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vs 롯데주류, 도수 낮추고 과일향 더해 신제품 대결

콧대 높던 위스키업체도 여성 소비자 공략한 저도주 열풍 동참

하이트진로 자몽에이슬(왼쪽), 롯데주류 처음처럼 순하리.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국내 주류시장에 '여성 소비자'가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여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신제품들이 승승장구하며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자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3.4%에 불과하던 주 2회 이상 소주 5잔 이상 마시는 여성 비율이 올해 6.0%로 증가했다. 여성의 음주량이 증가하면서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저도주, 가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의 '순하리 처음처럼'과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 등 과일 소주는 여성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흥행 중이다. 순하리 처음처럼은 알코올 도수(함량)가 일반 소주보다 낮은 14도에 불과하며 전남 고흥산 유자 과즙과 향이 들어있다.

순하리 처음처럼은 지난 3월 20일 출시된 이후 100일만에 누적 판매량이 4000만병을 넘어섰다.

롯데주류는 순하리가 돌풍을 일으키자 유자에 이어 지난 21일 '순하리 처음처럼 복숭아'를 내놨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기존의 소주보다는 순하리 처음처럼과 같은 알코올 도수가 낮고 과실의 맛과 향을 더한 소주 베이스 칵테일 등 다양한 저도 주류에 대한 개발 필요가 대두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선보인 자몽에이슬도 출시된지 하루만에 115만병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저도 위스키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골든블루.
위스키 시장 역시 여성의 입맛을 공략한 저도주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36.5도의 낮은 도수와 향을 내세운 골든블루가 출시 이후 전반적으로 침체된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자 경쟁업체들 역시 저도 위스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골든블루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고 위기감을 느낀 20, 30대 여성 소비층을 새롭게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국내 위스키 전체 출고량은 2014년까지 6년 연속 감소세로 불황을 겪었다. 올해 1분기 위스키 출고량이 지난해 1분기 때보다 늘어난 제품은 골든블루가 유일했다.

올해 3월 부산·영남 지방에서 출시된 윈저 더블유 아이스도 첫 3개월간 판매량이 디아지오코리아 측 예상보다 2배가량 더 높게 나오자 이달초부터 제주까지 판매지를 확대했다.

올해 3월 롯데주류도 ‘주피터 마일드블루’를 주정드링크 형태로 새롭게 개편한 35도짜리 ‘주피터 마일드블루 17’을 출시했다. 이후 이번에 페르노리카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양주업계 저도주는 디아지오·페르노리카·롯데·골든블루의 4파전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위스키시장 2위 업체로 그동안 40도이상 정통 스카치 위스키만 고집해왔던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저도 양주 신제품을 전격 출시하며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페르노리카는 기존 저도 양주보다 훨씬 낮은 31도를 내세워 출시부터 ‘여성용 양주’를 표방하고 나섰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주류시장은 시대와 여성 소비자의 맞는 저도 제품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며 "소주와 위스키 등 어느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지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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