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가격의 중저가 커피전문점 늘어나고 있어
외식업체·편의점도 저가 커피 메뉴 강화
드롭탑·스타벅스도 일부 커피 가격 인하

파리바게뜨가 론칭한 '카페 아다지오'. 사진=파리바게뜨 제공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커피 시장에 '저렴한 커피' 바람이 불고 있다. 중저가 커피전문점, 각종 외식업체 등이 가격이 1,000원~3,000원대로 저렴한 커피를 앞세우며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는 양상이다. 일반 커피전문점 업계에서도 커피 가격이 낮아질 조짐이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합리적 가격을 내세운 중저가 커피전문점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커피베이는 2011년 창업한 지 3년 만인 지난해 매장 수가 400여 점으로 늘어났다. 이 업체의 커피 가격은 아메리카노 2,500원, 카페라떼 3,300원 등으로 아메리카노가 평균 4,000∼5,000원인 커피 전문점의 50∼70% 선이다. ‘외식왕’으로 불리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빽다방도 2013년부터 가맹점을 내며 점포수를 늘리고 있다. 빽다방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2,000원이다. 다른 메뉴들의 가격도 모두 1,000원~3,000원 선이라 네티즌들 사이에서 '착한 가격'이라 불린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커피 메뉴를 강화해 일반 커피전문점과의 경쟁에 나선 외식·유통업체들도 있다. SPC그룹의 베이커리 전문점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합리적인 가격의 고품질 커피'를 표방한 '카페 아다지오'를 출시했다. 가격은 아메리카노가 2,500원, 카페라떼·카페모카 3,500원 등이다. 기존에 매장에서 팔던 커피와 가격은 같지만 품질이 전문 브랜드 수준으로 좋아져 빵, 디저트 등 베이커리 메뉴와 잘 어울린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카페 아다지오 출시 후 파리바게뜨의 커피 매출은 이전보다 50% 정도 늘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세계 각지를 돌며 찾아낸 고품질 원두를 사용하고, 원두 농장과 직거래해 고품질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는 전국 3,200여 매장을 보유한 저력을 바탕으로 커피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이는 커피전문점으로는 국내 최다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이디야커피의 1,300여개 매장보다도 많은 규모다. 이디야커피도 스타벅스 등보다는 상대적으로 중저가의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 업체인지라 파리바게뜨의 커피전문점 진출은 이디야커피와의 경쟁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패스트푸드 전문점 맥도날드의 경우에는 지난달 말 자체 커피 브랜드 '맥카페'의 커피 가격을 최대 600원 인하했다. 미디움 사이즈 기준 카페라떼와 카푸치노는 각각 2,900원에서 2,300원으로, 아메리카노는 2,300원에서 2,000원으로 내렸다.맥도날드는 커피 용량에도 변화를 줬다. 용량이 작고 그만큼 가격도 저렴한 '스몰 사이즈' 커피를 새로 내놓은 것인데, 이 커피의 가격은 아메리카노가 1,500원, 카페라떼와 카푸치노 1,800원이다. 맥도날드 측은 맥카페가 기존에도 커피전문점과 비교하면 커피 가격대가 저렴했지만, 가격 인하 후 고객 반응이 좋아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도 매장에서 판매하는 1,000원대 원두커피 메뉴를 강화하고 있다 커피 전문회사 쟈댕과 공동 개발한 원두커피 브랜드 '미니카페'를 운영 중인 미니스톱은 최근 '발포컵'을 도입하며 품질 강화에 나섰다. 친환경 펄프재료와 특수 코팅제품을 열처리해 컵 표면을 팽창 시켜 일반 종이컵보다 보온 효과가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미니카페 브랜드로 판매 중인 커피의 가격은 1,000원이며 종류는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 2가지다. 일반 커피전문점들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직장인 등을 중심으로 호응이 높아지면서 미니스톱은 향후 여성 고객 대상의 새로운 메뉴를 추가해 상품 구색을 넓힐 계획을 세웠다. 편의점 씨유도 최근 전체 점포의 절반가량인 4,000여개 점포에서 에스프레소 커피 기계로 즉석에서 내린 커피를 판매 중이다. 에스프레소 추출액이 캡슐에 진공 포장된 형태의 ‘핫델라페’를 내놓기도 했다.

일반 커피전문점 업계에도 커피값 인하 바람이 불 조짐이 보인다. 커피전문점인 드롭탑은 통상적으로 1만원대에서 형성된 스페셜 커피 가격을 5,000원대로 낮춰 판매하고 있다. 이 커피는 브라질과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은 고급 원두만을 사용한 상품이다. 스타벅스는 이달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주력 품목 중 하나인 카페라떼 가격을 700원 할인해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할인 판매 기간은 6월말까지다. 톨(Tall) 사이즈 제품 기준으로 스타벅스의 카페라떼의 할인 전 가격은 4,600원으로, 스타벅스가 커피 제품의 가격을 인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지난달 한 소비자 단체가 '국내 스타벅스의 커피값이 전 세계 13개 도시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하면서 부정적 여론이 커진 데 따른 조치로 본다. 해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율을 감안했을 때 미국에서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2,477원, 스페인은 3,000원, 대만에서는 2,913원, 독일은 2,660원 등으로 팔리는 반면, 한국은 4,100원으로 스타벅스가 없는 이탈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도시 평균가격 3,207원보다 28%가량 비쌌다.

한편, 이같은 커피 시장의 변화는 최근 일반 커피보다 2~3배 비싼 커피를 판매하는 '프리미엄' 커피 매장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엔제리너스커피는 최근 커피 한 잔 당 가격이 7,000원부터 시작해 1만 원대까지 이르는 ‘엔제리너스커피 스페셜티’ 매장을 열었으며 탐앤탐스·스타벅스 등도 고가의 커피를 주 메뉴로 하는 프리미엄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커피전문점이 4년만에 2배 이상 늘어났을 만큼 포화 상태라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가격이 월등히 비싸더라도 더욱 고급스러운 커피를 찾는 고객들의 수요에 맞춰 아예 프리미엄 커피를 내놓거나 보다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출시해야 현 상황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설명하면서 "'작은 사치' 열풍으로 커피 소비량이 계속 증가세인 것은 맞지만 대체적으로 일반인들에게 '비싸다'는 느낌을 주는 중간 가격대의 커피 전문점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커피전문점 만족도 조사'(연매출 기준 점유율이 높은 7개 커피전문점을 3개월내 이용한 999명 대상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커피 전문점에 대해 가장 불만이 높은 항목은 '가격적정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업체 중 아메리카노 등의 가격이 가장 비싼 커피빈의 종합 만족도가 최하위였으며, 가격 만족도가 높은 이디야커피가 종합 만족도에서도 1위를 차지한 점 역시 이 같은 소비자 성향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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