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롯데 "신 총괄회장 판단력 흐려진 상태…정상적 인사 아닐 것"
30일 재계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달 중순 한국 롯데그룹의 핵심 임원 3~4명을 해임한다는 지시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해임 지시서 작성 날짜는 알 수 없지만 이달 15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직후로 추측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해임 지시서를 작성하는 과정에는 지난 27일 신총괄회장의 일본행에 합류했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5촌조카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내용으로 2장 이상 만들어진 이 지시서는 일본 롯데홀딩스에 먼저 보내졌다.
한국 롯데 관계자들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흐려진 틈을 이용해 신영자 이사장을 비롯한 일부 친인척들이 한일 양국 롯데에 지배력을 가진 인물에 대한 해임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내 이사로 등재된 임원들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해임 효력이 발생하며 사내 이사가 아닌 경우 이사회를 거치지 않아도 해임이 가능하다. 이에 신격호 총괄회장이 어떤 이들을 해임 했느냐에 따라 이 지시서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작성한 해임 지시서들이 실제로 한국 롯데그룹에 전달될 경우에는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롯데그룹 측은 해임 지시서를 받지 못했으며 일본 롯데홀딩스가 받은 지시서 내용에 대해서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유효한지 여부를 떠나 신격호 총괄회장이 이성적으로 경영이 가능한 상태가 아니라면 정상적 인사라고 볼 수 없다"면서 "신 총괄회장은 평소 문서에 서명이 아닌 도장을 찍는데 해임 지시서에 서명을 했다는 사실을 봐도 신격호 총괄회장이 분명한 판단력으로 행한 인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개최될 일본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는 현재 일본롯데홀딩스의 정관 규정에 없는 명예회장직을 신설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관 변경 이외에 이사진 교체 등 다른 사안은 주총 안건에 올릴 계획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공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주총회를 열어 표 대결로 신동빈 회장 등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진을 몰아내려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2차 쿠데타' 시도는 사실상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니혼게이자이와 인터뷰에서 "이른 시일 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소집해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대표 등) 이사 교체를 제안할 것"이라며 동생과의 '경영권 다툼'의 전면전을 시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