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외 유통업체 "데이 마케팅 정부 홍보 부족"

일시적 매출 성장위한 '제 살 깎아먹기'라는 지적도

대형마트가 삼겹살데이·삼치데이를 맞아 최저가 경쟁에 돌입한다. 사진=홈플러스 제공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삼겹살데이' '삼치데이' 화이트데이'. 3월이 되자마자 유통업계는 각종 '데이(Day)'라는 이름으로 특정한 날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소비자들에게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먼저 3월3일은 숫자 3이 겹친다고 해서‘삼겹살 데이’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이 시기에 반값 할인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삼겹살을 저렴하게 사먹을 수 있다. 지난달 설에도 실적이 부진했던 대형마트들은 올해 삼겹살 마케팅을 ‘10원 전쟁’이라 부르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마트는 먼저 국내산 삼겹살을 100g당 1,080원에 판매하는 초특가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그러자 롯데마트는 지난달 27일 삼겹살 가격을 990원(100g)으로 인하했고, 이마트는 곧바로 롯데마트보다 더 싼 960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홈플러스 역시 1,170원→990원→950원으로 두 번이나 가격을 내렸다. 대형마트 3사의 가격 경쟁 덕분에 소비자들은 어느 때보다 부담없이 삼겹살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삼겹살은 전통적인 ‘서민 음식’으로 불렸지만 최근 구제역 등의 영향으로 공급이 줄며, 대형마트에서 지난해 4월부터 꾸준히 100g당 2,000원대 이상의 고공 행진을 이어왔다.

이권재 롯데마트 축산팀장은 "지금도 삼겹살 가격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삼겹살데이 할인행사에 예년보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숫자 3, 7과 발음이 유사한 ‘삼치·참치 데이(3월 7일)'에도 각종 할인전이 펼쳐진다. 롯데마트는 오는 5~11일 삼치와 최고급 참치 어종인 참다랑어를 25% 할인 판매한다. 호주산 남방 참다랑어 뱃살 모둠(약 240)은 2만3,800원, 몸살 모둠(약 300)은 1만9,500원에 각각 내놓는다. 대형 삼치(약 700)도 마리당 4,500원에 판매한다. 홈플러스는 5~11일 눈다랑어 뱃살 참치회 300g을 45% 싼 1만6,500원에 판매한다.

이처럼 유통업계에서 '데이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일시적이긴 하지만 매출이 급성장하고 덩달아 다른 품목 소비도 늘어나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삼겹살데이에 삼겹살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6.8% 늘어났고 참치데이에는 매출이 30% 가량 상승했다. 롯데마트도 지난 참치데이 당시 참치회 매출이 전월대비 340% 급성장했고 국산삼치도 93% 뛰었다. 화이트데이는 밸런타인데이와 더불어 '대목'인만큼 매출 상승률이 더 높아 롯데마트는 해당 기간(3월12~14일) 사탕류 매출이 전월대비 883%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마케팅을 진행하면 아무래도 매출이 많이 오르게 된다"며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해 이슈화가 될 수 있고 또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도 대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사실 삼겹살데이나 삼치·참치데이는 단순히 숫자로만 만들어진 기념일이 아니다. 삼겹살데이는 축산 양돈 농가를 살리기 위해 지역 축협이 2003년부터 3이 겹치는 3월3일로 지정했다. 삼치·참치데이 역시 2006년 해양수산부와 한국원양어업회가 참치 소비 확대를 위해 지정한 날이다. 3월7일의 3·7 발음이 삼치·참치와 비슷해 정한 날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삼겹살데이나 삼치·참치데이처럼 이색적인 기념일은 재미까지 더할 수 있고 농축산업계나 수산업계를 돕는다는 측면도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며 “특별한 의미가 없는 기념일들도 그냥 지나칠 순 없다. 기념일 관련 상품을 기획해 내놓으면 곧바로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유통시장은 온라인화로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규모의 경제'에서 '완전경쟁시장'으로 변화하고 있고, '제로마진'으로 수렴하고 있는 상황에 단기적 마케팅은 '제 살 깎아먹기'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미 있는 날도 있지만 말 그대로 소비를 위한 날이 대부분인 것 같다”며 “10원 전쟁·최저가 전쟁 등 기념일을 이용한 마케팅이 증가하는 것은 경기 악화에 따른 소비 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를 촉진시키고 판매율을 증가시키기 위한 상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홍보가 부족하고 지나치게 상업적인 수단으로만 이용되면서 일부 대기업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에게는 홍보가 덜 된 탓에 상인들은 '데이 마케팅'의 효과를 보기 어려운 처지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 연합회 관계자는 "다른 데이와 달리 삼겹살데이나 삼치데이는 정부 차원에서 만든 좋은 취지의 기념일이고 소비자들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 좋은 날인데 시장을 찾는 연령이 높은 소비자들은 이런 특정 데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예 손님이 없는데 무슨 마케팅을 하느냐. 시장 상인으로서는 매출 상승을 별로 체감하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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