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늘었지만 소비성향은 급락…고령화·저유가 영향

먹을 때, 아플 때만 열리는 지갑…기부금도 줄었다

소득재분배는 개선 추세…지니계수 2년째 최저 수준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가계가 씀씀이 대폭 줄이고 긴축에 나서면서 1분기 평균 소비성향(소득에 대한 소비의 비율)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가 하락으로 지출규모가 많이 줄어든 데다, 인구의 고령화 추세 속에 노후를 대비하고자 하는 가계가 돈을 벌어도 쉽게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지니계수와 상대적 빈곤율 등 소득분배 지표들은 개선됐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1분기 평균 소비성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줄어든 72.3%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가 전국 단위로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1분기 기준으로 최저치이다. 작년 4분기(71.5%)보다는 0.8%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가구당 처분가능소득은 366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다. 분기 가계 흑자액은 101만5,0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만 원을 돌파했다. 평균소비성향은 모든 소득분위에서 함께 감소했다. 이는 가계가 벌어들인 돈에 비해 씀씀이가 별로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전국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1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 증가했고, 물가상승을 제외한 실질소득으로는 2.0% 늘어났다. 근로소득(3.8%), 이전소득(10.4%), 재산소득(17.9%) 등은 늘어났으나 사업소득(-4.6%)은 감소했다. 최근 취업자가 늘고 임금이 상승하면서 가계소득 비중이 가장 큰 근로소득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소득 분위별로는 가장 저소득층인 1분위(7.6%)에서 소득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3분위(2.1%)와 4분위(2.0%)는 다소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가계로 흘러들어간 돈이 풀리지 않고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1분기에 350만2,000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0.2% 늘어나는데 그쳤다.

소비지출은 265만3,000원으로 작년 동기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비소비지출은 84만9,000원으로 1.0% 증가했다. 다만 유가 하락 요인을 제외하면 가계지출은 1분기에 0.8% 증가했을 것으로 기재부는 추산했다.

소비지출을 주요 항목별로 보면 주로 음식류와 주거, 보건 항목의 지출이 많았다. 반면 의류와 통신비, 교육비 등은 씀씀이를 줄였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35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고, 음식·숙박 지출은 외식 증가로 32만6,000원으로 3.8% 올랐다. 보건비 지출은 17만9,000원으로 4.0% 증가했다. 주거·수도·광열 부문 지출도 33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했다.

주거용 연료비는 감소한 반면 주거비는 월세 상승에 따른 여파로 대폭 올랐다. 담뱃값 인상에 따라 담배 지출은 1만7,000원으로 10.3% 증가했다. 주류 지출은 1만원으로 0.3% 감소했다. 통신비 지출이 14만6,000원으로 8.4%나 감소했다. 지난해 통신비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와 인터넷 가격 할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교통비 지출은 유가하락에 따른 연료비 감소로 31만6,000원으로 집계돼 4.5% 줄었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이 9만5,000원으로 3.0% 감소했다. 교육비 지출도 34만3,000원으로 1.6% 감소했다. 보험 등 기타상품·서비스 지출도 22만5,000원으로 2.1% 증가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84만9,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늘어났다. 취업자 및 사회보험 가입자 증가, 보험료 인상 등의 영향으로 경상 조세가 7.0%, 사회보험이 5.0%, 연금이 4.4% 증가했다. 반면 이자율 하락으로 이자비용이 9.9% 감소했고, 기부금 등 비영리단체로의 이전도 1.3% 줄었다. 경조사비를 포함한 가구간 이전지출도 0.3% 감소했다.

소득분배 지표들은 전반적으로 개선 추세를 이어갔다. 2014년 전체가구에 대한 지니계수는 0.302였다. 전체가구 통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작년과 같았다. 지니계수는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는가를 나타낸다.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다.

1분위(하위 20%) 계층 대비 5분위(상위 20%) 계층의 소득을 나타내는 소득5분위배율은 5.41배다. 2006년 5.38배를 기록한 이래 8년 만에 최저치다. 중산층(중위소득 50∼150%) 비중은 60.2%로 전년(60.1%)보다 0.1%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작년 전체가구에 대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14.4%로 2013년과 비교해 0.2%포인트 줄었다.

주환욱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경기가 개선되는 흐름에 따라 소득 증가세도 지속되고, 소득분배 지표도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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