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의 쿠데타 불발 그치며 신동빈회장 2세 단독경영시대 열려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 '형제의 난' 와중에 강제퇴임 오명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정신 혼미한 아버지 통해 '뒤집기' 시도 해석도

신동빈(왼쪽부터) 한국롯데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롯데그룹 2세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부친이자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93)을 전면에 내세워 사실상의 '쿠데타'를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롯데 신동빈 1인 경영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번 사태의 와중에 신격호 총괄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경영일선에서 강제 퇴진의 오명을 뒤집어쓴 채 완전히 후선으로 물러났고, 롯데그룹은 차남인 신동빈 한국롯데그룹 회장의 2세의 단독 경영체제로 전환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8일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가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해임돼 명예회장으로 남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한국롯데그룹측은 이날 ‘롯데그룹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외신 보도대로 일본 롯데홀딩스가 신격호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를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롯데홀딩스는 향후 주주총회를 통해 신격호 회장을 명예 회장으로 추대하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룹측은 또한 “본 사안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독립적인 의결 사항으로 한국의 사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룹측은 특히 “신격호 명예회장은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주요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게 될 것”이며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과 일본 롯데그룹을 대표해 향후 양사의 시너지 창출과 이를 통한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신 총괄회장이 하루 전인 27일 신동주 전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 친족 5명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은 한국롯데그룹이 전혀 눈치채지 못한 상황에서 비밀리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93세 고령에다 거동이 불편하고 말이 어눌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갑작스런 일본행은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이에대해 한국롯데측은 자료를 통해 "27일 오전, 신동주 전 일본롯데부회장을 비롯한 일부 친족들이 고령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무리하게 일본으로 모시고 가서 일방적으로 일본롯데홀딩스 임원 해임을 발표하는 일이 있었다"고 사실을 확인했다.

비밀리에 일본에 도착한 신 총괄회장은 이날(27일) 오후 일본 롯데홀딩스에 나타나 전체 7명의 이사 가운데 자신을 제외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 전원을 해임했다는 것이다.

이날 해임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는 신동빈 한국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해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대표이사 부회장 등 이 포함돼 있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아버지인 신격호 회장에 의해 밀려난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동생인 신동빈 회장을 밀어내기 위해 일종의 뒤집기 반란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 총괄회장은 이사 6명을 해임하는 과정에서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사들의 이름을 손으로 일일이 가리키며 해임하라고 일본 롯데홀딩스 직원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언급했다.

갑작스런 해임 소식에 놀란 신동빈 한국롯데그룹 회장 등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은 “신 총괄회장의 27일 이사 해임 결정은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 결정”이라고 규정하며 즉각 반격에 나선다.

신 회장 등 6명은 28일 오전 일본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전격 해임하고 명예회장으로 올리는 안건을 통과시킴으로써 '해임 대(對) 해임'으로 맞선 이틀간의 패권전쟁이 매듭지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한가지 의문은 당초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을 밀어내고 차남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려 했던 신격호 총괄회장이 왜 갑자기 신동빈 회장을 일본롯데 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하려 했는지에 관한 궁금증이다.

이에 대해 일부 일본 언론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이 혼미한 것을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용하려 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신 총괄회장이 자신이 해임한 쓰쿠다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엉뚱한 얘기를 건넸다는 것이다. 이는 고령인 신 총괄회장이 상황판단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해임 지시를 했을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측은 이날 자료를 통해 "이번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신동빈 회장의 한일 롯데 통합경영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며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한국롯데에서의 지위는 변화가 없으며, 신격호 총괄회장은 계속해서 한국과 일본롯데의 경영현안을 챙겨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틀간의 깜짝 경영권 전쟁에서 신동빈 현 롯데그룹 회장은 결과적으로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양쪽을 완전히 장악하게 됨으로써 롯데그룹의 본격적인 2세 경영시대를 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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