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 이어 다른 대기업 그룹도 개편 불가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외부 환경 변화에다

경영권 승계 등 내부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삼성, 현대차, SK 등 국내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바람이 속도전을 낼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굵직한 지배구조 개편이 계열분리 과정에서 나왔지만 최근 재계에 이어지는 개편 작업은 ‘생존형’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단행된 제일모직과 삼성 SDI의 합병, 삼성그룹의 방위사업·석유화학사업 등 4개 계열사 매각,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 등은 모두 그룹 단위의 체질 개선을 통한 사업 경쟁력 확보가 주 목적이다.

20일 전격 발표된 SK㈜와 SK C&C간 합병 역시 투명성과 경쟁력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이 2013년 9월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부문 인수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재계 시각은 늘 있었던 그룹 내 ‘스몰 딜’ 정도로 인식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제일모직-삼성SDI 합병(2014년 3월),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2014년 9월), 삼성SDS 상장(2014년 11월),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 등 4개사 한화그룹에 매각(2014년 11월) 등을 잇따라 발표하자 이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달라졌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지배구조가 개편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도 최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간 합병을 결의했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글로벌 10위권인 연매출 20조원 규모의 철강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이 최근 들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은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2007년 4대 그룹 중 LG그룹에 이어 두번째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SK그룹은 SK㈜를 정점으로 하는 강력한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해 그룹 규모를 2배 넘게 키웠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전인 2006년 70조4,790억원에 불과했던 그룹 전체 매출이 지난해에는 165조4,690억원으로 2.3배로 성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SK C&C가 지주회사인 SK㈜를 지배한다는 이유로 SK C&C를 ‘사실상의 지주회사’라고 비판해왔다. 따라서 이같은 ‘옥상옥’ 구조의 개편을 통해 보다 단순하면서도 신속히 의사결정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돼 왔다.

경쟁력 강화에 대한 급박성도 이번 개편 작업을 촉발했다는 분석도 있다. 최태원 회장의 장기 부재로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제외할 경우 역성장하는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 속에서 SK㈜와 SK C&C 양사 이사회가 전격 합병키로 한 것은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을 이룸과 동시에 옥상옥 논란을 피하고 SK㈜의 자금력과 SK C&C의 글로벌 사업기회를 합쳐 ICT 분야에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지배구조 개편 바람은 재계 트렌드로 자리잡아 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려는 목적에서 지난 1986년 12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순수지주회사의 설립 및 전환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성장해왔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부터 순수지주회사로의 전환이 허용됐지만 4대 그룹 중에는 LG와 SK만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을 뿐이다. 때문에 일부 대기업과 중견 기업에는 여전히 순환출자에서 비롯된 복잡한 지분 구조가 상존하고 있다. 이를 단순화할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 체제를 갖추고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지난해부터 삼성, 현대차, SK에서 진행된 지배구조 개편도 이같은 방향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