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결혼·출산·주택·취업에 이어 꿈과 희망까지 잃은 7포세대

2030 청년 월평균 소득 0%대 증가…통계 집계 이래 최저 기록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최악의 청년 취업난과 장기화된 경제 불황에 청년 세대들이 포기하는 것이 많아지고 있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세대’로 모자라 내 집 마련, 취업까지 포기하는 ‘5포세대’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30세대의 2명 중 1명은 다섯 가지 중 하나 이상을 포기한다고 답했으며 이제는 꿈과 희망까지 포기했다는 '7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4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2인 이상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433만9,612원으로 전년보다 0.7%(2만9,486원) 늘었다. 이런 증가율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39세 이하 가구의 소득은 2013년에는 7.4% 늘었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에도 2.9% 증가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인 점을 고려하면 20∼30대 가구의 소득은 사실상 줄어든 것이다. 20∼30대 가구의 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는 데는 청년실업 증가와 고용의 질 악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53만3,000명이나 늘어 12년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지만, 이에 반해 청년 실업률은 9.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취업을 한다 해도 비정규직과 생계형 창업 등 질 나쁜 일자리가 많아 소득 수준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청년 취업자 19.5%는 1년 이하의 계약직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이 이처럼 계속해서 질이 낮은 일자리에 머무른다면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절반 이상이 상반기(1∼6월)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악화와 실적 부진에 정년 연장까지 겹쳐 ‘채용 삼중고’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취업이 어려워지자 청년 세대의 부담이 커지면서 연애, 결혼 등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2030세대 2,880명을 대상으로 “귀하는 연애, 결혼, 출산, 대인관계, 내 집 마련 중 포기한 것이 있습니까?”라고 설문한 결과, 57.6%가 ‘있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결혼’을 절반 이상(50.2%, 복수응답)이 포기했다고 답했고, 뒤이어 ‘내 집 마련’(46.8%), ‘출산’(45.9%), ‘연애’(43.1%), ‘대인관계’(38.7%) 순이었다.

성별에 따라 보면, 남성은 ‘결혼’(53.2%, 복수응답), ‘연애’(48.5%), ‘내 집 마련’(47.2%), ‘출산’(41.9%), ‘대인관계’(40%) 순으로 포기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여성은 ‘출산’(50.7%, 복수응답), ‘결혼’(46.5%), ‘내 집 마련’(46.3%), ‘대인관계’(37.1%), ‘연애’(36.6%) 순으로 답해 차이를 보였다.

처음 포기를 결심한 시기로는 ‘첫 취업에 성공한 시점’(29.9%)이 가장 많았고, ‘취업 준비 시점’(28.2%)도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대학 재학 시절’(16.4%), ‘학창시절 및 그 이전’(13.1%), ‘결혼 준비 시점’(5.5%)에도 5가지 항목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기하게 된 이유로는 ‘모아놓은 돈이 없어서’(49.8%,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현재 수입이 없거나 너무 적어서’(43.1%), ‘돈을 모아도 힘들어서’(40.9%), ‘제대로 잘 할 자신이 없어서’(35.1%), ‘가난 등을 대물림 하기 싫어서’(31.6%), ‘취업이 늦어져서’(29.3%), ‘시간 여유가 없어서’(27.8%) 등의 답변이 많았다.

항목별로 포기한 이유를 살펴보면, 연애는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라서’(57.5%, 복수응답), 결혼은 ‘주택마련 등 해야 할 것이 많아서’(49.8%), 출산은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커서’(72.8%), 대인관계는 ‘취업 등 당장 더 급한 게 있어서’(53%), 내 집 마련은 ‘어차피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73%)를 각각 1순위로 꼽았다.

한편 시장조사 전문기업이 진행한 조사에서는 '5포 세대 문제를 양산하는 주체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77.5%가 ‘국가’를 꼽았다. 이어, 73.7%는 ‘공공기관’을, 50.6%는 ‘대기업’을, 45.8%는 ‘청년세대 자신’을 각각 꼽았다.

또 응답자(복수응답)의 85.0%는 ‘앞으로 5포세대 문제는 더 심각해 질 것이다’고 응답했다. 59.1%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국가-사회-제도를 원망해 본 적 있다’, 46.5%는 ‘앞으로 열심히 일해도 경제적으로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25.6%는 ‘청년세대가 열심히 공부하면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고 생각했다.

정부는 올해 청년 고용 관련 사업에만 예산 1조 4,000억원을 책정했다. 특히 고용부는 ▲능력중심사회구축을 위한 일학습병행제 확산 ▲청년 인턴사업 체험형으로 확대 ▲인문계 대졸자 취업난 해소책 마련 ▲주요기업의 청년 채용계획 및 경향 정보제공 ▲대학의 취업지원 인프라를 확충 및 지역 거점 대학청년고용센터 사업 추진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청년세대 문제를 청년세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식은 전체 16.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사자인 20대의 경우에는 이런 인식을 가진 응답자가 매우 적어, 청년세대들의 자신감 상실이 심각한 수준으로 보여진다. 평범한 삶마저 포기한 7포세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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