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보고서, 작년말 한계기업 15.2% 달해

기업 수익성·성장성 지속 하락…재무 안정성은 개선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저금리 기조 속에서 빚을 늘려 생존을 이어가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후 대출 이자조차 제대로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자보상비율 3년 연속 100% 미만 기업)도 비교적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 2009년 12.8%(2,698개)에서 2014년말 15.2%(3,295개)로 증가했다. 2005년과 2013년 사이 한계기업 경험이 있는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이 2014년 말 현재 73.9%(2,435개)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안정보고서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기업의 부채비율 변화와 자본 증감을 기준으로 변화 유형별 특징을 분석한 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상황을 바탕으로 부채 증가를 통해 생존을 이어가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자본이 감소했는 데도 오히려 부채가 늘어난 기업이 14.5%에 달했다. 한은은 "이들 기업에는 영업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부채 증가를 통해 생존을 이어가는 잠재적 열등기업을 다수 포함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들 기업군은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2배로 취약한 데다 매출액 증가율 등 성장성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특히 대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이 2009년 9.3%에서 2014년 14.8%로 빠르게 증가해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2014년 15.3%)에 근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은 "부채 증가로 생존을 이어가는 한계기업이 많아질수록 기업 전체적인 수익성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더욱 적극적인 기업 구조조정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보고서는 기업 부문의 재무구조 안정성은 양호한 모습이 이어졌지만 성장성 및 수익성에선 부진이 계속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기준 기업의 매출액 증감률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1%)보다 더 큰 폭의 마이너스(-1.5%)를 기록하는 등 성장성 정체가 심화됐다. 매출액영업이익률도 2013년 4.7%보다 0.4%포인트 하락한 4.3%를 나타냈다.

다만 재무구조 안정성은 부채조정과 자본확충에 힘입어 양호한 모습을 이어갔다. 부채비율 200% 이상 업체 비중은 2013년 15.6%에서 2014년 13.9%로 줄었고, 차입금 의존도도 이 기간에 25.8%에서 25.3%로 떨어졌다.

업종별 부채비율을 보면 조선·건설업을 제외한 업종에서 부채비율이 하락했다. 부채비율이 200%를 웃도는 대표적 업종으로는 해운(510.5%)과 건설(200.7%)이 꼽혔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