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 롯데호텔 전경
[데일리한국 곽다혜 인턴기자] 왕자의 난에 이어 부자의 난으로 치닫고 있는 이른바 ‘롯데 시네마’로 일컬어지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일본에서 귀국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화해를 시도했으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현재의 임원진을 다독이며 체제 수성에 열을 올리고 있고, 신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등은 신 회장을 상대로 재반격을 준비하는 듯 하다.

현재 신 회장을 상대로 한 ‘반(反) 신동빈’ 세력은 신 총괄회장을 중심으로 향후 대책을 숙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 겸 숙소인 서울 롯데호텔 34층을 오가며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 기자가 신 회장 집무실인 롯데호텔 34층에 올라가봤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34층은 엘리베이터 버튼도 눌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의 개인공간이자 비밀공간 답게 외부와는 철저히 차단돼 있었다. 엘리베이터 34층의 버튼은 눌러지지 않았다. 비상 계단으로 올라가봐도 34층은 안으로 잠겨 있어 허락받은 사람들 이외에는 내부 진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롯데 임직원이라해도 사전에 허락을 받지 않으면 이곳에 올 수 없다고 할 정도니 기자들의 출입이 봉쇄돼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도 생각됐다.

롯데 측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이곳 롯데호텔 34층은 최고급 로얄 스위트룸을 개조해 만든 100 평이 넘는 공간에 신 회장의 숙소와 집무실이 있다. 신관 1층의 G1·G2 엘리베이터 두 곳을 통해서만 올라갈 수 있는데, 가족과 측근들에게만 지급된 카드를 찍어야 엘리베이터가 멈춘다.

34층에 내리면 연결 통로를 막고 있는 문이 있고 그문을 보안요원이 지키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은 맨 안쪽에 위치해 있다. 신 총괄회장이 34층 전부를 다 집무실로 쓰는 건 아니지만 보안을 위해 나머지 방은 비워두고 있다.

비상 계단으로 올라가봐도 34층은 안으로 잠겨 있어 허락받은 사람들 이외에는 내부 진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현관 문을 열면 비서실이 있고 그 뒤로는 개인 비서들이 쉬는 공간도 있다. 비서실을 통과하면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인 스위트룸 거실이 나온다. 신 총괄회장은 이곳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주요 결재 서류에 사인을 한다. 사무공간 뒤로는 신 총괄회장의 침실이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이 3일 신 총괄회장을 찾았을 때는 보안요원이 철수한 상태였다. 신 총괄회장은 이곳에 머물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측 인사들과만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서울 성북동과 경기도 일산에 자택이 있지만, 롯데호텔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에 귀국해서도 제3의 장소에 머물며 롯데호텔을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집무실은 롯데호텔 17층에 있고, 신 이사장의 장녀 장선윤 호텔롯데 상무의 사무실은 23층에 있다.

신 총괄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88)씨도 한국 방문 당시 이곳에서 머물다 일본으로 돌아갔다. 롯데 관계자들은 일본에 거주하는 하쓰코씨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34층에서 신 총괄회장과 함께 지내왔다고 설명했다. 하쓰코씨도 공항에서 롯데호텔로 온 뒤 지하 주차장에서 바로 34층으로 올라갔다.

롯데그룹 분쟁의 시작점도 이곳 호텔 34층이었고 분쟁의 결말도 결국에는 이곳에서 막을 내리게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롯데가의 운명을 결정지을 공간이지만 지금은 오가는 이 없이 정적에 빠져 있다. 호텔 1층에만 취재진들이 가득 모여 있다. 롯데그룹의 영욕의 상징인 호텔 34층이 ‘반(反) 신동빈’의 아지트로 변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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