구욕망을 파헤쳐 소비자 감성트렌드의 궤적을 추적하고, 브랜드와 스토리의 관계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스토리셀러"라고 평가하고 있다.

■저자 성열홍은 뉴욕의 케이블TV와 NBCTV에서 방송경험을 축적하고, 제일기획과 삼성영상사업단, 중앙일보에서 미디어사업 국장을 거쳐 CJ그룹에서 임원으로 디지털 미디어 인프라사업을 총괄한 현장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다. 특히 경기콘텐츠진흥원 원장으로 스마트콘텐츠밸리, 게임밸리 영상산업밸리를 조성하는데 기여했으며 현재 홍익대학교 광고홍보대학원 교수로 소비자심리학, 미디어심리학, 커뮤니케이션론, 문화콘텐츠마케팅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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