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우커 소비 '실속형'으로 이동하는 경향
스마트폰 활용해 쇼핑정보 검색
중저가 패션·화장품 브랜드 선호하고 쇼핑 지역도 확대돼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한국을 찾는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가 '실속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쇼핑 장소도 다양해져 삼청동과 가로수길 등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10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춘제 기간(2월 18~22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의 매출 기준 요우커 비중은 26%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요우커들이 많이 찾기로 유명한 매장의 명성을 증명하듯 판매액의 4분의 1 이상을 중국인들이 책임진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요우커 1인당 객단가(구매액)는 약 56만원 정도로 집계됐다. 지난해(65만원)보다 14% 적을 뿐 아니라, 2013년(90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38%나 줄어든 것이다.

과거에 비해 명품 구매보다 실속형 소비를 추구하는 유커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가 꼽는 이유다. 우선 엔화·유로화 가치 약세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취급하는 해외 명품 가격의 이점이 다른 국가보다 줄어들면서 명품을 찾는 중국인들이 줄었다. 실제 춘제 기간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구매건수 기준으로 2012년과 2013년 당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샤넬, 프라다 등 명품브랜드는 지난해부터 순위권에서 사라졌다. 이들 명품 브랜드의 경우 제품당 가격이 높아 구매 액수로는 여전히 상위권에 속해 있지만, 구매 건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대신에 스마트폰을 활용해 가격을 비교하는 등 보다 꼼꼼한 소비 경향을 보이는 요우커들은 늘고 있다. 외국인 관광 전문 여행사 코스모진이 운영하는 코스모진 관광 R&D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월 한달 간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 40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쇼핑 시 현장에서 모바일을 통해 제품 가격 및 정보에 대해 검색하는가’라는 질문에 20대는 83%, 30대는 67%가 ‘그렇다’고 답했다. 모바일 활용에 비교적 익숙하지 않은 40대도 30%가 국내 쇼핑 시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었다.

쇼핑 전 구매할 제품 품목 작성과 관련해서도 20대와 30대는 각각 68%, 64%가 ‘그렇다’고 답해 실속형 구매형태를 띄었으며 40대도 24%가 구매할 제품을 미리 생각해두고 쇼핑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모진 관광 R&D 연구소 정명진 대표는 “고가 및 다량 제품 구매로 일관되던 예전과 달리 하나씩 따져보고 구매하는 실속형 요우커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찾는 젊은 요우커들이 늘어난 것도 주 요인이다. 이들을 일명 바링허우(1980년 이후 출생 세대)라 일컫는데, 지난달 중국 최대 인터넷 여행예약 사이트 씨트립(Ctrip) 통계에서 이들이 방한 중국 여행객 가운데 60%를 차지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장년층 중국인들이 단체 패키지 관광을 예약해 한국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들어 2~3명의 바링허우가 소그룹으로 개별자유여행(FIT)을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바링허우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얻은 쇼핑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고가의 명품보다는 유행에 맞는 화장품과 패션 의류, 캐릭터 상품 등을 주로 찾는다.

실제 중저가 화장품과 패션의류 등을 취급하는 '스타일난다' 롯데백화점 매장은 최근 20대 요우커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본점(영플라자 포함)에서 요우커들이 가장 많이 찾은(구매 건수 기준) 브랜드로 집계됐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패션잡화 브랜드 'MCM'(2012~2013년 1위)은 2위로 밀려났다. 올해 춘제 연휴기간에도 스타일난다는 1위 자리를 지켰고, 캐릭터 상품과 인형 등을 판매하는 '라인프렌즈'가 2위를 차지했다. 3위를 차지한 업체도 중저가 화장품을 판매하는 '투쿨포스쿨'이었다. 중저가 여성의류 브랜드인 '스튜디오화이트'는 올해 처음으로 10위권내에 들었다.

명동과 동대문 일대에 집중됐던 요우커들의 쇼핑 장소도 가로수길과 삼청동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가로수길의 '숨' 화장품 매장은 중국인 관광객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한다. '더페이스샵' 가로수길점도 외국인 관광객의 매출 비중이 60%를 넘으며 그중 절반 이상은 중국인이다. 같은 지역에 위치한 '올리브영'의 경우에는 올 1분기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고객이 작년 동기간보다 4배가량 늘어난 덕분에 매출이 40% 이상 증가했다. 인근에 성형외과가 밀집해 있어 성형수술을 마친 후 붕대를 감은 채 쇼핑을 즐기는 요우커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요우커들에게 인기가 높은 각종 화장품 브랜드들이 하나 둘 가로수길에 둥지를 틀고 있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요우커로 인해 가로수길 상권이 변하고 있다"면서 "현재 가로수길 중심 도로변에는 20여 개의 화장품 매장이 성업 중인데 이 중 7곳이 작년 이후 새롭게 문을 연 매장"이라고 설명했다. SNS 등을 통해 홍대와 삼청동을 새롭게 알고 찾는 젊은 요우커들이 많아지면서 이 곳에 화장품 매장을 내는 업체들도 급격히 늘었다. 더샘의 경우에는 최근 삼청동 매장을 요우커들이 좋아하는 ‘붉은색’ 콘셉트로 리뉴얼해 새롭게 오픈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싹쓸이족'으로 대변되던 유커들의 소비 패턴이 점차 다양화되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젊은 요우커들을 겨냥해 마케팅 전략 강화를 모색하는 한편 '부유한 중국인 고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현지 홍보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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