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평균 잠자는 시간 OECD 회원국 중 가장 짧아
'꿀잠' 관심도 급상승…국내 숙면시장규모 1조원 넘어

개인 맞춤형 침구를 판매하는 슬립앤슬립 매장. 사진=이브자리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마시면 힘이 솟고 정신이 번쩍든다고 외쳐대는 에너지드링크 대신 '마음을 식혀주고 잠을 유도하는 음료'가 뜨고 있다. 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로 인해 수면 장애를 겪는 이들이 많아 맛있게 잘 잤다는 뜻의 '꿀잠'이 신조어로 등장할 정도로 '숙면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27일 대한수면학회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평균 잠자는 시간은 6시간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도 평균 수면시간이 7시간 대로 조사대상 29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짧았다. 특히 국내 성인 가운데 12%에 이르는 40만 여명이 불안 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면 장애를 겪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숙면시장은 1조 원이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경우 20조 원, 일본도 6조 원에 이른다.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라는 수면과 경제학의 합성어처럼 '잘 자는 것도 돈이 된다'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음료업체가 출시한 릴렉션 음료 ‘슬로우카우’는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L-테아닌과 숙면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바레리안 뿌리 추출물을 배합한 음료다.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시계꽃 추출물과 불안감을 경감시켜주는 린덴과 홉 등을 함유해 ‘레드불, 핫식스’ 등 잠을 깨게하는 카페인 음료와 반대되는 개념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CJ제일제당도 숙면 보조 건강식품 '슬리피즈'를 출시했다. 백야 현상으로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북유럽 사람들이 잠을 자기 위해 밤에 짠 '나이트 밀크'를 마신다는 것에 힌트를 얻어 개발된 상품이다. 이 제품은 멜라토닌이 다량 함유된 '나이트 밀크'를 분말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능성 침구 매출이 성장세를 보이자 관련 업계도 개인 맞춤형 침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침구브랜드 이브자리는 개인 수면 패턴과 유형을 분석해 개인 수면 습관에 맞춘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브자리는 올해 수면 전문 브랜드 '슬립앤슬립' 매장을 100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백화점에 입점한 슬립앤슬립 매장 월 평균 매출은 1억 원으로 이는 예상치보다 높은 수준이란 게 이브자리 측의 설명이다.

에이스침대가 운영하는 '찾아가는 이동수면공학연구소'는 지난달까지 14만5,000만 명이 체험했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혈압과 체성분을 확인하고 척추형상과 체압분포 측정 후 키와 몸무게를 토대로 적합한 침대를 선정해준다. 기능성 침구의 비중은 점점 확대돼 올해 1조7,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기능성 침구가 국내 침구 전체 시장 중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있다.

백화점도 숙면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고급 침구 브랜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달 일부 점포에서 세계 1위 매트리스 베개 브랜드인 '템퍼' 매장을 열었다. 템퍼는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 우주선이 이·착륙할 때 발생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신소재로 제품을 만든 회사로 유명하다. LF(옛 엘지패션) 역시 명품 침구 브랜드인 잘라와 독점 수입계약을 맺었다. LF 관계자는 "패션을 넘어 침구 등 리빙용품까지 소비자들이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선진국으로 갈수록 이러한 현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면시장의 규모는 아직 적은 편이지만 숙면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평균 수면시간이 줄어들면서 '잘 자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기능성 베개를 포함한 숙면과 휴식 도구 관련 시장은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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