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고은결 인턴기자] "출근 준비 1시간은 기본이에요. 바쁘더라도 꼭 CC크림으로 안색을 밝히고 눈썹을 채워준 후, 립밤을 발라줘야 하루가 기운 넘쳐요.“ 화장을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영업사원 박성준(27)씨는 스스로를 '그루밍족'이라 자처한다. 그루밍족이란 여성의 뷰티(beauty)에 해당하는 남성의 미용용어다.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을 시켜주는 데서 유래했으며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가리킨다. 박씨와 같은 그루밍족은 자신을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피부와 두발, 치아 관리는 물론 성형수술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외모와 패션에 신경을 쓰는 메트로섹슈얼족이 늘어나면서 그루밍족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 규모도 ‘그루밍족’이란 용어가 생긴 2009년부터 5년 동안 62.8%나 성장했다. 최근 식약처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5세부터 59세 사이 남성 열 명중 두 명 정도가 한달 내 비비크림을 사용했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이처럼 기초 관리를 넘어 '미용'에 관심을 갖는 남성들이 최근들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블로거 도프레씨는 비오템 옴므 라인으로 화장대를 채웠다. (사진=데일리한국 고은결 인턴기자)
화장으로 자신감 되찾은 남성들

남성들에게도 확산되는 ‘외모지상주의’ 풍토는 10대부터 30~40대 직장인 등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중학생 박모군은 “화장을 하면 자신의 약점을 감추는 것 같고 주변 평가가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그게 즐거워서 화장을 한다”고 털어놨다. 30대 초반의 남성 뷰티 블로거 도프레씨는 “꾸밀 줄 아는 남자가 최고의 남자다”란 신념을 숨기지 않았다. 20대 중반부터 스킨 케어와 화장에 관심을 가진 도프레 씨는 화장품을 고를 때 성분을 따질 정도로 웬만한 여성보다 뷰티에 관한 관심이 높다. 도프레 씨는 “외모 콤플렉스가 강했다. 성형과 화장이 보편적인 여성들이 부러웠는데, 우연히 비비크림을 발라본 후 인상이 밝아졌다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화장을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여자친구와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함께 고를 수 있고 공감대가 넓으니 좋아한다“라고 덧붙였다.

직업상 고객을 만나는 일이 많은 재무설계사 김 모 씨(29)는 동료의 추천으로 피부 화장을 시작했다. 김 씨는 “깔끔한 인상이 중요하니 티 안나는 남성용 BB크림을 바른다. BB크림을 바른 얼굴은 프로페셔널한 분위기도 나오는 것 같다. 얼굴뿐 아니라 손도 네일샵을 가서 정리한다”며 철저한 자기관리를 뽐냈다.


피부 관리를 넘어 색조 화장을 즐겨한다는 대학생 김유빈(23)씨는 파우치에 아이라이너, 아이브로우 마스카라, 틴트 등은 늘 챙겨 다닌다. 김 군은 “예술 대학에 재학 중이어서 꾸미는 남학생들이 많다. 등교할 때 피부 화장을 하고 컬러 렌즈, 아이라인, 쉐딩, 틴트를 빼먹으면 괜히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고백했다. 김 군은 밝은 갈색의 머리색에 맞춰 눈썹도 갈색으로 염색할 정도로 ‘뷰티 실력‘이 수준급이다.

김 군은 “눈의 가로 폭이 좁아서 스모키 화장을 꼭 한다. 외모에 관심을 가지니 SNS에서도 남들이 내 모습을 칭찬하는 것이 솔직히 짜릿하다. 같이 다니는 친구는 나보다 더 화장을 잘한다. 예쁘고 잘생긴 (나와 친구의) 모습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여성들 또한 늘어나는 그루밍족을 반기는 분위기다. 여대생 서지은 (24)씨는 “물론 과한 화장은 부담스럽지만 콤플렉스를 가리는 화장은 세련돼 보인다. 꾸밀 줄 아는 남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건 편협한 것 같다”라며 지지의 뜻을 전했다. 화장품 판매업 관계자는 “과거에는 여성들의 대리 구매가 많았지만 남성들도 외모에 관심이 늘며 매장에서 직접 카운슬링을 받고 제품 추천을 통한 구매가 늘고 있다”며 "남성 피부는 여성보다 두꺼운데다 면도, 스트레스 등으로 수분이 부족해 관리가 어려우므로 자신의 피부 타입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남성들의 화장법

화려한 색조가 빛을 발하는 여성의 메이크업과 달리 남성의 화장은 깔끔해 보이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쉽게 보고 접근했다가는 둥둥 뜬 화장으로 부담스러운 이미지만 얻을 수 있다. 최근 남성 뷰티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남성 메이크업 목차가 주목받고 있다.

남성을 위한 기초 메이크업은 BB크림을 바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선 소량의 비비크림을 손등에 짠다 ▲손을 이용할 경우 청결하게 한 후 얼굴, 턱, 이마, 볼에 비비크림을 나눠 바른다 ▲피부의 결을 따라 골고루 바른다 ▲트러블이나 잡티 등에는 컨실러를 사용해 톡톡 두드려준다.

