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패션 대결 ③ 남성 정장]

남성 정장 매출 비중 갈수록 축소… 캐주얼 정장은 상승세

성장 정체에 공격적 투자도 자제… 최근 맞춤정장 유행

체형 등 고려해 슈트 선택해야… 상대방과 나를 위한 배려

슈트의 인기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공식 석상에서는 정장 차림을 요구한다. 대학 졸업생이나 사회 초년생에게 슈트 한 벌은 이제 기성인의 대열에 들어갔음을 확신하는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사진=이민형 기자
[데일리한국 장원수 기자] 남성 정장의 위기다. 남성 정장은 캐주얼과 이웃도어 등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2004년 정장 매출이 남성 패션 시장 전체에서 차지한 비중은 49.8%로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비중은 매년 조금씩 떨어져 2013년에는 34%까지 감소했다. 이에 반해 10년 전 30%도 되지 않던 캐주얼 매출 비중은 2013년에 33.1%까지 올라갔다. 여기에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의 매출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남성 정장의 위축은 전반적인 경기 불황 탓이 크다. 이전에는 계절 별로 최소 한 벌 이상의 정장을 입는 것이 추세였지만, 성인 남성들이 얇아진 지갑 탓에 정장 구매를 크게 줄였다. 패션업계도 2009년 금융 위기를 전후로 가두점 확장과 신규 진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최근 1~2년 간 벌어진 현상이 아니어서 업계에서는 남성 정장의 위축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고 있다. 특히 모든 연령대에서 격식보다는 개성과 실용성에 방점을 둔 소비 성향이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위축된 시장 흐름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스타일리시한 남성복이 시장을 주도하고 젊은 층의 이탈이 가속화하는 반면, 40대가 새로운 수요층으로 부각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클래식 정장의 대명사인 슈트를 고집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권장하는 회사가 늘면서 남성정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사진은 고급 신사복의 대명사로 예복과 정장, 캐주얼 정장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닥스 제품. 사진=LF 제공

'아저씨 정장'은 가라, 캐주얼 정장이 왔다

비즈니스맨들은 행사, 미팅 등 공식 석상에 자주 참석하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타일링에 격식을 갖춰야 한다. 이때 클래식 슈트를 착용하면 럭셔리한 분위기를 발산해 품격 있는 남성 스타일링을 선보일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성 정장은 격식을 갖췄다는 느낌을 주는 슈트나 재킷을 입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중년 정장은 실제 어깨보다 한 뼘은 더 넓은 사이즈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LF에 따르면 슬림한 옷에 대한 중년층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슬림 라인에 해당하는 7·8드롭 제품이 2007년까지만 해도 전체 남성복의 5% 정도에 그쳤지만 2013년에는 해당 사이즈 제품이 40%까지 늘어났다. ‘드롭’은 가슴둘레에서 허리둘레를 뺀 치수를 뜻하는데 과거 남성복 표준으로 삼았던 6인치 드롭 사이즈는 넉넉한 품의 ‘아빠 양복’이었다. 하지만 몸매를 가리기에 바빴던 중년 남성들이 자신의 몸에 맞춘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눈에 띄게 생산 추세가 바뀌고 있다. 정장 바지 역시 최근에는 주름 없이 몸매가 드러나는 노턱 팬츠가 인기인데 해당 제품의 생산량은 2007년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

이런 캐주얼 정장의 등장으로 일명 '아저씨 정장'이라고 하는 슈트가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캐주얼 정장은 ‘반(半) 정장’으로 불린다. 정장의 단정함과 캐주얼의 편의성을 모두 갖고 있다. 코트 안감에 패딩을 넣거나 다운점퍼 표면을 울 소재로 처리한 것도 있다. 기업들도 비즈니스 캐주얼, 자율 복장 문화 등을 도입하면서 면접이나 장례식장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장을 입을 일이 줄어든 것도 캐주얼 정장 인기에 한몫 거들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남성들이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명 ‘여미족’이 뜨고 있다. 과거에는 패션 소비 시장의 주체가 여성이었지만, 최근에는 패션 감각이 발달한 20~30대의 젊고(Young), 도시에 거주하는(Urban) 남성(Male)을 뜻하는 여미족(Yummy)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외모와 패션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새로운 남성 소비자로 아웃도어, 스포츠 장비 외에도 남성 정장, 특히 캐주얼 정장에 대해 아낌없이 돈을 쓸 정도로 구매력이 강하다.

