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1인 가구 급증으로 컵밥·편의점 생수·건강식품 매출 증가

카드 소비 변화...학원비·놀이동산 지출 줄고 동물병원 지출 늘어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편의점 생수 매출이 증가했다. 사진=CU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서울의 가족 구조가 바뀌면서 유통업계 지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른바 '싱글족'이 크게 늘어나면서 한끼 식사의 기본 재료 매출은 하락하는 반면 즉석밥과 컵밥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카드 사용처나 문화 생활을 즐기는 패턴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가령 학원비 등 교육비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동물병원에서 지출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발간한 ‘통계로 본 서울 가족 구조 및 부양 변화’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시내 가족 구조 중 '부부와 미혼 자녀'가 33.6%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그 다음은 1인 가구(27%), 부부(13.5%), 한부모(10.5%), 조부모와 손자녀(0.7%)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1인 가구는 2000년에는 16.3%에 불과했으나 올해 27%로 늘었다. 2030년에는 1인 가구가 30.1%를 차지해 부부와 미혼자녀 가구보다 많아질 전망이다.

가족 구조의 변화와 함께 롯데마트가 지난 3년 간(2012~2014년) 매출을 살펴본 결과 양곡, 장류, 식용유지 등 한끼 식사의 기본 재료가 되는 상품들의 매출은 최대 30% 가량 하락했다. 반대로 즉석밥, 컵밥 등 간편식 매출은 최대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 측은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 등의 증가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외식 및 간편식 위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식습관이 보편화된 것이 식사 기본 재료 매출 감소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국민 7,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일주일 평일 5일 가운데 이틀 이상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는 비율은 64%에 그쳤다.

1인 가구 증가는 생수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편의점 CU가 최근 3년 동안 생수 매출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12년 23.9%, 2013년 17.5%, 2014년 24.7%로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CU는 철저한 시장 조사와 세밀한 소비자 분석을 통해 1L짜리 생수의 시장성을 발견했다.

1인 가구의 비중이 높은 20~30대의 생수 구매 비중은 2012년 56.1%, 2013년 57.3%, 2014년 60.1%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20대 여성은 전체 생수 매출액 중 18.6%을 차지하며 가장 구매력이 높은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CU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소비자들의 적정 음용량에 맞춰 1L 짜리 PB생수 ‘미네랄워터’를 선보였다.

최근 30대가 50대를 제치고 건강식품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것도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변화이다. 롯데마트는 최근 3년 간 건강식품(홍삼·비타민·유산균 등)의 연령대별 매출을 살펴본 결과 30대의 구매 비중이 2012년 22.1%에서 지난해 27.5%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에 비해 기존 주요 소비층이던 50대의 구매 비중은 같은 기간 32.5%에서 26.4%로 줄었다. 40대도 32.1%에서 30.8%로 소폭 줄었다.

이는 혼자 살기 때문에 건강을 챙기기 쉽지 않은 직장인들이 늘면서 피로 회복 및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홍삼·비타민·유산균 등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롯데마트는 분석했다.

지난해 만보기와 체성분계, 혈압계 등 건강측정용품류 매출 비중에서도 30대(23.2%)는 50대(20.8%)를 앞섰다. 건강측정용품을 가장 많이 구입하는 연령층은 40대(36.5%)였다.

롯데마트 마케팅본부장은 "바쁜 현대인의 생활 패턴으로 건강기능식품의 소비층이 보다 젊게 바뀌고 있다"며 "혼자 살면서 건강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세대별 라이프 스타일과 소비에 맞춰 관련 상품 및 매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로운 변형으로 확장과 축소가 가능해 공간 활용성을 높인 ‘트랜스포머 가구’가 싱글족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SK플래닛 11번가에 따르면 올해(1월1일~3월16일) 트랜스포머 가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0%나 상승했다.

트랜스포머 가구 중 ‘소파 베드’(42%)가 가장 많이 팔렸고, 이어 ‘확장형 식탁’(29%), 수납 테이블(18%) 순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밖에 거울, 수납대, 의자 등을 하나로 묶은 ’접이식 화장대’, 침대와 책상이 합쳐진 ‘벙커 침대’, 상판을 열면 수납 공간이 있는 ‘수납형 의자’, 사다리에 선반, 의자 기능을 더한 ‘사다리 선반’ 등 이색 제품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1번가 가구침구팀장은 "비교적 좁은 평수에 거주하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반영한 상품들의 인기가 높다"며 "해당 제품들은 다양한 인테리어 연출도 가능해 고객들의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카드 소비 패턴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학원비 등 교육비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대신 동물병원에 지출하는 비중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연간 학원비로 지출한 카드금액은 지난 2011년 10조6,842억8,900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 2013년엔 9조2,121억3,2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학원비가 차지하던 비중도 2010년 3.55%에서 2013년엔 2.57%로 줄었다. 학원비의 경우 월별로 사용금액 편차가 큰 점을 감안해 10월(2014년 최신 자료 기준)만 놓고 연도별 그래프를 그리면 교육비의 감소 추세는 더욱 뚜렷하다.

반면,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카드금액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2010년 3116억9,500만원에 그쳤던 동물병원 카드사용 금액은 2011년 3,933억9,100만원, 2012년 4,628억600만원, 2013년엔 5,112억5,300만원으로 급증했다. 동물병원에서의 지출 증가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학원비가 줄어드는 것은 국내 가구당 평균 가구원수가 줄어드는 것과 무관치 않다”며 “싱글족이나 결혼을 하고도 자녀를 두지 않는 가족들은 자녀 학원비 대신 애완견을 돌보는 비용에 아낌 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4인 가족 등 다가구 시절 자녀 학원비가 ‘화수분’으로 통했다면, 1인 가족 시대에선 애완견을 위한 의료비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싱글족에게 인기가 높은 '트랜스포머'형 가구. 사진=11번가

1인 가구의 증가로 ‘근거리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장을 보는 곳도 대형마트에서 집 앞 편의점으로 바뀌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0년 편의점에서 사용된 카드 금액은 1조10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2배 이상으로 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꾸준히 증가하던 대형 마트 카드 실적은 2012년을 기점으로 하향세로 돌아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마트의 카드 실적 감소의 요인은 전체 경기 상황과 맞물린 측면도 있지만 1인가구 증가 등 사회구조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 생활 패턴도 달라졌다. 온 가족이 추억을 만들었던 놀이동산에서 사용되는 카드 사용 액수는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놀이동산 업계가 매달 '만원의 행복' 등 각종 카드사와 연계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도 가족 단위의 고객을 불러모으기 위한 전략이다.

나홀로족들이 문화 생활을 주로 즐기는 장소는 영화관으로 밝혀졌다. 2009년 이후 영화 관람료가 꾸준히 인상됐음에도 불구하고 건 당 결제 액수가 1만5,011원에서 1만4,573원으로 줄어들 것도 가족끼리 극장에 가기보다 나홀로 혹은 단둘이 영화를 즐기는 비율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5년 간 업태별 카드 이용 실태를 보면 1인 가구의 증가를 실감할 수 있다"며 "1인 가구의 증가는 먹고, 즐기는 것 등을 포함해 모든 한국인의 소비 행태에 변화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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