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주스 시장 구원투수로 떠올라

주스 시장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웅진식품 제공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착즙주스가 침체된 주스 시장의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착즙주스란 고온에서 제조된 과일 농축액에 물과 향(香)을 더해 만들던 기존의 시판 주스와 달리, 첨가물 없이 과일 또는 채소를 짜낸 즙을 그대로 용기에 담아 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기존의 주스보다 과즙이 풍부하며 제조 과정에서 열처리를 거치지 않아 영양소 파괴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스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착즙 주스의 인기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지난해 착즙 주스 시장 규모는 339억 원으로 2013년(308억 원)에 비해 10.1% 성장했다. 동기간 국내 전체 주스 시장 규모가 9,600억 원으로 2013년(1조 300억 원)보다 약 6.8% 감소한 것이 대비된다. 더욱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최근 트렌드와 보다 쉽게 과일을 섭취하고자 하는 싱글족들의 수요가 늘어난 덕분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착즙 주스를 꼬박꼬박 구매해 먹는다는 주부 이선영(35) 씨는 "아이들에게 좀더 건강한 간식을 챙겨주고 싶다는 생각에 매달 주스 한 상자 씩을 구매하고 있다"면서 "일반 주스보다 신선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자취 생활 2년차인 직장인 김이영(28) 씨의 경우 "혼자 살다보니 과일을 직접 구매해 손질해 먹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보관도 쉽지 않은데, 착즙 주스는 간단히 꺼내 마시기만 하면 돼 편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기존의 주스를 마실 때보다 내 몸에 좋은 소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현재 판매액 기준으로 국내 착즙 주스 시장 1위는 풀무원의 ‘아임리얼’인데, 지난해 4분기(10∼12월) 점유율이 64%에 달했다. 이 제품은 2010년 이후 연 평균 61% 매출 신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아임리얼' 오렌지와 자몽 착즙주스 신제품을 내놓은 풀무원은 올해 파인애플 착즙주스를 추가 생산할 계획이다. '아임리얼'을 뒤쫓고 있는 매일유업의 ‘플로리다 내추럴’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새로운 공법을 적용한 착즙주스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아임리얼'과 '플로리다 내추럴'은 냉장 상태로 유통하는 냉장 착즙 주스다. 첨가물이 없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2주 정도로 짧다는 게 단점이었다. 이에 웅진식품은 '아셉틱 공법'을 통해 유통기한을 9개월로 늘린 상온(常溫) 착즙주스 '자연은 지중해 햇살'을 최근 출시했다.

아셉틱 공법은 용기를 제조하고, 과일 착즙 원액을 병에 주입해 밀봉하는 과정까지 모두 무균 상태에서 이뤄지는 음료 제조 방법을 말하는데, 유통과정에서 제품이 변질되지 않은 상태로 장기간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자연은 지중해 햇살'은 시험 출시한 제품 70만개가 시판 5개월만에 모두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높은 인기에 웅진식품은 얼마 전 이 시리즈의 소용량(240mL) 제품을 내놓고, 판매처를 편의점·동네 수퍼 등으로 확대했다. 올해에는 판매 목표를 지난해의 3배로 늘려 잡고 제품 출시를 본격화하고 있다. 음료업계 1위인 롯데칠성음료도 상온 착즙주스를 생산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총 1,158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편의점과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착즙 주스 시장을 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말 자체브랜드(PB) 착즙 주스인 'PB톡톡주스’를 출시했으며 프랜차이즈 카페 드롭탑도 착즙기 전문기업 휴롬과 제휴해 매장에서 직접 착즙 주스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음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탕 함유량과 합성 첨가물 등의 논란으로 일반 농축 과일주스 매출이 갈수록 하락하는 상황"이라면서 "착즙주스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전체 주스 시장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편인데, 국내에서도 웰빙 열풍을 타고 시장 흐름이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착즙 주스의 재료가 되는 수입 과일 가격까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착즙주스 시장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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