트렌드에 민감한 여미족의 특성에 맞춰 유통가도 변화하고 있다. 신사복 브랜드 갤럭시는 남성 편집매장 란스미어와 결합한 ‘갤럭시 라운지’를 새롭게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7층을 ‘씨티 스케이프’라는 콘셉트의 남성 전문관으로 최근 리뉴얼 오픈했다.

남성복 패션의 흐름이 바뀌면서 최근에는 슬림한 형태의 슈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비즈니스, 캐주얼 등 다양한 상품군으로 20대 중반에서 50대까지를 타켓으로 하고 있는 브룩스 브라더스 제품. 사진=브룩스 브라더스 제공

생존에 내몰린 남성 정장 업체들

남성 정장은 경기 침체 장기화에 환율 및 임가공비 상승 등으로 말 그대로 ‘시계 제로’다. 남성 정장 업계는 올해 한 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시장 흐름으로 인해 ‘안정’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브랜드별 사업 계획을 잡고 있다. 다만 새로운 유통채널 진입을 확대하는 브랜드는 공격적인 투자로 높은 매출 신장 계획을 잡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경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스팟 비중을 유동적으로 운용한다는 전략이다.

제일모직 갤럭시는 1983년 론칭한 브랜드로 ‘맞춤복 못지 않은 고급 기성복’을 콘셉트로 편안하고 고급스러움을 추구, 철저한 브랜드 관리와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대표 신사복 브랜드이다. 제조사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고, 현대적 감각과 이태리 감각의 우아한 클래식을 기반으로 문화적인 모던함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정장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매출액은 1,000억원. 올해는 약 7% 증가한 1,070억원으로 잡고 있다.

‘로가디스’는 제일모직에서 가장 신장율이 높은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올해도 큰 규모의 투자와 함께 마케팅도 더욱 강력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슈트’는 지난해 말 출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로가디스’는 올 한해 매출 목표를 1,200억원(지난해 980억원)으로 높여 잡고, 전체 130개의 매장을 상반기까지 160개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LF(구 LG패션) 역시 크게 매출 신장을 기대하는 상황은 아니다. ‘닥스’와 ‘마에스트로’ 모두 각각 4%대 신장율을 계획하고 있다. 매출은 각각 850억원과 510억원. 매장 역시 2개, 6개 늘리는 수준으로 낮게 잡았다. 닥스는 LF가 1982년 영국의 ‘닥스 심슨’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1983년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이후 거의 모든 백화점에서 신사복 부문 매출 상위권을 지켜왔다. 클래식하고 전통적인 스타일과 세련된 현대적 감각이 조화된 디자인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마에스트로는 1986년 LF에서 론칭한 첫 단독 브랜드로 전통적인 이태리 스타일의 남성복을 추구한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성공한 비즈니스맨이 타깃 대상이며 기능성과 경량, 활동성을 강조했다.

코오롱FnC의 ‘캠브리지멤버스’는 올해 8% 증가에 70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SG세계물산의 ‘바쏘’는 13% 증가에 340억원을 매출로 잡고 있다. 런던포그, 솔루스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NS인터내셔널은 33% 신장에 400억원 매출을 잡고 있다. 매장도 올해 40개를 늘린다는 계획이어서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된다.

최근 패션 흐름에 민감해진 남성들의 관심으로 맞춤정장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기성 브랜드의 경우 바지 길이 정도만 맞춰 수선해주기 때문에 개인의 체형이나 취향에 딱 맞는 정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반해 맞춤정장은 ‘나만의 정장’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취업준비생이나 직장인들 사이에서 환영받고 있다. 더구나 이전까지만 해도 맞춤정장은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 맞춤정장만을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가 생겨나면서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

남성 맞춤정장 브랜드 ‘어반테일러’ 관계자는 “맞춤정장은 경험과 지식이 검증된 디자이너들의 작품으로 일반 비즈니스 슈트부터 면접용 슈트, 각종 예복 및 턱시도까지 다양하다”며 “만족감을 줄 수 있는 퀼리티와 200여 가지가 넘는 샘플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뿐 아니라 숙련된 테일러가 직접 제작한다는 점에서 기성복과는 확연하게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브리오니’ 관계자는 “어깨와 팔 등 필요한 사이즈 측정은 물론 고객의 골격과 근육의 발달 정도, 몸의 밸런스 등 세세한 모든 것이 고려 대상”이라며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소매와 바지의 길이, 주머니 위치, 라펠의 폭과 벤트의 개수 등을 고를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슈트의 원단을 선택하고 그에 어울리는 안감 소재와 컬러, 단추의 모양, 실의 색상 등 매우 상세한 부분까지 선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남성정장은 스트라이프 수트가 단연 사랑을 받고 있다. 무난한 단색 슈트에서 벗어나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을 즐길 수 있는데다, 젊어 보이는 효과까지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사진은 이태리 명품 브랜드 브리오니. 사진=브리오니 제공

