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일본에서 귀국한 직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한달 만에 만났지만 짧은 시간에 그친데다 의미 있는 대화도 오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격호·동주·동빈 3부자 회동 여부는 물론, 대화 내용과 분위기에서도 신동빈 측과 '반(反) 신동빈 세력'의 얘기가 상반돼 진실공방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5분여 만에 신 회장이 아버지 신 총괄회장 집무실을 나섰다는 점에서 문전박대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 김포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오후 3시 20분 소공동 롯데호텔에 도착해 34층의 부친 집무실 겸 숙소로 직행했다. 롯데그룹은 "오후 3시 30분부터 5분간 대화했다"고 밝혔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7월 초 신격호·동빈 부자가 중국 사업을 이유로 갈등을 빚고 나서 한달만에 겨우 5분간 면담했다는 얘기다.

때문에 롯데 측은 이날 면담은 부자간에 속 깊은 얘기를 나눴다기보다는 인사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이 공개한 대화내용은 "다녀왔습니다. 이번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신동빈), "어디 갔다왔냐?"(신격호), "동경에 다녀왔습니다"(신동빈), "어허..어디?"(신격호), "네 동경이요"(신동빈) 등이다.

이같은 대화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에 약간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가 묻어난다. 신 회장이 그간 일본에 체류하고 있었던 것은 모든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는 것인데 이를 신 총괄회장이 재차 물었다는 것은 그간 롯데 측이 언론에 전달한 건강 이상설을 뒷받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면담 시간은 짧았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무런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롯데호텔에 나타난 신선호 일본 산사스 식품회사 사장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내놓았다. 신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신동빈이 왔는데 허락받고 온 것도 아니고 혼자 올라왔다. 이에 신격호 총괄회장은 보자마자 (무서운 얼굴로) '나가'라고 호통을 쳤다"고 주장했다. 신 사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을 만나 "옛날 얘기를 했다"면서, "(신동빈이 갑자기 찾아왔으나) 신 총괄회장이 '만나지 않겠다'고 해서 신동빈이 1∼2초 사이에 바로 나갔다"고 전했다.

또 "신동주·동빈 형제들도 서로 만나지 않았고 동빈이 신 총괄회장을 찾았던 옆 방에 신동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신격호·동주·동빈 3부자 회동은 아예 이뤄지지도 않았고 신격호·동빈 부자도 면담도 사실상 불발됐으며, 이는 신격호·동빈 부자 대화에 신동주 전 부회장이 동석했다는 롯데그룹의 설명과는 상반된다. 신 사장은 "이 자리에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은 오지 않았다"고 확인하고, "신 총괄회장이 격노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만난 뒤 곧바로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으로 가 진척상황을 점검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이 야심차게 추진중인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을 방문해 한일 롯데그룹의 회장으로서 경영권 분쟁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잠실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에 오후 5시 20분쯤 도착한 신동빈 회장은 107층까지 직접 올라가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이사으로부터 공사 현황을 보고받고 근로자들에게 수박을 전달했다. 신 회장은 제2롯데월드 면세점도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입국 후 롯데월드타워를 가장 먼저 찾은 것은, 그룹 정상화의 첫 단추를 여기서부터 시작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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