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분양물량 43만 가구…2000년 이후 최대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최근 주택시장에 새 아파트 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기존에 1순위 마감이 이뤄지던 곳들에서 최근 청약 미달이 발생하고 미분양도 증가하는 추세다.

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분양 물량은 총 5만 3,588가구로 1월부터 7월까지 월별 분양물량 중 가장 많았다.

이는 주택시장 성수기인 지난 4월의 5만 3,118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여름 휴가철 등의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 볼 때 이례적인 수치다.

이 가운데 이달에는 전국적으로 연중 최대 물량인 5만 9,744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일부 아파트의 분양 시기가 9월 이후로 연기될 수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8월 분양 물량으로는 최근 1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비수기로 통하는 7∼8월에도 분양물량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것은 건설사들이 연내 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밀어내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올해 저금리와 전세난, 청약제도 개편 등으로 호전된 분양시장 분위기가 이후에도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분양된 아파트 중에는 미분양이 우려돼 7∼8년 이상 사업을 중단했다가 최근 주택경기 호조로 다시 분양을 시작한 '재고 사업장'이 적지 않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올해 하반기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총 24만 가구인데, 상반기에 분양된 19만 가구와 합하면 연간 분양물량은 총 43만 가구가 된다. 이 회사가 분양실적을 조사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아파트뿐 아니라 연립·다세대 건축도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올해 주택 인허가 물량이 급증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전체 주택의 인허가 물량은 총 30만 8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36.4% 늘어난 것이면서 상반기 실적으로는 2003년(32만 1,000가구) 이후 가장 많다.

분양물량이 이처럼 급증하면서 청약시장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7월 한 달 간 청약을 받은 아파트(임대 포함)는 총 87개 단지로, 이 가운데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하고 청약이 미달된 단지가 3분의 1인 29개 단지에 이른다.

이 가운데 광교신도시와 부산지역 등 투기 수요 가세로 청약 열기가 뜨거운 곳은 여전히 1순위에서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지만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하거나 분양가격이 높은 곳은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지난달 분양한 구리 갈매지구 푸르지오와 고양 원흥 공공주택지구의 동일스위트는 1순위에서 미달이 발생해 2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고, 김포 풍무2차 푸르지오 1·2단지 등 일부 대형 주택형은 2순위에서도 청약이 미달됐다. 송산그린시티 휴먼빌, 용인 마북리 신원아침도시, 포천시 구읍리 아이파크 등에선 무더기 미달이 나왔다.

이는 공급물량이 한꺼번에 집중되고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청약 예정자들이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인기단지나 분양가가 낮은 곳에 '선별 청약'을 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미분양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5월 이후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6월에는 3만가구(3만 4,068가구)를 넘어섰다. 올해 최대 물량이 공급된 7월의 경우 미분양이 6월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분양물량 증가가 입주물량 증가로 이어져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19만 3,000여 가구인 민영 아파트의 입주물량(공공·임대 제외)은 내년에 20만 7,000가구, 2017년에는 26만 8,000여가구로 올해보다 38% 이상 증가한다.

특히 지난해 입주 아파트가 3만가구에 불과했던 경기도의 경우 올해 5만가구, 내년 6만가구, 2017년에는 7만 8,000가구로 수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분양권 전매가 많다는 것은 분양시장에 투기·투자 수요도 많다는 의미"라며 "당장 분양은 되겠지만 입주 시점에 소화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달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자 주택시장은 관망세로 접어들었다. 9월 이후 미국발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지면서 상승세를 타던 주택경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계부채 대책으로 주택 거래가 감소하고 집값이 하락 조짐을 보인다면 세입자들도 주택 구매에 소극적이 될 것이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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