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패션 대결 ⑬ 교복 브랜드]

'교복 학교 주관 구매' 제도… 학생·학부모·업체 모두 불만 많아

2012년 4,000억원에서 2014년 2,000억원으로… 시장 '반토막'

업체들 전략적 디자인 연구… 보온성·쾌적함 더한 소재에 기능도 다양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올해 사립 고등학교에 입학한 손지연(17·가명)씨는 교복을 구입하기 위해 엄마와 함께 여러 곳의 매장을 둘러봤다. 똑같은 모양의 교복이 거기서 거기 아니겠느냐며 엄마는 빨리 고르라고 성화였지만 손 씨는 결국 네 곳의 교복 매장을 둘러본 뒤에야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손 씨는 "교복 브랜드마다 스타일이나 핏감, 소재가 확연히 달라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아무래도 3년 동안 거의 매일 입을 옷이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신중하게 따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공립 고등학교에 입학한 곽소민(17·가명)씨는 자신의 교복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교복 학교 주관 구매' 제도로 학교 측에서 선택한 브랜드의 교복을 입어야 했던 것이다. 학교 주관 구매는 교육부에서 30만 원을 호가하는 교복 값을 내리기 위해 시행한 제도이다. 학교 측에서 상한가를 정해두고 입찰 경쟁을 시행해 1개 업체를 선정한 뒤 일괄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교육부가 제시한 상한가는 동복은 20만3,084원, 하복은 7만9,225원이다. 공동 구매 교복의 평균 가격이 19만9,689원이라는 점을 고려한 기준이다. 학교 측이 업체를 선정할 때는 보통 가격과 품질을 따져 결정한다. 해당 정책은 2015년부터 전국 국·공립 중·고교에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스마트학생복을 비롯, 아이비클럽, 엘리트, 스쿨룩스 등 4대 메이저 브랜드와 e착한학생복, 기타 지역 중소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스마트학생복 제공

아무래도 교복 시장 분위기는 어두워졌다. 중·고교 학생 수 감소로 수요가 줄어든데다 교육부가 새로 시행한 제도가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복업계 관계자는 "2012년 4,000억 원대에 달했던 학생복 시장이 2014년 2,000억 원대로 반토막난 상황"이라며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업계는 입찰 경쟁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예상 물량을 미리 제작·생산하는 교복업계 특성상 낙찰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미리 제작에 나설 경우 재고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브랜드와 대리점 점유율에 따라 교복을 주문하면 됐다"며 "하지만 학교 주관 구매제 변경 후부터는 필요 물량을 예측하기 어려워 가뜩이나 어려워진 학생복 업계의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첫 시행이다보니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혼란만 초래했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환불도 되지 않고 사이즈를 교환하려고 해도 업체 측에서 거절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길이를 늘리는 식의 기본적인 수선도 이뤄지지 않아 돈을 주고 사설 업체에 맡겨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교 측의 교복 업체 선정이 늦어지거나 선정된 업체에서 납품 기일을 맞추지 못해 학생들이 사복을 입고 등교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교복을 입어보지 못하고 일괄 구매해야 된다는 점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 교복을 입어본 뒤 구매하기 위해 학교 측에서 나눠준 구매 신청서에 물려 입을 것이라고 거짓 기입한 학생들도 있었다.

사진=엘리트학생복 제공

학교 주관 구매 제도가 도입되면서 교복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학교 주관 구매가 막바지에 이른 작년 말 입찰을 마무리한 학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마트학생복이 17%(314개교)에 달하는 낙찰률로 1위를 차지했고 e착한학생복이 13%(246개교)로 뒤를 이었다. 학교 주관 구매 제도 시행 전까지 40%를 웃도는 시장 점유율로 1, 2위를 차지했던 아이비클럽과 엘리트학생복은 각각 6%와 5%, 스쿨룩스는 4%의 낙찰률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학교 주관 구매가 안정화되기까지 시장의 판세가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정확한 점유율 수치를 알 수도, 예상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업체들은 악전고투하고 있다.

교복이라고 다 같은 교복이 아니다... 전략적 디자인 추구

성인복과 달리 교복을 고를 때는 한창 성장하고 있는 학생들이 입는다는 점에서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많다. 성인 체형을 기준으로 교복을 만들다보면 학생들이 입었을 때 착용감과 활동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각자 다년 간의 연구를 통해 전략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스마트학생복은 이를 위해 2014년 1월 따로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스마트학생복 관계자는 "연구소를 통해 편리성, 기능성, 안정된 실루엣을 갖춘 스마트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쿨룩스도 4년여 동안 청소년들의 체형을 연구 분석해 대표 체형을 완성했다. 스쿨룩스 관계자는 "학생들의 체형을 3차원 렌더링으로 정밀 분석하고 학생들의 피팅 선호도까지 반영해 '워너비 바디'(Wannabe Body)를 완성시켰다"며 "이는 청소년의 체형의 어깨와 목의 각도, 허리, 엉덩이 라인 등의 인체 굴곡을 반영해 교복을 입었을 때 끼는 현상이 없이 편안한 착용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엘리트학생복의 경우 체형선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여학생은 ‘V라인 스커트'로 남학생은 'S키니 바지'를 통해 학생들의 체형과 스타일을 반영했다. 아이비클럽의 경우 '다리가 길어 보이는 학생복'이라는 일관된 브랜드 콘셉트를 전개하며 상품 개발과 품질 연구에 주력해왔다.

사진=스쿨룩스 제공

게절에 따라 보온성과 쾌적함 더한 소재… 기능도 다양

매일 착용하는 생활복인만큼 업체들은 교복 소재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편이다. 동복의 경우 고급 캐시미어나 울을 사용해 보온성을 갖추고 하복은 땀을 바로 흡수하고 빨리 건조되는 원단을 사용해 쾌적함을 더한다. 스마트학생복의 경우 동복에 울마크 인증을 받은 원단을 사용해 보온성을 더했고, 스쿨룩스의 경우 하복에 자외선 차단 기능을 갖춘 원단을 사용했다. 스쿨룩스 관계자는 "섬유의 변색을 막고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엘리트학생복도 동복에는 캐시미어, 하복에는 땀을 흡수하는 기능과 통기성이 강화된 원단을 사용한다.

블라우스 속에 지퍼를 넣어 허리라인을 잡아주는 스쿨룩스의 '에티켓 지퍼'나 최대 7cm 허리 사이즈 조절 가능한 스마트학생복의 '매직 슬라이더', 성장에 따라 조정 가능한 '히든 소매' 등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칭찬하는 부분이다. 특히 스쿨룩스의 경우 업계 최초로 교복 안심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불의의 교통사고나 화재, 학교폭력 등으로 교복이 손상됐을 때 무상으로 교환해주는 제도이다.

사진=아이비클럽 제공

드라마 속 김희선이 입은 그 교복… "무슨 브랜드야?"

유행에 민감한 학생들이 주요 고객이다 보니 업체들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TV·영화 속의 교복을 직접 제작하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엘리트학생복은 최근 방영을 시작한 MBC 드라마 '앵그리맘'의 출연진 김희선, 김유정, 리지 등이 입을 교복을 제작해 지원에 나섰다. 엘리트학생복 관계자는 "폭력과 사학 비리로 얼룩진 학교 문화를 바로잡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드라마 '앵그리맘'이 엘리트학생복 브랜드 콘셉트와 일치해 교복 지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비클럽도 KBS 드라마 '드림하이' '공부의 신' 등의 교복 제작에 참여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업체들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10대들이 좋아할 만한 이벤트나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며 학생들과의 소통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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