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 넘는 성장을 기록하는 아웃렛
비싼 가격표 붙여 할인율 높이는 기만 행위 도마 위로

서울 시내의 한 아웃렛에서 여성 고객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민형 기자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서울시 강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0) 씨는 며칠 전 시내 아웃렛에서 원가의 50% 할인된 가격에 니트를 하나 장만했다. 새로 산 니트를 입고 모임에 참석한 이 씨는 작년 백화점에서 똑같은 니트를 구입했다는 친구를 만났다. 이 씨는 그날 입은 니트가 살에 닿을 때마다 따끔거려서 불편함을 느꼈지만 친구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동석한 다른 친구가 "아웃렛이랑 백화점 제품이랑 사실 원단 질부터 다르다"고 말해 놀랐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 사는 임모(50) 씨는 유명 가방 전문 브랜드 아웃렛 매장에서 백팩을 40% 할인된 가격에 구입했다. 어린 자녀와 동행한 터라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지 못한 채 구입 이틀 뒤 포장을 뜯은 임 씨는 깜짝 놀랐다. 가방 앞쪽 가죽이 찢어져 있고 뒤에는 이물이 묻어 얼룩져 있는 것이다. 임 씨는 교환을 요청했으나 현재 아웃렛 매장에는 재고가 없다고 거절했다. 백화점에는 상품이 있지만 정상가로 판매 중이라 교환이 어렵고 환불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점원은 "아웃렛 매장에서는 이월된 상품이나 전용 상품도 판매되지만 정상 판매 상품 중에 스크래치가 있어 할인을 적용한 상품도 있다"고 설명했다.

철 지난 백화점 제품을 정상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해 인기를 얻고 있는 아웃렛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아웃렛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아웃렛 매장 수가 많아지면서 백화점 이월 상품으로 수요를 충당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 별도의 아웃렛 전용 제품을 만들어 판다는 말이 무성하다. 실제 판매가보다 비싼 가격표를 붙여서 할인율을 높이는 이른바 '업택(Up Tag)', 백화점 제품을 값싼 소재를 사용해 재생산한 뒤 백화점 가격을 붙여 할인하는 기만 행위까지 만연하다는 소문에 소비자들의 불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재 롯데·현대·신세계 등 유통업계 '빅3' 업체들이 아웃렛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어 유통업계의 대책이 시급하다. 아웃렛 시장은 최근 수년간 매년 10%가 넘는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아웃렛 시장 규모를 12조7,000억 원으로 작년보다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백화점 매출은 줄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4년 백화점 업계의 매출은 2013년보다 1.9% 감소한 약 29조2,300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 롯데의 경우 백화점 33개·아웃렛 14개, 신세계 백화점 10개·아웃렛 3개, 백화점 13개 점포를 운영 중인 현대도 지난달 개장한 김포점을 시작으로 아웃렛 출점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처럼 아웃렛 출점이 늘어나면서 매장 물량을 맞추기 위한 백화점 재고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출점 경쟁 상황에서 아웃렛 전용 상품을 별도로 생산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 아웃렛의 여성 브랜드 매장 직원은 "이제 아웃렛에서는 전용 상품이 판매된다는 것을 소비자들 대부분이 미리 인지한 상태에서 온다"며 "따로 코너도 마련돼 있는 매장도 있어 전용 상품이라는 것을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본래 가격보다 비싸게 표시하고 마치 큰 폭 할인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특히 값비싼 제품 중에 팔고 남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중저가 상품이 아울렛 제품의 절반에 달하면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매장 직원은 "손님들 사이에 불신이 생겨 백화점에서 봤던 거랑 같은 제품이지만 뭔가 다른 것 같다며 값싼 소재를 사용한 것이 아니냐고 실제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아웃렛을 운영 중인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롯데 측은 "매장 가격의 결정권을 업체 쪽에서 가지고 있지만 업택 관련된 문제를 인지하고, 가격 문제에 있어 고객 기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의하고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신세계 측도 "아웃렛 전용 상품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입점 브랜드에게 가격 관련 소비자 기만 행위는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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