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경험 있다면 숙박비 무료' 게스트 하우스 등장

청춘들 인생에 '잼'(재미) 처방해 주는 업체도 나와

'위로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코카콜라/잼있는인생 페이스북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경기 불황 속에 삶의 무게에 지친 이들을 위한 '위로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실패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무료로 숙박을 제공하는 게스트하우스부터 제품 패키지에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식품 업체들까지 고객을 위로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최근 강원도 춘천시의 한 게스트하우스는 '이혼·자퇴·퇴사·가출·부도·탈영·탈출·이별 따위의 선택을 하신 분들에게는 입실료를 받지 않겠습니다'라는 포스터를 내걸었다. 포스터에 적힌 대로 무료로 숙박을 하기 위해서는 이혼서류·사직서·망한 사업계획서·이별문자 등 '실패 증빙 자료'를 주인의 이메일로 보내면 된다. 다만 위와 같은 '선택'을 한 지 한 달 이상 경과되지 않은 사람들만 무료 숙박이 가능하다.

해당 업체 주인 강모(30)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각종 문예 공모전에서 셀 수 없이 낙선하는 등 실패 경력이 있는 내가 직접 요리하고 음악을 연주해주겠다. 그리고 당신은 선택을 한 것이지 패배를 한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주겠다"면서 "노르웨이 속담에 '넘어지지 않고서는 스키를 배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직접 일으켜주지는 못 하더라도 옆에 떨어진 스키 폴대 정도는 주워주겠다"는 글도 적었다. 강 씨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온 손님들은 춘천 여행을 오면 대부분 이 곳을 다시 방문하기 때문에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가하면 서울 은평구의 한 미용실은 미용실 외부에 소주, 와인 등과 함께 '속상하신 분 한 잔 하세요', '웃으며 살자' 등의 팻말을 두어 손님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이별을 겪은 손님에게는 커트가 공짜다. '공짜 커트'에 명확한 기준은 없고 가슴 속 고통이 주인에게 전해지기만 하면 된다.

지치고 힘든 현대인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잼을 처방해준다는 업체도 있다. 고된 구직 활동에 지쳐있던 두 명의 취업준비생들이 창업한 '잼있는 인생'은 '퍽퍽한 식빵같은 인생에 달콤한 잼을 처방해준다'는 모토로 재기발랄한 제품명이 돋보이는 '처방잼'들을 판매한다. 홈페이지에는 머리에 고민이 가득한 사람들을 위한 '맘고생고망 망고잼', 고된 일상을 벗어나 따뜻한 방 안에서 실컷 여유를 부리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집에서 뒹귤뒹귤잼' 등의 제품이 소개되어 있다. 이 업체는 친구에게 응원메시지를 보내는 이들에게 추첨을 통해 ‘베리블루(very blue, 정말 우울해)? 블루베리잼’이라는 이름의 제품을 나누어 주는 이벤트를 열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코카콜라의 경우에는 지난달 ▲이루어지(쥐)리라 ▲호랑이기운가득 ▲부자되세용 ▲내가 최고인가봐 ▲말하는대로 ▲다재다능원숭이 ▲니가최고닭 ▲행복하게(개) ▲뭐든잘돼지 등 올해 이루고 싶은 소망 메시지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들을 제품에 인쇄한 12간지 패키지를 출시했다. 그런가하면 차(茶) 브랜드 오설록은 최근 아시아의 전통적인 건강 레시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제품화한 '멘탈티(Mental tea)'를 출시하면서 온라인 상에서 '고민빼기(-) 공감 더하기(+)'이벤트를 벌였다. 취업고민을 비롯, 연애·건강 등 위로받고 싶은 다양한 내용들을 댓글로 달면 각각의 사연에 맞게 위로의 댓글을 전달하고 제품도 증정했다.

신발 브랜드 크록스도 최근 SNS를 통해 '따뜻한 인사말' 이벤트를 벌였다. 고객이 크록스 공식 페이스북에 "다 잘될 거에요"와 같은 듣고 싶은 따뜻한 인사말을 남기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증정하고, 실제 매장 직원들이 해당 인사말을 고객들에게 들려주는 이벤트였다. 캐주얼 가방 브랜드 쌤소나이트 레드의 경우에는 지난 26일 2030 남녀 300명을 초청, 연애칼럼니스트 곽정은, 청년사업가 장진우 등과 취업, 연애, 창업 등 고민을 나누는 '힐링토크쇼'를 가지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황이 지속되면서 불확실한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독여 줄 수 있는 마케팅이 떠오르고 있다"며 "소비자와 업체 간 자연스러운 소통을 유도하는 방식이다보니 호응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