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9월부터 감축 유도 시작…장기간 쓰지 않는 계좌 일제히 정리

"노년층·시각장애인 등 예외적 고객에게는 계속 종이 통장 발행할 것"

[데일리한국 이서진 기자] 금융 전산화로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종이 통장 발행 관행이 순차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29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통장 기반 금융거래 관행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 은행이 태동한지 120여년 만에 종이 통장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 혁신방안에 다르면 올 9월부터 2년간 단계적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종이 통장을 발행하지 않는 고객에게 금융사가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2017년 9월부터 미발행 원칙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통장 발행을 원하는 사람은 2020년 9월부터 발행비용 일부를 내고 종이 통장을 받게 된다. 또한 내년 하반기에는 장기간 쓰지 않은 수천만 개의 계좌가 일제히 정리된다. 거래중지계좌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영업점 방문 없이 전화나 인터넷으로 계좌를 해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금융회사에서 종이 통장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비용은 개당 5,000원에서 1만8,000원에 이른다. 하지만 그간의 관행 때문에 5월 말 현재 은행계좌 중 휴면예금계좌를 제외한 종이통장 발행 계좌는 2억7,000만 개로 전체의 91.5%에 달한다. 국내 은행 이용 고객들은 그동안 종이 통장 분실이나 인감변경 시 수수료로 연간 총 60억 원을 부담해왔다. 통장을 잃어버렸을 때는 금융범죄에 이용당할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1단계로 오는 9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종이 통장을 발급받지 않는 고객에게 금융회사 자율적으로 금리 우대, 수수료 경감, 경품 제공, 무료서비스 등의 인센티브를 주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2단계로는 2017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 60세 이상이거나 금융거래기록 관리 등의 이유로 종이통장을 희망하는 이를 제외하고 신규 고객에게 종이통장을 발행하지 않는 원칙을 적용하게 된다. 3단계인 2020년 9월부터는 2단계 원칙을 유지하되, 종이통장을 원하는 고객에게 통장발행 원가의 일부를 부담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오랜 기간 쓰지 않은 금융계좌를 쉽게 파악해서 간편하게 해지할 수 있는 방안도 발표했다. 금감원은 우선 소비자가 본인의 장기 미사용 계좌들 가운데 거래가 중지된 계좌를 일괄적으로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년 상반기까지 만들 계획이다. 이에 따라 거래중지가 이뤄진 경우에는 금융사가 연간 1회 이상 해지 필요성을 고객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고객들이 영업점 방문 없이 전화나 인터넷·스마트폰으로 해지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사전에 고객과 약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금융사가 자동으로 해지할 수 있도록 약관도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계좌 개설 때 해지일을 특정하는 방식, 3년 이상 거래가 없으면 고객에게 알린 다음에 금융사가 해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본인 인감증명, 위임장 등 서류를 갖춰야 했던 대리인을 통한 해지 절차도 소액계좌를 중심으로 제출서류가 간소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방안이 온라인상의 금융 거래에 익숙하지 못한 노년층이나 점자 통장을 사용해온 시각장애인들에게 금융 전산화를 강요하면서 불편을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은행감독국 관계자는 "자발적 선택을 유도하는 방안이기 때문에 3단계가 실행된 이후에도 예외적인 고객의 경우는 종이 통장 발행의 가능성은 열려있다"면서 "향후로도 종이 통장이 완전히 종적을 감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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