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와병 중 이례적 야구 관람…병세 호전됐나

아버지 대신 '삼성 총수 이미지' 굳히기 나섰다는 시각도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모친 홍라희 삼성 미술관 리움 관장이 21일 잠실 야구장에 나와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를 관람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11일 삼성과 넥센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6차전을 보러 잠실구장에 오는 등 여러 차례 야구장을 찾았지만 홍 관장이 야구장에 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삼성 관계자 역시 "최근 10여년 사이에 홍 관장이 야구장에 온 적이 있는지 아는 직원이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야구장 방문에 이건희 회장의 병세가 호전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1년 넘게 병석에 누워있는 상태지만 두 사람이 밝은 표정으로 야구장을 찾은 것은 좀체 보기드문 광경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 측에 따르면 이 회장은 현재 심장과 호흡 기능이 모두 안정적인 상태다. 다만 인지기능 회복이 관건이라 의료진은 이를 위한 재활 치료에 힘을 쓰고 있다. 이 회장은 현재 누군가 말을 하면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치고 주변 자극에 반응을 보이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입원 초기였던 지난해 5월 25일 병실에서 야구 중계 도중 볼륨이 커지자 눈을 뜨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삼성 총수 이미지 각인'에 돌입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아버지를 대신해 삼성의 대내외 행사를 진두지휘했다. 이 부회장은 다음 달 1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25회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호암상은 삼성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인재제일과 사회공익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0년 직접 제정한 상이기 때문이다.

또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이건희 회장이 맡았던 자리를 물려받는 것이어서 경영권 승계작업이 본격화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재단 운영이기는 하지만 이 회장이 맡던 공식 직함을 처음으로 넘겨받은 만큼 그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열린 삼성전자의 경기 평택 반도체 단지 기공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맞기도 했다. 이처럼 적극적인 행보와 함께 이번 야구장 관람 역시 경영권 승계를 본격화하면서 총수 이미지 굳히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이사장 선임과 함께 이재용 부회장 모자가 야구장 관람에 나선 것은 경영권 승계절차가 사실상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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