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총수 일가 한국으로 집결, 신동빈 회장 혼자 일본에 체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동생 신선호 산사스 사장. 사진=YTN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롯데그룹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갈등이 총수 일가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식품회사 산사스 사장이 귀국하는 등 롯데가(家) 사람들이 속속 입국하고 있어 주목된다.

표면상으로는 부친 제사(7월 31일)에 참석하기 위한 입국이라고 하지만 롯데 일가 구성원들이 신격호 총괄회장이 있는 한국으로 모두 집결하면서 가족회의를 통해 '경영권 다툼'에 대한 결정을 포함한 모종의 논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31일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친 신진수씨의 제삿날(음력 6월 16일)이다. 이를 계기로 롯데 일가가 모두 모여 이번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인이자 신동주·동빈 형제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88)여사가 지난 30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것도 시아버지 제사에 참석하기 위한 목적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31일 오후 3시쯤 귀국한 신선호 사장은 김포공항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가 괜찮다고 주장했다. 고령인 탓에 경영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심신이 쇠약해졌다는 한국 롯데그룹 측의 설명과는 다른 이야기여서 진위논란이 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신선호 사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롯데홀딩스 이사진 해임 지시를 내린 것 등이 정상적으로 판단한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럼요"라고 말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묻자 "괜찮아요"라고 짧게 답하기도 했다.

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묻자 그는 "저와 상관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신 총괄회장이 어느 쪽을 지지 하는가에 대해서는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세요"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신선호 사장은 롯데그룹의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지만 롯데 집안의 '어른' 격으로 경영권 분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신 사장은 이달 27일 신 전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함께 신격호 총괄회장을 데리고 일본으로 출국한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신 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맞서 신동주 전 일본롯데 홀딩스 부회장을 적극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7일 비밀리에 이뤄진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 행을 적극 추진하기도 했다.

신선호 사장은 한때 일본 롯데에서 일하며 롯데리아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선호 사장은 친형제인 신춘호 농심 회장이나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과 달리 형인 신 총괄회장과 법정싸움을 하지 않은 유일한 동생이다. 그만큼 형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이 롯데그룹의 전언이다. 따라서 그의 역할이 조카인 동주·동빈간의 경영권 분쟁에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사장이 롯데그룹과 관련된 지분이 전혀 없지만 신 전 부회장 쪽의 편을 들어 신 총괄회장을 설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동빈 회장은 혼자 일본에 체류 중이다. 어머니 시게미츠 하스코 씨가 30일 귀국한 데 이어 신선호 사장까지 입국하면서 신동빈 회장을 제외한 직계 가족이 대부분 한국에 모이게 됐다. 신 회장은 경영권 싸움의 분수령이 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앞서 일본내 세력을 결집하고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에 머무르고 있다. 당초 이날 오후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적기로 신 회장이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귀국도 미루고 일본 내 분위기를 추스리는 데 전념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월요일인 8월3일 귀국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룹관계자들의 예측이다.

롯데그룹 관계자 역시 "31일 오후 예약됐던 항공편은 비서실에서 신 회장의 입국에 대비해 미리 해둔 것일 뿐"이라며 "현재까지 확정된 귀국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이 귀국을 미루면서 신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만 모이는 가족회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신동빈 회장 대(對) 나머지 가족'의 구도로 경영권 다툼이 전개될 공산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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