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진정세·여름세일 영향으로 유통가 회복 조짐

관광·문화 수요도 다시 늘고 있어...여름 휴가철 소비심리 기대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주부 이영현씨(39)는 지난 주말 여름 휴가 때 입을 수영복을 고르기 위해 충북의 한 백화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주차장이 만차라 지하 3층까지 내려가 한참을 기다린 끝에야 차를 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메르스 여파로 백화점이 한산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반대였다"면서 "아이들에게 입힐 옷도 함께 구매하려 했는데 세일로 사이즈가 동이 나 사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여름세일을 시작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도 주말내내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상품 구매 후 사은품을 받기 위해 행사장에 몰린 사람들이 즐비했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살아나는 백화점·대형마트 소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점차 진정세를 보이면서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메르스 공포'로 집 밖으로 나오지 않던 시민들이 일상으로 조금씩 돌아오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도심과 인근 유원지에도 다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2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26∼27일 여름 정기세일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3.3%(기존점 기준)의 증가율을 보였다. 품목별로는 주류(25.4%), 레저(13.5%), 스포츠(11.9%), 영트랜디캐주얼(16.3%), 패션잡화(10.1%)의 매출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의 매출도 지난해 여름세일 첫 금요일과 토요일에 비해 3.2%(기존점 기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세계 백화점의 기존점 매출은 작년 대비 1.7%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메르스가 진정세로 돌아서면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휴가철을 앞두고 레저·패션잡화 등 야외활동에 필요한 여름상품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가전이나 주방용품 등 생활과 밀접한 상품 부문의 경우 그간 쌓여있던 소비 수요가 폭발하며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를 찾는 발길도 늘고 있다. 롯데마트는 메르스가 확산일로에 있던 6월 1~7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7%로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15~21일은 0.2%, 22~27일은 18.2%를 기록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마트도 6월 첫 주 전년 동기대비 -9.8%로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지난 주말동안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람들이 메르스 공포에서 많이 벗어난 듯하다"며 "지난 주말에는 매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장을 보는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실제 메르스 여파에 불티나게 팔리던 마스크, 위생용품 판매는 최근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다. G마켓이 이달 매출을 분석한 결과, 마스크·황사용품 판매는 6월 1주차 전년대비 180배 이상(1만 8,415%) 폭증했고 2주차에도 1만 9,413%를 기록하며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3주차 8,600%, 4주차에는 4,177%를 기록하며 판매 속도가 느려졌다.

손 세정제도 마찬가지다. 6월 1주차에 전년보다 40배 가량(3,017%)가량 판매가 늘었지만 2주차 1,318%, 3주차 1,071%, 4주차에는 407%를 기록하며 증가세가 꺾였다.

관광·문화 수요도 회복 조짐

집 밖 나들이를 꺼리던 분위기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전국 톨게이트 기준으로 토요일인 지난 27일 교통량은 424만대를 기록했다. 지난주 토요일(20일) 347만대보다 77만대 가량 늘어난 숫자로, 지난해 6월 마지막 주 토요일(28일) 443만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27일 에버랜드·캐리비안베이에는 4만 2,000여 명의 나들이객이 몰렸다. 28일에는 오후 2시까지 2만 4.000명이 방문, 전주 일요일보다 14%가량 증가했다. 이전 주말인 20일에는 메르스 여파와 비가 온 영향으로 방문객이 1만명에 머물렀었고, 21일은 오후 2시까지 2만 1,000명 수준이었다.

이날 경기 과천 서울랜드에도 오전에만 7,000여 명 가까운 입장객이 찾아 예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서울랜드 관계자는 "메르스 때문에 한 달가량 움직이지 않던 사람들이 많이 답답했던 것 같다"며 "27일에는 메르스 여파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서울 북한산의 등산객도 이날 평소 주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1만 7,300여 명으로 집계됐다. 관악산 등 서울지역 다른 주요 산에도 등산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홈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야구장에는 28일 최근 주말 홈경기(6∼7일) 관중(7,500여 명)의 배나 되는 1만 5,000여 명이 예매했다.

메르스 여파에 따른 관객 감소로 울상을 짓던 영화관도 미소지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주말 전국 관객수는 ▲5월 마지막주 196만명 ▲6월 1주차 155만명 ▲6월 2주차 219만명 ▲6월 3주차 250만명으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화 '연평해전'이 최근 개봉하며 8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데 이어 2일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개봉으로 극장가를 찾는 사람들이 더욱 늘고 있다"며 "메르스 진정 국면에 한숨을 돌린 시민들이 다시 부담없이 영화관을 찾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가 열린 대구시내 오페라하우스와 수성아트피아 등 주요 공연장에도 관람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공연장 4곳의 평균 객석 점유율이 80%를 웃돌았고 일부 공연은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해외 관광객 수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최근 주말 관광객은 메르스 사태 이전보다 하루 평균 1만여 명 줄었다"며 "내수 소비심리가 메르스 여파를 딛고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격감한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의 회복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 주말이면 2만명 이상의 발길이 이어지던 서울 경복궁 입장객은 지난 주말인 27일 5,800명, 28일 오후 2시까지 2,400명 정도에 그쳤지만 7월 중 주말 입장객이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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