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흥행으로 부산행 KTX 승객 10만명 증가

부산시 '국제시장' 중심 관광상품 개발 박차

정작 '국제시장' 상인들은 임대료로 속앓이

이미 1,2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국제시장'의 스틸컷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영화'국제시장'을 관람했다. 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영화를 봤다는 후문에 이 영화는 막판 관객 몰이에 더욱 힘이 실린 상황이다. 이미 1,200만 관객을 넘어선 '국제시장'은 단순히 흥행만 성공한 것이 아니다. '국제시장' 영화 촬영지인 부산 국제시장에 관광객이 몰리며 경제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30일 부산시에 따르면 영화 촬영지인 부산 중구 신창동 국제시장의 촬영지에는 평소보다 3~4배가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영화의 인기를 활용한 관광상품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부산시는 국제시장이 개봉한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20일까지 부산역에서 KTX를 이용한 승객은 95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85만 명과 비교해 10만 명(11.8%)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부산을 방문한 외지 관광객이 최소 5만~6만 명 정도 증가했다는 게 시의 계산이다. 같은 기간 도시철도 1호선 남포동역 하차 승객은 107만 명으로, 1년 전보다 5만 명이나 늘었다.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에서 승차한 승객 역시 81만5,000명으로 지난해 78만 명보다 3만5,000명이 많아졌다.

여행업계는 최근 영화 '국제시장' 흥행으로 당일이나 무박, 숙박이 가능한 부산 여행상품을 출시했다. 부산지역 여행상품 판매량이 국제시장 개봉 전보다 평균 50%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누림여행사는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서울을 출발해 새벽에 해운대에서 일출을 본 후 국제시장을 비롯해 부산의 대표 관광지를 둘러보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해밀여행사도 국제시장과 태종대 등 부산 관광명소를 둘러볼 수 있는 여행 상품을 판매 중이다.

부산의 호텔업계도 관광객 증가 덕분에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제시장 관련 체험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부산웨스틴조선호텔은 아예 국제시장과 용두산공원, 부평깡통시장, 광복동 패션거리 등을 둘러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유치했다. 파라다이스호텔부산도 국제시장 관련 관광 상품인 ‘국제시장에 가다’ 프로그램 알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산롯데호텔은 최근 국제시장을 중심으로 한 부산지역 전통시장을 체험할 수 있는 ‘전통시장 패키지’를 선보였다.

부산시도 국제시장을 주제로 색다른 관광상품 만들기에 직접 나섰다. 영화 촬영지에 포토존 등 조형물과 갤러리를 설치하고 역사를 강조한 프로그램으로 중·고교 수학여행단을 국제시장으로 유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3일부터는 ‘원도심 근대역사 골목투어’ 프로그램에 국제시장 관람이 추가로 운영되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황정민)가 운영하는 가게 꽃분이네를 비롯해 덕수 부부가 말다툼하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던 용두산 공원 등도 포함됐다.

국제시장 투어는 기존 투어에 스토리텔링을 접목해 ‘이야기 할배 할매’들이 국제시장에 얽힌 역사를 설명하며 진행된다. 6.25 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형성한 국제시장의 역사와 영화 속 에피소드를 직접 들려주는 것이다. 부산영상위원회는 "관광객이 개별적으로 영화 촬영지를 방문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관광 관련 기관과 협조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제시장'의 흥행으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운영하는 가게 '꽃분이네' 실제 주인에게는 독이 되어 돌아왔다. 영화에 나오는 수입품 가게 ‘꽃분이네’는 애초 국제시장에 없는 가상의 공간이다. 영화 제작진은 국제시장 내 ‘영신상회’를 한 달 동안 임대해 촬영했다. 하지만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며 방문객들이 늘자 운영자는 간판을 아예 ‘꽃분이네’로 바꿨다.

전국에서 찾아온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자 건물 주인은 가게 권리금을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높여달라 요구했다. 전전세로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이 감당하기 어렵다며 폐업 의사를 밝혔다. 주변 상인들도 비슷한 처지가 됐다. 유명 관광지가 된 국제시장은 장사가 잘 될 거란 기대감에 임대료 인상 요구가 심심치 않게 있다는 것이다. '꽃분이네' 운영자인 정재영 씨는 한 인터뷰에서 "실상은 관광객 모두가 매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구경만 하러 오는 관광객들인데 사람만 많은 걸 보고 임대인들이 가격을 높이려는 상황"이라면서 "장사는 장사대로 안 되고 우리 집 보러 온 인파 때문에 주변 상인과 갈등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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