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과열로 업체 마케팅 비용 등 출혈 커지면 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17일까지 전자지불결제대행업(Payment Gateway·PG) 인가를 받은 업체는 60개에 달한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간편 결제 서비스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흔히 '3초 결제'라고도 불리는 간편 결제 서비스는 스마트폰 하나로 언제 어디서든 빠르고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페이'(pay)라는 이름을 붙이고 간편 결제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더니,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17일까지 전자지불결제대행(payment gateway·PG)을 하겠다고 등록한 업체만 60개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다음카카오·네이버 포탈사이트부터 삼성전자·LG유플러스·신세계 등 통신사·온라인 쇼핑몰·IT기업 업종을 가리지 않고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간편 결제 서비스 전쟁의 포문은 지난해 9월 다음카카오가 처음 열었다. 카카오페이는 영화관, YBM(토익 결제) 등 국내 130여 곳을 가맹점으로 확보해 가입자들을 끌어모았다. 카카오페이는 지금까지 다진 기반을 바탕으로 하반기에 서비스 확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다음카카오에 이어 네이버도 지난달 네이버페이를 출시해 역공을 펼치고 있다.

이달에는 유통업계 최초로 신세계백화점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SSG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도 삼성페이를 시범서비스하며 다음달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음달 1일에는 NHN엔터테인먼트도 페이코로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페이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의 업종이 다양한 만큼 업체들은 각자의 특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신세계는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많은 기업이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사용자와 가맹점을 확장하는데 일부 한계가 있다"면서 "SSG 페이는 2,100만 명의 신세계포인트 회원과 백화점, 이마트 등 유통 채널을 기반으로 간편결제 시장에 조기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아직 제대로 기반을 형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쟁이 과열되는 모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단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온라인 간편 결제를 제공하는 자회사 알리페이를 앞세워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간편 결제 서비스 및 거래보증을 지원하는 알리페이는 지난 1분기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74.92%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34개 국에 8억2,000만 명에 이르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형 알리페이 '코리안페이'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최규환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전자금융팀 과장은 "독자적으로 페이를 만드는 국내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해지는 양상"이라면서 "국내 기업의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면 알리페이를 비롯한 페이팔, 애플페이 등 국내에 진입한 글로벌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최 과장은 "마케팅이나 혜택 등 비용면에서 업체들의 출혈이 커지면서 지배적인 국내 사업자들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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