슈트는 체형과 취향 등이 반영된 것을 입어야

어렵게 입사 시험을 통과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된 사회 초년생 김성균(27)씨. 졸업식과 면접을 위해 남성 정장을 샀지만 출근을 앞두고 정장 한 벌은 부족하다고 생각해 매장을 찾았다. 백화점과 아울렛, 가두점까지 몇 군데를 뒤졌지만 선뜩 내키는 슈트를 찾지 못했다. 평소 정장에 관심이 없던 터라 무엇을 골라야 할지 선뜻 내키지 않았다.

티셔츠를 아무리 깔끔하게 입는다고 해도 슈트만큼 적격인 의상은 없다. 슈트를 잘 차려 입으면 보는 이들에게 신뢰감을 주는데, 비즈니스나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 슈트가 빛을 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슈트는 자신의 체형이나 취향, 라이프스타일까지 잘 반영된 것을 골라야 멋진 스타일뿐 아니라 일체감이 느껴질 만큼 완벽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전체적으로 둥글고 통통한 느낌이 드는 비만형 체형의 남성은 검정이나 감청색 등 어두운 계열의 광택 없는 슈트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더블브레스트 디자인은 피하고 기장에 단순한 실루엣의 디자인을 택해야 한다. 어깨는 너무 끼지 않게 입되 허리 부분은 붙게 해서 라인을 살리는 게 좋다. 더불어 재킷을 입었을 때 셔츠와 타이가 보이는 라인, 일명 V존이 길수록 날씬해 보인다.

유난히 배가 많이 나온 편이라면 팬츠는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보다는 허리에서부터 일직선으로 넉넉하게 떨어지되 주름이 있는 바지를 입는 게 체형 커버에 좋다. 키가 작고 건장한 체형이라면 더블 슈트를 입는 것이 좋으며 날씬해 보이도록 어두운 컬러와 스트라이프 패턴을 선택한다. 짙은 컬러의 스트라이프 슈트를 입어 위아래로 길어 보이게 하면 작은 키를 커버할 수 있다. 재킷의 길이는 엉덩이를 살짝 가리는 정도가 안성맞춤이다.

살이 찐 것과 별개로 원래 체격이 큰 편이라면 무늬 없는 짙은 회색이나 검정색 슈트 등 모노톤의 심플한 슈트가 잘 어울린다. 상하의 대조가 적을수록 더 길고 날씬해 보인다. 재킷은 어깨선부터 일직선으로 딱 떨어지도록 입되, 팬츠는 아래로 갈수록 통이 좁아지는 실루엣을 고르는 것이 좋다. 상체가 큰 데 반해 상대적으로 하체가 부실한 체형이라면 어두운 색 재킷에 베이지나 라이트그레이 등 밝은 색 팬츠를 매치한 콤비 슈트를 시도해도 무방하다.

엉덩이가 큰 체형의 남성은 상하의 모두 약간씩 여유 있게 입는 게 좋다. 몸에 딱 맞는 바지는 엉덩이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고, 재킷 역시 품이 좁으면 뒷자락이 엉덩이에 얹혀 허리선이 울기 때문이다. 어깨에서부터 품을 다소 여유 있게 잡아 전체적으로 넉넉하게 입으면 자연스럽게 결점을 감출 수 있다.

슈트를 고를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매장에서 직접 입어보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TV홈쇼핑을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람마다 골격과 체형이 달라 모델이 입은 것과 다른 경우가 많다. 이때는 환불이나 교환을 해야 하는데 해 본 사람이 알겠지만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슈트에 대해 잘 모른다면 매장 직원이나 평소 슈트를 즐겨 입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 고르면 된다. 매장에서도 반드시 직접 입어본 뒤 동행인이나 직원 등에게 평가를 들어보고 결정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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