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된 국산 애니메이션·로봇 제품 소비자 손길 끊길까 우려

뚜레쥬르가 애니메이션 '로봇트레인' 케이크를 출시했다고 24일 밝혔다. 완구계의 '허니버터칩'이라고 불릴 정도로 변신 로봇이 매진 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관심이 뜨거워 산업계에서도 관련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변신로봇의 선두주자는 영실업이다, 영실업은 또봇 등 변신로봇 제품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자 지난해 5단 합체 로봇 '바이클론 우르사'를 출시하고 또봇 신제품까지 출시했다. 손오공은 현대차와 손잡고 '헬로 카봇'을 내놓았다. 카봇의 인기를 누린 손오공은 자동차 변신로봇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를 선보이며 캐릭터 완구를 함께 준비 중이다. 승용완구에 주력했던 유진로봇의 완구사업부 지나월드도 열풍에 가세했다. 로봇트레인은 CJ E&M이 유진로봇 지나월드와 순수 국내 기술과 자본을 통해 완성한 애니메이션으로 4~13세 어린이 대상 동시간 시청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업계의 대표인 또봇은 지난 2009년 출시 때까지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 영실업의 매출액도 200억원 초반대에 그쳐 경쟁사인 손오공의 595억원, 미미월드 322억원, 레고코리아의 318억원에 크게 뒤처져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2011년 중반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면서 영실업의 매출액은 고공행진을 보였다. 2011년 348억원, 2012년 542억원에서 지난해에는 761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영업이익도 크게 성장했다. 2010년 업계 1위인 레고를 앞질렀고, 2011년 14.36%, 2012년 22.87%, 2013년 19.57%의 고수익을 올렸다. 반면 레고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3.63%, 2012년 9.59%, 2013년 1.64%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구로서 또봇이 외국 제품을 물리치고 시장을 선점한 것은 탄탄한 콘텐츠의 힘이 컸다"며 "콘텐츠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국내 업체들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업들이 변신 로봇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국내 어린이 관련 시장이 이례적인 성장세인 데다 중국 진출 가능성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애니·캐릭터 관계자는 "인터넷과 모바일 등 새로운 유통 미디어 활용이 가능한만큼 다양한 국산 애니메이션 케릭터들이 시장을 넓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방송과 음악을 통해 한류에 관심이 큰 80년대 이후 세대가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면서 한국 제품의 아동 관련 소비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캐릭터 애니메이션 산업 규모는 16조 7,000억원 으로 매년 30% 가량 성장중인데 중국은 자체 캐릭터 상품이 적고 한국 제품 선호도가 높아 완구와 테마파크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분야"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너도나도 검증된 수익 모델만 쫓으면서 다양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로봇은 시대를 막론하고 인기 있는 남아완구 아이템이지만 최근에는 변신로봇이 완구 전체를 대변할 정도로 성장했다"면서 "비슷한 제품이 대거 쏟아지자 새로운 콘텐츠 생산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상황에 소비자들은 비슷하고 식상한 국내 캐릭터 대신 새로운 해외업체에 눈을 돌렸다. 국내 완구업체들의 로봇 경쟁이 치열해지자 일본 회사 반다이의 티라노킹, 요괴워치 등이 틈새시장을 공략해 매진을 이어갔다. 어린이날 대목을 앞두고 올해도 다양한 완구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지난해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던 또봇은 대결 구도에서 사라졌다. 영화 '어벤져스2'를 앞세운 미국 캐릭터 완구도 새로운 경쟁자로 가세하고 있다. 국내외에 워낙 두터운 팬을 확보하고 있어 어벤져스 완구 매출은 예년보다 22.5% 늘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완구 시장이 또봇과 다이노포스의 대결 구도였다면 올해는 반다이가 요괴워치와 위저드 시리지를 내놓으면서 새롭게 인기몰이 중"이라며 "어린이날 전 또다른 요괴워치 시리즈가 출시될 예정이라 반응이 더욱 뜨겁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3월 매출액 기준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완구는 DX 요괴워치다. 이 제품은 지난달 토이저러스 인기완구 10개의 매출을 100으로 봤을 때 20% 비중을 차지했다. 파워레인저 시리즈의 매출은 2012년 상반기 또봇 시리즈에 역전 당한 후 2년 6개월 동안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자리를 재탈환 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영실업의 또봇이 전체 남아 캐릭터 완구 매출의 절반(50.2%)을 차지할 정도로 완구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매출 비중이 18.2%로 추락했다.

이에 국산 완구업체 관계자는 "국산 애니메이션도 모두 완구화를 전제로 작품이 제작되면서 비슷한 제품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잘 되는 제품 하나에 매달리다보니 특색을 잃고 소비자들도 질리는 것도 사실이라 변신로봇의 열풍을 이어갈 아이템 선정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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