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가치 미흡한 물건 담보로 천억원대 부당 대출 논란
대출금 유용에도 추가 대출… 농협 고위관계자 개입 의혹
해당사 "정당하게 대출받아, 로비설 사실 무근" … 농협 "대출에 문제 없어"

서울 중구 충정로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본사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NH농협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자본잠식상태인 회사에 담보가치가 전무한 물건을 담보로 천억원대 부당대출을 내줬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담보가치를 상향조정 해주는가 하면, 내부 규정을 벗어난 대출을 집행했다는 등 각종 특혜 의혹도 제기됐다.

지금까지 농협이 상환받은 대출금은 극히 일부다. 부실대출 규모는 2012년 말 이미 천억원대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농협은 지난해까지 수백억원대의 추가 대출을 단행했다. .

이번 검찰 수사는 상당한 후폭풍도 예상되고 있다. 검찰이 문제의 대출에 농협 고위관계자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것이 사실일 경우 수사가 '게이트급'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천억원대 부당대출 의혹…각종 특혜

검찰이 NH농협은행(이하 농협)의 천억원대 부당대출 의혹에 대한 수사에 전격 착수했다. 문제가 된 기업은 부동산 개발업체 A사다.

검찰에 따르면 농협은 2005년부터 A사의 사업장에 총 430억원을 대출해줬다. <주간한국>이 입수한 농협 내부자료에는 ▦2005년 1월 50억원 ▦2006년 11월 80억원 ▦2007년 2월 60억원 ▦2007년 3월 200억원 ▦2007년 7월 40억원 등의 대출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A사는 사업장의 분양수입금으로 대출금을 갚기로 했다. 그러나 분양 완료 이후에도 대출금 상환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07년 말 기준 430억원 중 65억원만 회수됐다.

게다가 A사는 재무상황이 좋지 않았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줄곧 자본잠식 상태였다. 그럼에도 농협은 2008년부터 A사에 특혜로 오인될 정도의 대출을 내주기 시작했다. 먼저 2008년 4월 250억원을 대출해 줬다.

대출은 기존 사업장을 담보로 해서 진행됐다. 문제는 해당 물건의 경우 분양이 거의 완료된 상태라는 데 있다. 그러나 농협은 이런 사실을 배제한 채 사업장의 외형상 가치만 평가해 대출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 이외에도 여신규정상 미분양 휴양 시설에 대한 정상담보비율이 30%임에도 70%대로 상향 조정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담보물에 대한 감정평가 없이도 농협 내부의 심사만 통과하면 대출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사업장 시공을 대기업 건설사에서 2008년부터 A사 자체사업에 맡기기로 한 것은 자금 투명성과 상환 안정성을 위해 시공사는 우량등급 건설사가 책임준공과 연대보증을 해야 한다고 명시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해석된다.

농협은 이듬해인 2011년 7월에도 280억원을 A사에 내줬다. 당시 대출은 감정평가도 없이 진행됐음에도 담보물 평가금액이 220억원으로 증액됐다.

'존속 의문'에도 수백억 대출

2008년 A사에 대한 대출금은 여전히 상환되지 않았다. 2011년 말 기준 농협은 A사에 대출해준 1,050억원 중 966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자칫 천억원에 가까운 부실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도 농협은 '지원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농협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매년 280억원씩을 추가로 대출해줬다.

농협의 지속적인 수혈에도 A사의 경영사정은 악화일로를 달렸다. A사의 2012년 유동부채는 1,128억원으로 유동자산 194억원을 넘어섰다. 이 회사 회계법인은 2012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나타냈다.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2013년에는 유동부채가 1,395억원으로 유동자산(113억원)의 10배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유동부채가 1,514억원으로 유동자산(282억원)보다 1,232억원 많아졌고, 부채총계가 자본총계를 넘어섰다.

한때 A사 대출에 관여한 바 있는 한 농협 내부관계자는 "현재로서 농협은 천억원대의 대출금을 돌려받을 마땅한 방법이 없어 대출금 대부분을 부실로 떠안아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출 관여된 직원 보은인사?

A사 대출과 관련해 논란이 이는 것은 공교롭게도 당시 대출에 개입한 인사들 대부분이 인사상 혜택을 입었다는 점이다. 먼저 A사 대출에 관여한 충청 지부의 한 인사는 대출 이후 본사로 올라와 관련 부서 부장을 거쳐 최고위 직급으로 승진하는 등 초고속승진을 했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인사도 농협 내부에서 '노른자위 보직'으로 통하는 본사 인사부 임원으로 발령났다. 그는 그동안 인사와는 대체로 무관한 업무를 해온 인물이다. 이밖에도 대출에 반기를 든 소수 직원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현재 모두 고위 핵심요직에 포진해 있다.

농협 고위인사 압력 행사 정황

검찰은 대출 과정에서 농협의 고위급 인사가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 중이다. 해당 대출과 관련해 농협 관계자로부터 그러한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는 말도 전해진다.

대출 지점 변경 과정에서도 압력 작용이 의심되는 단서가 감지됐다. 2011년 A사 대출을 담당하던 지점이 돌연 변경됐는데, 이는 농협 고위관계자의 지시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검찰은 대출 과정에 농협 고위관계자나 정관계 인사들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부당 대출 사건이 향후 '게이트급'으로 비화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그러나 A사와 농협은 "부당대출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A싸는 "담보에 따라 정당하게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로비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농협도 "A사 대출에 문제가 없다"며 "정관계 인사 개입설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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