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는 중국인 관광객, 나이 어려지고 씀씀이 줄어
SNS, 블로그 정보에 민감해 유통업계도 인터넷 마케팅 총력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에서 진행한 중국인 파워블로거 초청 팸투어 당시 현장. 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중국 대학 졸업 시즌인 6월을 앞두고 유통업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젊은 유커들의 방문이 많은 지역에 매장을 열거나 중국 내 인기 블로거를 한국으로 초청하는 등 온라인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27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유커는 약 612만명으로 추산된다. 매년 20% 가량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2018년에는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바링허우(1980년대 이후 출생)로 불리는 개별 관광객이 늘고 있는 추세다. 과거 유커들이 중년층 중심의 단체 관광으로 한국을 방문하던 것과 사뭇 다른 형태다. 실제로 2013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 중 개별관광객 비중은 57.2%로 단체관광객(42.8%)을 앞섰다. 개별자유 관광객들은 1인 혹은 2~3명 소그룹 형태로 방문하며 인터넷(SNS, 블로그 등)에서 사전 정보를 검색해 현지에서 가장 유행하고 있는 쇼핑, 외식 장소를 찾아 다니는 것이 특징이다.

CJ푸드빌 계절밥상은 지난 22일 동대문에 위치한 롯데피트인(FITIN) 7층에 15번째 매장을 오픈 했다. 롯데피트인은 지난 해 여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깜짝 방문한 후 중국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다. 동대문 상권에 위치한 특성상 유커 방문을 대비해 메뉴 이름을 국문·중문 2개 국어로 표기하고 중국어 가능 직원을 2명 가량 배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계절밥상 마케팅팀 관계자는 "바링허우족들에게 한식과 한국의 식문화를 동시에 알릴 수 있는 지역으로 판단해 동대문에 출점을 결심했다"면서 "졸업 이후 여행을 다니는 젊은 관광객도 잠재 고객"이라고 말했다.

유커 대상 마케팅도 적극적이다. 과거 종이지도에서 벗어나 중국어 버전의 ‘라이프스타일 맵’을 개발해 배포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맵은 서울 각 지역의 관광 명소를 소개하고 하루 일정을 제안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백화점은 파워블로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세계는 21~24일 중국 파워블로거 5명을 초청해 백화점, 면세점, 호텔 등 신세계 그룹의 유통시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신세계 그룹 팸투어'를 진행한다.

신세계의 온라인 입소문 마케팅은 3년째인 올해부터 효과를 내고 있다. 올해 노동절 기간 신세계백화점의 중국인 매출은 전년대비 약 50% 증가했다. 증가 폭의 대부분을 20~30대 바링허우 요우커들이 차지했고 전체 중국인 매출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동기대비 40% 늘었다. 장재영 신세계 대표는 "최근에 인터넷을 통해 모든 여행정보를 습득하는 '바링허우'들이 주요 소비계층으로 떠 올랐다"면서 "그룹 계열사들과 연계한 다양한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 중국인 파워블로거 3인을 초청, 다음달 14~16일 2박 3일에 걸쳐 롯데그룹의 주요 랜드마크를 투어하는 ‘롯데팸투어’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은 중국 SNS 웨이보 팔로워 수가 평균 50만명에 달하는 20~30대 패션업계 종사자들이다. 블로거들이 방문할 곳은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잠실점, 롯데월드 및 롯데월드몰 등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중국의 유명 패션·뷰티 블로거인 ‘웨이단’, ‘웨이칭’쌍둥이 자매를 초청해, 이들에게 롯데백화점의 주요 점포를 소개하고 블로그 포스팅을 유도했다. 이어 지난 2월 춘절 기간에도 3명의 웨이보 파워블로거를 초청해 큰 효과를 얻은 바 있다. 구동욱 롯데백화점 글로벌담당 매니저는 "지난 춘절기간 방문했던 파워블로거들이 작성한 글의 조회수가 총 40만건이 넘었다"며 "일반 온라인 광고 대비 4배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매니저는 이어 "오는 6월은 중국 대학의 졸업시즌으로,졸업을 기념해 한국으로 여행 오는 20대의 젊은 중국인들을 공략하기 좋은 시기"라며 "특히 본격적인 휴가 시즌인 7~8월을 앞두고 입소문을 통한 사전마케팅을 위해 영향력이 있는 블로거 초청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을 찾는 유커들의 나이만큼 씀씀이도 줄었다. 서울의 한 백화점의 경우 2013년엔 유커 1명당 평균 90만 원을 썼지만, 최근엔 58만 원으로 급락했다. 과거엔 40~50대 유커들이 고가 브랜드 상품을 주로 구입했지만 최근 늘어난 20~30대는 실속 있는 화장품이나 패션 상품을 찾는 것이다. 바링허우들이 주로 찾는 백화점 패션 매장이나 길거리의 화장품 브랜드로 1만원 미만이거나 2만~3만 원대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에 유통업계 관계자는 "젊은 유커들이 많이 찾아 방문객의 수는 늘었지만 1인당 소비액은 현저히 줄었다"면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처럼 온라인 정보에 민감하기 때문에 마케팅에 변화를 감지하고 제대로 대응해야 젊은 유커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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