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자동차 시장 수요 1%대 증가에 그쳐

현대·기아차 미국 판매는 늘어…‘비교적 선방’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글로벌 '탑5' 완성차 업체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 경기 불황이 업계 의 실적 부진을 부채질 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판매 1위였던 도요타는 올해 상반기 502만대의 차를 팔아 전년보다 판매가 1.5% 감소, 2위로 밀려났다.

폭스바겐은 도요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지만 판매 실적은 0.5% 줄어든 504만대를 기록했다. 3위인 GM도 1.2% 감소한 486만대, 르노닛산과 현대·기아차는 각각 0.7%와 2.4% 줄어든 424만대와 395만대를 판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가 모두 감소한 것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자동차시장 수요가 1%대 증가에 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주요 시장의 판매가 둔화하거나 감소세가 심화하면서 상반기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전년보다 1.3% 증가한 4,278만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중국 시장의 경우 기존 두 자릿수 증가에서 5.4%로 판매 증가세가 크게 줄어 눈길을 끌었다. 브라질, 러시아, 일본, 아세안 시장도 모두 시장이 축소됐다. 특히 일본과 유럽 완성차업체들은 엔화 및 유로화 약세로 한국 업체보다 유리한 여건이었음에도 상반기 실적이 감소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상반기 판매에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흥시장 경기 침체와 엔화·유로화 약세, 미국의 픽업 위주 성장 등으로 타국 업체들에 비해 불리한 상황에서도 비등한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 판매가 3.1% 증가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상반기 글로벌 시장을 분석해보면 미국에서는 현대·기아차가 강점을 지닌 승용차 시장 수요가 줄고 라인업이 없는 픽업 시장 판매만 급증했다. 미국 내 픽업 시장은 GM 등 미국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과 유럽 업체들은 두 자릿수 이상의 환율 약세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공격적인 판매를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 원화 대비 엔화 평균 환율은 전년 동기 1,023.9원에서 914.1원으로 10.7% 하락했고 유로화 환율은 1,439.2원에서 1,226.2원으로 14.8% 감소했다.

현대·기아차가 이런 악조건 속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성과를 낸 것은 기본 역량이 뒷받침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에 걸친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각 시장 특성에 맞는 현지 전략 차종 출시, 품질 강화를 기본으로 딜러·서비스망 등 글로벌 네트워크의 경쟁력을 크게 높인 것이 위기 때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지역별 밀착 마케팅을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높인 것도 주효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수출은 6.2%, 자동차 부품 수출은 4.3% 줄어든 상태다. 대표적 수출 산업인 자동차산업이 위축되면서 우리나라의 상반기 수출도 5.0% 하락했다. 엔화 및 유로화가 상반기보다 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향후 국내 자동차 산업 전망도 밝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및 부품의 수출 증가를 통해 국가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하반기 산업정책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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