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없는 세심한 서비스·고도의 사진 기술로 '인기'

현지 추가 비용 지불·무리한 일정 변경 등 이미지 훼손 경우도

전지현 웨딩 화보. 사진=엘르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서울 명동 일대에 색색별로 장식된 신규 호텔 브랜드 입점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신혼부부들이 한국 '웨딩여행'을 선호하면서 롯데호텔·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이비스 등 이미 한국에서 다양한 호텔 체인을 운영 중인 업체들이 중국인이 좋아하는 화려한 디자인을 가미해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런 '명동 호텔 입점 열풍'으로 인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중구에만 총 4,419실의 객실이 새로 생겨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신혼부부들은 호텔업뿐만 아니라 침체된 웨딩사업까지 살리고 있다. 실제로 결혼식을 한국보다 훨씬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르는 중국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현재 웨딩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신혼부부는 연간 약 1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이 3박 4일 일정으로 웨딩촬영을 하고 쇼핑, 관광에 쓰는 돈은 항공료를 빼고도 1인당 3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이른다. 쇼핑에 이어 또 하나의 한류시장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웨딩서비스업체인 아이패밀리SC(아이웨딩)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웨딩촬영을 문의하는 중국인 상담건수는 2010년 715건에서 2014년 3,876건으로 441.3% 늘어났다. 지난해 거래금액은 24억원으로 2010년과 비교해 1896.6%나 증가했다.

이처럼 한국 웨딩관광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한국관광공사는 한국웨딩플래너협회와 손잡고 중국 공산당 산하 40여 개 웨딩산업협회와 연계한 웨딩관광 상품화 사업을 진행했다. 중국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관련 여행 상품을 시장에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중국은 결혼 후 신혼여행이나 야외촬영 문화가 우리나라와 달리 전문적인 샵이나 스튜디오를 통해 진행하는 경우가 없다"며 "국내 사진촬영 기술이나 앨범 제작이 더 섬세하기 때문에 대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부부들을 중심으로 한국 웨딩촬영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외촬영 비중이 높은 중국 현지 웨딩촬영업체와 달리 한국 웨딩촬영업체들의 다양한 촬영 콘셉트도 중국 예비부부들의 한국행을 이끄는 요인이다. 전지현·수지 등이 다니는 미용실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드레스를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중국인 커플만 상대하는 대형 스튜디오도 생겨났다. 신사동에 본점을 둔 한 결혼 사진 전문 업체는 중국인 커플용으로 서울에만 5곳의 스튜디오를 갖춰놓았다. 이 업체 관계자는 "중국 손님들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스튜디오 분위기를 다 다르게 꾸몄다"고 말했다. 야외 촬영을 선호하는 중국인의 특색에 맞춰 촬영은 올림픽공원, 한강공원, 남산 한옥마을 등 야외에서도 진행한다.

블로그나 SNS를 보고 직접 예약 문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S 웨딩업체의 한 플래너는 "우리 회사는 작은 편이라 중국에 직접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웨딩을 진행한 사진을 보고 문의 전화를 하거나 박람회에서 신청을 하는 등 중국인 신부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화려함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스튜디오를 선택하고 관광도 하면서 웨딩촬영을 즐기는 형태로 웨딩 촬영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신혼부부들을 공략하기 위해 호텔과 스튜디오는 손을 잡았다. 라마다서울호텔은 웨딩촬영 전문업체 구호스튜디오와 함께 중화권·외국고객 전용 웨딩 상품인 '더 L.U.V'를 출시하고 중국 여행사 ·웨딩컨설팅업체 직원 등을 초청해 론칭 행사를 열었다. 이 상품은 호텔에 투숙하면서 호텔 내외부에서 웨딩 촬영까지 할 수 있는 상품으로, 중화권 고객을 겨냥해 만들어진 것이다.

롯데호텔제주에서는 지난 7월부터 국내 웨딩전문 업체 아이웨딩과 연계해 중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웨딩 촬영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프로모션을 개시한지 한 달만에 20 건의 예약이 확정됐다. 웨딩 촬영의 인기를 확인한 롯데 측은 100명 전후의 소규모 웨딩 프로모션도 선보였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은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려는 중국인들의 문의가 많아지는 추세에 맞춰 중국인이 선호하는 붉은색을 이용한 웨딩 장식을 기획했다.

중국 현지에서도 약 80만~130만원의 비용으로 한국식 웨딩 촬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 수준이 떨어져 한국에서 직접 촬영을 원하는 예비부부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 웨딩시장이 방대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보니 한국의 여러 컨설팅업체나 여행사들이 '웨딩 촬영'을 이용한 중국시장 진출에 혈안이 돼 있다. 한국에서도 중국 신혼부부를 겨냥한 마구잡이식 웨딩 패키지가 난립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웨딩 촬영을 패키지에 넣기는 했지만 질적으로 떨어지거나 사전공지도 없이 현지에서 추가 비용을 지불을 하게 만들고 일정을 변경하는 등 만족도가 떨어져 오히려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경우가 있다"면서 "불량 업체를 감독하는 행정적인 권한은 없기 때문에 중국 진출을 원하는 업체들이 중국 지사를 통해 결혼 박람회에 참여하도록 지원하거나 우수업체에게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등 마케팅 측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지원과 함께 웨딩업체도 인생의 중요한 행사를 한국에서 맞이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더욱 신경을 써야 더욱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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