비비크림을 바르는 남성들은 많지만 눈화장까지 넘보는 이들은 적다. 눈화장은 주로 젊은 남성들이 많이 하며 또렷한 눈매로 더욱 세련되고 강인한 이미지 연출할 수 있다. 과도한 스모키 화장보다는 깔끔해보이는 아이 메이크업이 선호도가 높다. ▲아이라인을 그리기 전에 눈두덩이에 피부톤의 쉐도우를 발라준다 ▲펜슬 아이라이너를 사용해 눈썹 사이사이를 메꾼다 ▲눈밑 애교살에는 피부색보다 조금 어두운 쉐도우를 발라준다. 이때 눈밑에 쉐도우를 바르면 애교살이 돋보여 더욱 호감가는 인상을 만들 수 있다

눈화장까지 마친 후에는 정교한 쉐이딩, 하이라이팅 기법으로 '넘사벽' 꽃미남이 될 수 있다. 남성들의 성형 수술 부위 1위라는 코는 화장만으로도 충분히 높아보일 수 있다. 남몰래 콧대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초메이크업 후 연브라운 쉐도우나 쉐딩 제품으로 눈썹과 이어지는 미간 양 옆, 콧대 양 옆을 쓸어준다 ▲코가 긴 편이라면 콧망울 부분도 쉐딩 제품으로 윤곽을 잡아준다 ▲ 콧대는 하이라이팅 제품으로 터치해준다 ▲쉐딩 부분과 하이라이팅 부분의 경계를 손으로 톡톡 치며 자연스럽게 해준다.

화장을 하는 남성들의 연령층은 아무래도 10, 20대에 집중돼 있다. 사회에 발돋움하는 이들이 많은만큼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화장도 인기다.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도 '면접용 화장'으로 면접관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얼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눈'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또렷한 것이 좋다. 스모키 화장은 삼가하고 펜슬 아이라이너를 사용해 자신의 눈에 맞게 눈초리를 조정한다 ▲좋은 인상을 위해서 피부톤은 잡티가 없이 깔끔한 것이 좋다. 그러나 원래 피부톤과 맞지 않는 너무 밝거나 어두운 파운데이션은 오히려 화장한 티가 나니 조심해야 한다 ▲입술은 건조함을 가리는 정도로만 립밤을 바른다. 너무 번들거리는 것은 면접에 맞지 않다.

귀가 후에는 남녀노소 '클렌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장보다 중요한 클렌징은 클렌징 티슈, 오일, 크림 등을 사용하여 1차 세안을 한 후 폼클렌징으로 마무리 세안을 해야 완벽하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남성화장품 시장

남성의 화장에 관대해진 인식처럼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세계 남성화장품 판매액의 5분의 1을 차지하며 세계 1위 남성 화장품시장이 형성된 만큼 ‘남심’을 사로잡으려는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아이오페 맨‘, ’라네즈 옴므‘, ’헤라 옴므‘ 등을 통해 전문적인 남성 화장품 라인을 선보였다.

특히 ‘아이오페 맨’의 ‘맨 에어쿠션’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동그란 통에 담긴 파운데이션을 쿠션에 묻혀 얼굴에 톡톡 두드리는 '쿠션형 파운데이션'은 손과 브러쉬를 이용한 방법보다 훨씬 간편하다. 따라서 남성들이 자연스러운 피부 연출을 손쉽게 하도록 도와주며 메이크업 시간 또한 줄여준다. 세계적인 남성 패션 디렉터 닉 우스터를 모델로 기용해 유튜브 등의 오픈 채널 광고를 내보내며 글로벌 시장도 넘보는 중이다.

‘라네즈 옴므’는 아예 ‘젊고 트렌디한 감성의 토탈 그루밍 브랜드’란 모토를 내세우며 그루밍족을 정조준했다. 특히 사이트 내 ‘그루밍 스쿨’ 카테고리를 개설해 남성들이 자신들의 뷰티 비법을 나누고 소통하는 공간도 마련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LG생활건강 또한 ‘오휘 포맨’ ‘보닌’ ‘까쉐’ 등의 브랜드로 남심 공략에 총력 중이다. LG생활건강은 남성 종합 뷰티 쇼핑몰인 ‘에브리맨이즈’를 통해 다양한 옴므 뷰티 제품 판매와 동시에 뷰티, 패션, 그루밍 관련 컨텐츠도 제공한다. 역시 사이트 내에 ‘Beuty 지식in’, 'Review Ranking' 등의 채널을 통해 LG생활건강의 고객인 그루밍족들의 커뮤니티를 마련했다.

해외 브랜드 또한 글로벌 남성 화장품시장에서 강세를 띠며 중국에 이어 아시아 2위 시장인 한국 시장에 눈독 들인다. 백화점에 입점한 지 오래인 일본의 ‘SK-II 포맨’, 프랑스 로레얄 그룹의 ‘비오템 옴므’ 라인은 이미 많은 남성들의 스테디셀러다. 특히 ‘비오템 옴므’는 30년간 한국 시장을 비롯한 전세계 남성화장품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기념으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올리브영’이 소싱하여 독점 판매하는 영국 자연주의 남성 브랜드 불독(Bulldog)은 독특한 상품명과 함께 인체 친화적인 화장품을 특징으로 내세우며 지난 발렌타인 데이에는 기획 세트를 출시해 관심을 모았다. 미국의 에스티로더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랩 시리즈’ 제품 개발 중이며 한국 시장을 주 타깃으로 정한 남성 전용 BB크림을 개발해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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