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로 과감하고 신속한 결정 못 해

CJ, 인도 대형극장 SK, KT렌탈 인수 불발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총수 공백 상황에 놓여 있는 CJ와 SK 그룹이 최근 인수 합병(M&A) 경쟁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시고 있다. M&A가 주요 성장 동력인 두 그룹인만큼 실패의 타격이 크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CJ CGV는 올들어 대형 인도 극장 기업 2곳의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모두 실패했다. '공격적 배팅'을 앞세운 현지·글로벌 업체에 밀린 것이다.

매물로 나온 A 시네마는 인도 굴지의 대기업이 소유한 멀티플렉스 체인으로, 델리를 중심으로 8개 지점에 29개 스크린을 갖췄고, B 시네마 역시 인도 남부 첸나이 등 8개 지점에 48개 스크린을 보유한 유명 극장 체인 업체다. '발리우드(봄베이+할리우드)'로까지 불리는 인도 영화산업계는 한 해 1,000편 이상의 영화를 쏟아내 이미 제작 규모 면에서는 미국 할리우드를 넘어섰다.

문화 사업은 CJ그룹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으로, 이재현 회장이 각별한 관심과 열정을 쏟아온 분야다. 이 회장의 한류 문화 투자 사례는 지난달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재에 실리기도 했다. 2013년 7월 이 회장의 구속 이후 오너 부재 상태가 이어지면서 문화 사업뿐 아니라 CJ그룹의 경영은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계획한 투자의 20%나 실행에 옮기지 못해 3년만에 실제 투자 규모가 1조원대로 추락했고 올해의 경우 아예 공식 투자·고용 계획조차 내놓지 못한 상태다. 앞서 지난 2월 CJ대한통운은 싱가포르 물류기업 APL로지스틱스 입찰전에서 일본 물류기업인 KWE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CJ의 위축 경영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난 2012년 898억원이던 CJ E&M의 투자지출(CAPEX) 규모는 2014년 482억원으로 46%나 줄었다. 특히 해외합작, M&A 등에 해당하는 기업투자 항목은 553억원에서 172억원으로 69%나 급감했다.

SK그룹도 비슷한 처지다. 최태원 회장이 2013년 1월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이후 투자가 크게 위축됐다. 총수 공백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가 최근 '롯데의 승리'로 끝난 렌터카 업체 KT렌탈 인수전이다. 실시간으로 투자 가치를 판단해 과감한 결정을 하지 못 하면서 인수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이뿐 아니라 2013년 이후 SK그룹은 STX에너지, ADT캡스, 호주 유류공급업체 UP, 일본 반도체 업체 엘피다 등 국내외 굵직한 M&A 인수전에서 잇따라 실패하거나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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