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세포라 등 미국 주요 유통채널서 'K뷰티'관심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중소업체들까지 美시장 진출 러시

두 여성이 미국 뉴욕의 블루밍데일스 백화점에 입점한 아모레퍼시픽 매장에서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미국 뉴욕에 거주 중인 유학생 민소영(25) 씨는 얼마 전 함께 사는 현지인 룸메이트가 화장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룸메이트가 사용하고 있던 화장품이 익숙한 한국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민 씨는 "룸메이트는 현지 유명 편집숍이나 미국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해당 제품을 몇 번 사봤다고 하더라"면서 "아시아 제품이 생소했지만, 호기심에 접해 본 제품의 품질이 마음에 들어 여러 번 재구매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미국 세포라 매장에 LG생활건강의 브랜드 빌리프가 입점해 있는 모습. 사진=LG생활건강 제공
중화권에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K뷰티가 최근 미국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을 비롯한 여러 업체가 다양한 미국 유통채널에 진출하면서 현지인들이 한국화장품을 접하기가 한층 수월해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미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14.3%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세청 통계 기준으로 올해 1분기 국내 화장품의 미국지역 수출액은 5,215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국내 화장품의 미국 지역 수출액은 1억 5,505만달러(8.2%)로 중국(31%), 홍콩(21.9%)에 이어 세번째로 큰 규모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는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한국의 뷰티 트렌드를 경험해 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코리안 뷰티'라는 페이지가 새로 등장했다. 미국 최대 화장품 유통채널인 세포라의 홈페이지에도 '아시아의 주목할 만한 스킨케어' 제품 코너가 만들어졌다. 이 코너에는 빌리프, 닥터자르트, 토니모리, 아모레퍼시픽 등 익숙한 브랜드의 제품이 소개돼 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과 화장품 유통채널 세포라에 한국 화장품이 소개되어있는 모습. 사진=각 홈페이지 캡처

미국 뷰티 전문 매체 야후뷰티는 최근 ‘K뷰티의 스킨케어가 성배인 이유’(Why K-Beauty Is the Holy Grail of Skincare)‘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케이트 서머빌이라는 뷰티 전문가의 말을 인용, “한국의 뷰티 시장은 섬세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개발된 혁신적이면서 높은 품질의 재료, 창의적인 전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흥미롭다”고 보도했다.

업계는 아모레퍼시픽이 이 같은 미국 내 K뷰티 인기의 개척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3년 자사명과 같은 최고급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을 미국 최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 입점 시키며 일찌감치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버드도프굿맨에 이어 2005년 워싱턴 명품 백화점 니만마커스에 입점했고, 지난 4일에는 뉴욕 고급백화점 블루밍데일스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세포라 183개 매장(2014년 기준, 캐나다 포함)에서도 판매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뿐 아니라 2010년에는 설화수, 2014년에는 라네즈도 미국 시장에 상륙시켰다. 아모레퍼시픽의 미국 매출은 2012 180억, 2013년 235억에서 지난해에는 349억 원으로 늘었다.

LG생활건강도 올해 3월 말 자사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 빌리프로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에 나섰다. 빌리프는 뉴욕과 보스턴·LA·샌프란시스코·하와이 등 미국 동서부 주요도시 약 33개 세포라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 중이다. 현재 LG생활건강의 로드숍 브랜드인 더페이스샵은 지난 2005년 미국에 진출했지만, 이는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을 인수하기 전의 일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빌리프의 제품은 미국 진출 두달만에 세포라 홈페이지의 모이스처라이져(보습용 제품) 부문 2위에 올랐다"면서 "허브를 주원료로 한 자연주의 화장품 콘셉트가 국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화장품 기업들도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로드숍 브랜드인 토니모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세포라 매장에서 독특한 입술 모양 용기에 담긴 '뽀뽀립밤'을 판매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 1월 닥터브란트·피터토마스로스 등 미국에서 각광받는 브랜드와 함께 ‘주목할 만한 브랜드 베스트 10’에 뽑혔을 정도다.

국내에서 제품력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닥터자르트, 조성아22 등의 브랜드들도 현재 미국 내 세포라 매장에서 활발히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닥터자르트는 BB크림으로 미국 현지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아울러 조성아22는 최근 ‘동공 미인 브로우 메이커’라는 제품을 미국 내 300개 세포라 매장에 동시 론칭했다. 조성아 22는 올 하반기 10개 세포라 매장에 단독 브랜드존도 오픈할 계획이다. 로드숍 브랜드인 잇츠스킨도 오는 8월부터 세포라를 통해 '마카롱 립밤'을 판매할 계획이다.

화장품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업체도 미국 진출에 팔을 걷어붙였다. 코스맥스는 한국 화장품 회사 최초로 미국 오하이오주 솔론시에 공장을 매입해 지난 2월 준공식을 가졌다. 코스맥스는 이 공장을 통해 미국 내 20~30개 고객사와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업계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던 시점에 세계 1위 화장품 시장인 미국에서의 성공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면서 "진입 장벽이 높다고 여겨졌던 미국 시장에서 국산 화장품의 제품력이 인정을 받으면서 K뷰티의 인지도가 갈수록 올라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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